손흥민 도전 '10-10 클럽', 유럽 5대리그 통틀어 단 2명뿐... 근데 야구에는 더 진귀한 '10-10'이 있다

박정욱 기자 / 입력 : 2024.04.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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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AFPBBNews=뉴스1
'10-10 클럽'이 관심을 끌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32)이 '10골-10도움'에 1도움만을 남겨두고 있어서다.

득점과 도움에서 모두 두 자릿 수를 달성하는 '10-10 클럽'은 높은 골 결정력에 팀 동료의 득점을 지원하는 어시스트 능력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축구 선수를 가리키는 잣대로 여겨진다. 야구에서 잘 치고 잘 뛰는 '호타준족'의 상징으로 인정받는 20홈런-20도루의 '20-20 클럽'에 맞먹는 지표다.


손흥민은 2023~2024시즌 EPL에서 토트넘이 치른 32경기 가운데 지난 1~2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한국 축구대표팀에 차출된 시기의 결장을 제외하고 29경기에 나서 15골 9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노팅엄 포레스트와 2023~2024 EPL 32라운드 홈경기에서 도움 1개를 기록했다. 후반 7분 아크 서클에서 공을 잡아 수비수의 견제를 끌어들인 뒤 왼쪽에 있던 미키 판더펜에게 횡패스를 건네 왼발 중거리슛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시즌 9번째 도움이었다. 토트넘은 3-1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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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오른쪽). /AFPBBNews=뉴스1
손흥민은 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10-10 클럽'에 가입했던 2019~2020시즌(11골 10도움)과 2020~2021시즌(17골 10도움)에 이어 3년 만에 개인 통산 3번째로 다시 이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EPL에서 '10골 10도움'을 3번 이상 기록한 선수는 단 5명뿐이다. 웨인 루니(5회), 에릭 칸토나, 프랭크 램파드(이상 4회), 모하메드 살라, 디디에 드록바(3회) 등 EPL의 레전드들이다.


10골과 10도움을 함께 달성하는 것은 쉬운 목표가 아니다. 이번 시즌 EPL에서 이 수치에 도달한 선수는 33경기를 뛴 아스톤 빌라의 핵심 올리 왓킨스(19골 10도움), 단 한 명뿐이다. EPL뿐 아니라 스페인 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1까지 유럽 5대 빅리그로 범위를 넓혀도 왓킨스와 바이어 레버쿠젠(독일)의 플로리안 비르츠(11골 11도움)까지 단 두 명에 불과하다. 라리가와 세리에A, 리그1에서는 아직 두 자릿수 도움을 기록한 선수조차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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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 레버쿠젠의 플로리안 비르츠(가운데). /AFPBBNews=뉴스1
비르츠는 지난 15일 베르더 브레멘과 2023~2024 분데스리가 29라운드 홈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면서 팀의 5-0 대승에 앞장섰다. 그는 브레멘과 경기 전까지 8골 10도움의 성적에서 단숨에 3골을 더하며 '10-10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레버쿠젠은 지난 시즌까지 리그 11연패를 이뤘던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고 구단 12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우승까지 확정해 기쁨을 더했다.

손흥민이 지난 13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EPL 3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4 대패를 지켜보면서 공격 포인트 없이 침묵하는 사이, 비르츠가 손흥민을 앞질러 '10-10 클럽'에 먼저 도달했다.

EPL에서 손흥민과 함께 '10-10 클럽'에 아주 근접해있는 선수는 24일 현재 첼시의 콜 파머(20골 9도움)와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17골 9도움), 아스톤 빌라의 레온 베일리(10골 9도움), 아스널의 부카요 사카(14골 9도움)다. 리버풀의 다르윈 누녜스(11골 8도움), 뉴캐슬의 안소니 고든(10골 8도움), 맨체스터 시티의 훌리안 알바레스(8골 9도움)도 가시권에 있는 후보들이다.

