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하영이 주연을 맡은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의 촬영이 곧 마무리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악재에 촬영을 멈출 수도, 그렇다고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에 빠진 '승산 있습니다'다.
SBS 새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는 전 변호사 출신 사무장 권백(이제훈 분)이 이끄는 법률사무소가 승산 없는 싸움을 뒤집는 코믹 법조 탐정물로, 2027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배우 이제훈이 변호사 출신 권백을, 하영이 돈도 배경도 없는 신참 변호사 여심희를 맡았다.
'승산 있습니다'는 지난 6월 진행된 SBS 드라마 미디어데이에서 상반기 대표 라인업으로 소개될 만큼 주목도가 높은 작품이다. 이에 또 다른 주연 배우 이제훈이 "확장성이 무한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 멤버들과 다음 시즌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시즌제로 이어질 승산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을 정도로 시즌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작품이기도 하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흥행 승산을 점친 '승산 있습니다'는 이달 초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대부분의 촬영이 진행된 상황에서 주연 배우 하영이 친일파 후손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것.
모든 것은 하영의 입에서 시작됐다. 하영은 작품 홍보를 위해 찾은 예능 방송, 유튜브 콘텐츠 등에서 자신의 집안이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특히 증조부를 주로 언급했다. 그는 "증조부가 한양에서 서양 의학 전문 의원을 가장 먼저 연 분 중 한 분"이라며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신 후 한양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했다"고 밝혔다.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1874~1927)는 1902년 일본 도쿄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인 최초로 일본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물인 동시에 일제강점기 친일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논란이 일파만파 번진 상황에서 과거 안상호가 1918년 12월 10일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를 통해 "나는 일본인과 같아 옷도 일본 의복을 입고 아내도 일본 여자다. 집안의 규율이나 식생활도 모두 일본식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조선 사람과 달리 두루마기 한 벌조차 없다"고 말한 기록이 파묘되며 공분은 더 거세졌다.
의혹이 확산하자 민족문제연구소도 입장을 발표했다. 연구소는 "안상호는 대한제국 관립일어학교와 도쿄 자혜의원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전문직 의사였지만, 화려한 이력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친일·부일 협력 행적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안상호의 주요 친일 행적에 대해 ▲일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 추도 ▲식민통치 및 수탈기구 참여 ▲내선융화 및 친일단체 활동 ▲동화주의의 내면화 등을 언급했다.
부정적 의미로 점입가경인 사태에 대중의 시선은 하영의 차기작인 '승산 있습니다'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시즌2로 향했다. 이에 SBS는 "'승산 있습니다'는 이미 상당 부분 촬영이 진행된 상태이며, 촬영 분량이나 구체적인 진행률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사안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최초 입장을 전했다.

이 가운데 지난 26일 '승산 있습니다'가 9월 초 촬영 종료를 앞두고 있으며, 이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하영은 남은 촬영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 SBS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수많은 스태프와 출연진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필수 잔여 일정 등을 다각도로 조율 중"이라면서도 "세부적인 촬영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확인이 어려운 점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을 아꼈다. 결국 최초의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방영 전부터 아니, 촬영 종료도 전에 주연 배우 리스크를 안은 SBS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촬영을 대부분 마친 마당에 기존 촬영분을 폐기하고 주연 배우를 교체할 경우 막대한 제작비 손실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배우, 스태프들과 일정 조율까지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는 장소 섭외 및 협조, 세트 설치, 후반 작업 등도 포함된다. 현실적으로 볼 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여론을 무시한 채 하영을 품고 무작정 방송을 강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설사 방송을 강행하더라도 정의와 법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승산 있습니다'의 특성상, 시청자들이 여심희 역할에 온전히 몰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다수의 누리꾼들은 "제목과 달리 승산이 없어 보인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인 데다 첫 방송 예정일이 내년 삼일절 전후인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제작진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두의 시선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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