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전 세계 배터리 대기업들이 로봇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CATL, BYD, EVE 에너지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은 로봇을 위한 전력 공급원이자 생산 도구로 활용하는 '산업 루프'를 형성하며 신에너지와 인공지능의 결합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배터리 기업이 로봇에 전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생산 라인에 로봇을 투입하여 기술력을 검증하고 고도화하는 상호 보완적 구조에 있다. 최근 광둥성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EVE 에너지는 '로봇이 로봇을 위한 배터리를 만드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AI 디지털 로봇과 물리적 로봇 직원을 생산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제조 공정은 전체적인 틀은 정해져 있으나 세부 파라미터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데, AI와 로봇의 결합을 통해 이러한 공정의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CATL 역시 자체 생태계 기업인 스피릿 AI(Spirit AI)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샤오 모(Xiao Mo)'를 배터리 팩 생산 라인에 투입했다. 이 로봇은 수백 볼트의 고전압이 흐르는 테스트 플러그를 배터리 팩에 삽입하는 위험 공정을 담당한다. 과거 작업자가 직접 수행하던 이 작업은 아크 발생 등 안전 사고 위험이 컸으나, 로봇 도입 이후 삽입 성공률이 99% 이상으로 안정화되었으며 작업량은 기존 대비 3배 증가했다. 특히 '샤오 모'는 고급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을 탑재하여 자재 위치 편차나 배선 상태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며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
배터리 업계는 로봇 생산뿐만 아니라 로봇 전용 '동력 심장'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CALB(중항리튬배터리)는 2025년까지 에너지 밀도 450Wh/kg 이상의 로봇 및 항공기용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4분기부터 로봇 1,000대 분량의 배터리를 인도할 계획이다. 로봇용 배터리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와 달리 초고에너지 밀도, 높은 방전율, 고안전성, 광범위한 온도 적응성이 요구된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로 액체 리튬 배터리를 사용해 가동 시간이 2~4시간에 불과하지만,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도입되면 가동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용 전고체 배터리 수요는 2035년까지 74GWh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6년 대비 1,000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이에 따라 LG 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삼성 SDI, 파라시스 에너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로봇 전용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 파라시스 에너지는 이미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고객사에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인도했으며, EVE 에너지는 9분기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G26P 셀과 장시간 운용을 위한 고에너지 밀도 G26Q 셀을 출시하며 용도별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배터리 기술의 한계 돌파가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중화와 미래 산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