왓킨스를 비롯해 손흥민, 파머, 살라는 '10-10'을 넘어 EPL 역사에서 단 11명에게만 허락된 '20골-10도움'도 노려볼 수 있다. 해리 케인과 앨런 시어러, 티에리 앙리, 로빈 판 페르시, 세르히오 아구에로, 위르겐 클린스만, 앤디 콜, 루이스 수아레스, 알렉시스 산체스, 살라, 드록바 등 역시 EPL 레전드들이 '20-10 클럽'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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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포효하는 첼시의 콜 파머. /사진=첼시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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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브 루스. /AFPBBNews=뉴스1
# 야구에도 진기한 '10-10 클럽' 있다

야구에서는 '10홈런-10도루'뿐 아니라 축구의 난도에 걸맞은 '10-10 클럽'도 있다.

한 선수가 투수로서 10승과 타자로서 10홈런을 한 시즌에 모두 달성하는 진기록이다. '10홈런-10도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어려운 기록이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역사상 단 두 명에게만 허락된 영역이다.

'전설' 베이브 루스(1895~1948)가 첫 번째 주인공이다. '홈런왕' 루스는 1914년부터 1935년까지 MLB에서 활동하면서 초창기에는 강타자로서보다 명투수로 더 명성을 떨쳤다. 그는 1915년 18승(8패 평균자책점 2.44), 1916년 23승(12패 평균자책점 1.75), 1917년 24승(13패 평균자책점 2.01), 1918년 13승(7패 평균자책점 2.22) 등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했다. 투수로서 더 높은 성과를 올릴 때였다. 그는 1918년 11홈런으로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돌파하며 '10-10 클럽'의 문을 처음 열었다. 29홈런을 친 1919년부터는 투수의 역할을 뒷전으로 내려놓고 홈런타자로서 MLB 역사에 강하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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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와 베이브 루스의 사인이 담긴 카드. /사진=톱스(Topps)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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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10승-10홈런'은 1918년 루스에 의해 처음 탄생한 후 104년이 지난 2022년에 다시 등장했다. 투수겸업 '이도류'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두 번째 주인공이다.

오타니는 2022년 15승(9패 평균자책점 2.33)과 함께 34홈런을 폭발해 '10-10 클럽'을 훌쩍 뛰어넘어 '10-30 클럽'의 신기원을 열었다. 이어 2023년에도 10승(5패 평균자책점 3.14)을 채우면서 44홈런을 쏘아올려 '10-40 클럽'까지 개설했다.

오타니 이후 또 10승을 넘어서는 홈런타자가 탄생할 수 있을까. 오타니도 LA 다저스로 이적해 첫 시즌을 맞는 올해는 팔꿈치 수술 여파로 마운드에는 서지 않고 타자로서 역할에만 전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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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수석코치 시절의 김성한. /사진=OSEN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도 10승-10홈런을 돌파한 선수가 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1995년까지 해태 타이거즈(KIA 전신)에서 뛰었던 강타자 김성한만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기록이다. 그는 프로 원년인 1982년 투수로 등판해 10승(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79)을 수확하면서 중심타자로 13홈런도 터뜨렸다. 그의 본업은 타자와 내야수였지만, 프로야구 초창기 부족한 선수 탓에 26차례나 마운드에 올랐다. 규정 타석과 규정 이닝을 모두 넘긴 KBO리그 유일의 투타겸업 선수였다.

그는 1986년까지 3년 더 마운드에 섰지만, 모두 15경기에서 5승(4패)만을 더해 투수로서 개인 통산 15승(10패 평균자책점 2.96)을 올렸다. 타자로서 개인 통산 홈런은 207개로 KT 위즈 황재균과 함께 KBO 역대 공동 29위에 올라 있다. 1985년 22개, 1988년 30개, 1989년 26개로 세 차례나 홈런왕을 차지했다.

KBO리그에서도 다시 나오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과 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처럼 아마추어 선수 시절 투타에서 모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경우에도 프로 무대에서는 분업화한 역할에 따라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승엽과 이대호는 투수로 신인 지명을 받고 프로 구단에 입단한 후에는 타자로서 자리를 굳혔다. 추신수(SSG 랜더스)도 똑같은 경우다. 올해 입단한 전미르(롯데 자이언츠)는 투타에서 모두 장점을 나타냈던 경북고 시절의 경험을 프로에서도 그대로 살리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현재로서는 투수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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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인 투수 전미르.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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