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지방비가 부족하더라도 국비를 우선 지급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했으나, 정작 일선 지자체들이 재정 부담과 행정적 책임을 이유로 이를 외면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 지침은 '가능', 현장은 '불가'… 엇박자 행정에 소비자만 골탕
최근 환경부는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을 통해 지방비가 조기 소진되거나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도 국비를 우선적으로 교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이는 지자체의 예산 사정으로 인해 전기차 출고를 앞둔 소비자들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다수의 지자체는 여전히 "국비 선지급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한 A씨는 "환경부 지침에 따라 국비라도 먼저 달라고 요청했지만, 시청으로부터 재정 여건상 불가하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예산 삭감' 패널티 무서워 몸 사리는 지자체
지자체들이 이토록 소극적인 이유는 엄격한 사후 책임 때문이다. 현행 구조상 국비를 먼저 선지급한 후, 추후 지자체가 매칭해야 할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교부 결정 취소 및 환수 명령 ▲차년도 국비 지원 예산 삭감 등의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지자체 관계자는 "국비를 먼저 썼다가 나중에 시 예산 부서에서 지방비 확보를 못 해주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사업 부서가 져야 한다"며 "정부 지침은 권고 사항일 뿐, 지자체의 재정 여건과 예산 부서의 협조 없이는 독단적으로 집행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털어놓았다.
◇ 특정 브랜드 쏠림 현상에 '지방비 소진' 방패막이 삼기도
일각에서는 지자체들이 특정 브랜드나 수입 전기차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수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조금 접수를 조기에 마감하거나 선지급 지침을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자금 이탈을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전기차 보급이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는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며 "국비 선지급에 따른 지자체의 리스크를 완화해주거나, 지방비 매칭 비율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등 실효성 있는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조금 부족으로 출고를 다시 생각하거나 내년으로 미루겠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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