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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오른쪽)이 1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2루에서 슬라이딩을 한 이정후를 일으켜세우고 있다. /사진=NHK 중계화면 갈무리 |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라이벌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의 2025 MLB 맞대결이 펼쳐진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한국 야구 팬들에겐 매우 특별한 볼거리가 제공됐다. 빅리그에서 매우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이정후와 김혜성이 코리안 더비를 펼친 것이다. 과거에도 적지 않은 한국인 맞대결이 있었지만 KBO리그 한 팀에서 뛰던 선수들의 만남은 이례가 없었기에 더욱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도 이 특별한 일을 조명했다. MLB닷컴은 경기를 앞두고 "KBO에서 MLB까지, 이정후와 김혜성의 첫 맞대결은 '매우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라며 "'바람의 손자(Grandson of the wind)'와 '혜성(Comet)'으로 알려진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큰 스타 중 둘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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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시절 김혜성(왼쪽)과 이정후.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MLB닷컴은 이들이 각 소속팀에서 함께 최고의 스타로 활약하며 대표팀에서도 호흡했고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후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들이 빅리그 진출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돈독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이정후는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다. 혜성이를 정말 좋아한다. 우리는 정말 좋은 사이"라며 "항상 같은 유니폼을 입었기에 조금 색다른 느낌이다. 유니폼 색은 다르지만 같은 필드 위에서 뛰게 된다는 게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혜성 또한 "그를 경쟁자로 만나는 건 정말 멋지고 즐거운 일이다. 상대 선수로서 그와 맞붙는 건 정말 새로운 느낌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소문난 잔치의 시작은 다소 아쉬웠다. 14일 경기에서 이정후는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는데 김혜성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경기 후반에도 기용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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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왼쪽)과 이정후가 1회초 수비 종료 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NHK 중계화면 갈무리 |
1회초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타자로 등장한 이정후는 0-2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볼 3개를 침착히 골라냈고 풀카운트에서 파울 2개를 골라낸 뒤 8구 존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볼을 참아내 볼넷으로 출루했다. KBO에선 동기였으나 MLB 1년 선배인 이정후가 선배미를 뽐내는 순간이었다.
후속 타자의 병살타로 2루에서 물러났지만 이 과정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이 연출됐다. 2루에서 슬라이딩을 한 뒤 아웃 판정으로 아쉬움에 쓰러진 이정후에게 김혜성이 다가섰고 손을 내밀어 일으켜 세워준 것이 일본 NHK 중계화면에 포착된 것. 김혜성과 이정후는 짧지만 서로를 향한 환한 미소를 보인 뒤 서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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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초 김혜성이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김혜성의 시즌 11번째 타점으로 7-0까지 달아난 다저스는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했다. 이후엔 김혜성도 연속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정후는 6회초 무사 1루에서 3번째로 타석에 나선 이정후는 커쇼의 공 4개를 모두 커트해냈지만 5구 낮은 커브에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9회초 마지막 타석에 나선 이정후는 2루수 뜬공에 그쳤고 타자 일순한 뒤 다시 나선 타석에서도 2루 땅볼로 물러났다.
경기 후 김혜성의 성적은 타율 0.382(68타수 26안타), 출루율 0.425, 장타율 0.544, OPS(출루율+장타율) 0.969이 됐다. 표본이 적다고는 하지만 타율 0.266(263타수 70안타), 출루율 0.329, 장타율 0.430, OPS 0.759의 이정후 앞에서 팀 승리와 적시타까지 날리며 미소를 지은 하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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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