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팔' 첫 홈런 폭발! 고작 퓨처스 성적일 뿐인데 '왜' 키움은 '타자 장재영' 스몰샘플에 설레나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5.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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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영.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최근 타자로 전향한 장재영(22·키움 히어로즈)이 뜨거운 타격감을 선보이면서 투수의 길을 포기한 안타까움을 설렘으로 바꾸고 있다.

키움의 퓨처스팀 고양 히어로즈 소속의 장재영은 21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 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 퓨처스팀과 2024 메디힐 KBO 퓨처스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6번 타자 및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6타수 4안타(1홈런) 2득점 5타점 2삼진을 기록했다.


타자 전향 3경기 만에 홈런을 터트렸다. 장재영은 LG 선발 조건희를 상대로 1회 말 좌전 안타를 때려내고 3회 말 삼진을 당했다. 그렇게 타격감을 조율한 4회 말 1사 1, 2루에서는 바뀐 투수 하영진의 3구째 시속 135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포를 작렬했다. 비거리는 115m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6회 말 중전 안타를 터트렸고 8회 말 1사 만루에서는 우전 2타점 적시타로 4안타 5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고양은 장재영의 활약에 힘입어 18-6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장재영의 타격 성적은 3경기 타율 0.417(12타수 5안타) 1홈런 5타점 1볼넷 6삼진, 출루율 0.462 장타율 0.667이 됐다. 아직 뭐라 판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스몰 샘플이다.

하지만 어렵게 선택한 길의 시작이 좋은 건 긍정적이다. 장재영은 지난 19일 키움 구단을 통해 투수에서 타자로 포지션을 바꾼다는 소식을 알렸다. 프로에서도 최고 시속 156㎞ 강속구를 던지던 우완 파이어볼러 유망주가 입단 4년 만에 글러브를 내려놓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장재영은 덕수고 시절부터 최고 시속 156㎞의 빠른 공과 낙차 큰 커브를 이유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고민 끝에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키움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키움도 신인 역대 2위 계약금인 9억 원을 안겼고, 그때부터 장재영은 '9억 팔'이라 불렸다.

프로 무대에서는 '9억 팔'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도무지 잡히지 않는 제구가 이유였다. 1군에서 3년간 56경기 1승 6패 평균자책점 6.45, 103⅓이닝 109사사구(97볼넷 12몸에 맞는 볼) 100탈삼진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36경기 5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5.15, 106⅔이닝 122사사구(110볼넷 12몸에 맞는 볼) 113탈삼진으로 마찬가지였다. 일대일 코칭과 심리 상담을 병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전에서 불안한 제구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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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영.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어느 순간부터 키움은 타자 장재영의 길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22년 겨울 호주야구리그(ABL) 질롱 코리아에서 방망이를 잡기 시작한 것이 첫 번째였다. 장재영은 지난해 시범경기까지 종종 타석에 섰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장재영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투수라는 생각이 컸다.

키움은 장재영이 어떤 선택을 하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구단은 선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장재영은 어릴 때부터 투·타 겸업으로 많은 관심을 받던 선수였다. 투수든 타자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구단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든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수가 선택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힘을 실어줄 뿐"이라고 말했다.

그 선택의 순간은 오른쪽 팔꿈치에 큰 부상을 당하면서 찾아왔다. 장재영은 5월 초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MCL)가 70~80%가 손상됐다는 결과를 받았고, 재활과 타자로서의 길을 택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19일 SSG전을 앞두고 "선수 본인이 그동안 심적으로 제일 힘들어했다. 4년 동안 어떠한 성과를 내려고 고민을 거듭했는데 제구가 잡히지 않아 굉장히 힘들어했다. 그리고 이번에 팔꿈치 부상을 당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속 156㎞까지 던졌던 파이어볼러가 사라진 건 안타깝지만, 수준급 야수로 성장한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덕수고 시절 장재영을 두고 투수보다 타자로서 재능을 높게 친 스카우트도 적지 않았다. 2학년 때 타율 0.385로 콘택트에 강점을 보이는가 하면 3학년 때는 3홈런 21타점으로 장타력을 인정받는 등 고교 3년간 타율 0.350(80타수 28안타)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세계야구연맹(WBSC)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장해 타율 0.300(30타수 9안타)을 기록한 바 있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안우진(25)이 각각 메이저리그 진출과 군 복무로 떠난 올 시즌 키움은 리빌딩에 돌입했다. 시즌이 시작되면서 의외로 구멍이 보이는 곳이 야수 쪽이다. 주장 김혜성(25)이 올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조금은 더디다. 24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90타석을 넘긴 키움 선수 중 OPS(출루율+장타율) 0.7을 넘기는 건 외국인 선수 로니 도슨(29)과 김혜성을 제외하면 이형종(35), 송성문(28), 고영우(23), 이주형(23)이 전부다.

이제 막 타자로 한 걸음 내디딘 장재영이 고작 퓨처스 3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낸 것에 키움 팬들이 설렌 이유다. 하지만 키움은 타자 장재영을 쉽게 내진 않을 생각이다. 홍 감독은 장재영의 올 시즌 콜업 여부를 두고 "아마추어 때 잘했더라도 프로는 다르다. 장재영은 입단하자마자 타자로 준비한 선수가 아니다. 어떻게 적응하는지 봐야 한다. 만약 정말 타격에 가능성이 있고 2군에서도 좋은 보고가 올라오면 우리도 어떤 식으로든 1군에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올해는 퓨처스리그에서 적응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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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장재영이 외야 수비를 소화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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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장재영이 외야 수비를 소화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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