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한 줄 평
폴스타의 기본기와 정수를 모두 담은 플래그십 SUV
GOOD
- 성능과 디자인 두 가지를 앞세운 폴스타의 대장 SUV
- 소재나 장비, 출력, 전비 등 어느 하나 아등바등하며 아낀 흔적이 없다
BAD
- 폴스타 시리즈 중에는 가장 못 생김
- 플래그십이지만 '대장'다운 아우라가 없다
경쟁모델
- 포르쉐 카이엔 EV :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가 자세를 고쳐 잡고 만든 전기 SUV
- 볼보 EX90 : 상대적으로 더 점잖은 출력이지만 큰집에서 만들었다

초기 폴스타 CEO였던 '토마스 잉엔라트'. 자신의 옷 차림이나 마시는 물, 인테리어 컬러까지 모두 예민하게 결정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를 2024년 중국 상하이에 직접 만났다. 그야말로 '예민 보스'다. 그는 폴스타를 "유러피언 스타일의 전기 고성능 퍼포먼스 자동차 브랜드"라고 힘주어 소개했다. 아울러 "타협은 없으며, 오로지 디자인과 성능 두 가지만으로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폴스타 3는 이런 폴스타의 플래그십 SUV다. 당초 지난 해 나올 수도 있었지만 400V 시스템을 만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 되면 800V로 바꿔야 하는 교체 시기가 올 터라 폴스타 코리아는 차라리 출시를 늦추는 결단을 내렸다. 덕분에 이 차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구형이 없는 모델이 됐다.

폴스타 3를 시승하는 장소는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총 길이 2125m로 가장 긴 직선 길이는 450m에 이르는 레이스 트랙이다. 전장 4900mm나 되는 전기 SUV의 시승장소를 써킷으로 정한 이유는 최고출력 680마력에 이르는 이 차의 담대한 출력 때문이다. 680마력을 내연기관으로 발휘하려면 4.0L V8에 터보 2개는 달아야 뽑아낼 수 있는 출력이다. 이런 출력을 가진 차는 애스턴마틴 밴티지S나 벤틀리 컨티넨탈 GTS 정도다. 참고로 680마력을 내는 폴스타 3 퍼포먼스가 아니더라도 폴스타 3 듀얼 모터가 544마력, 폴스타 3 리어 모터가 333마력을 발휘할 만큼 출력 수준이 출중하다.
전기 SUV(퍼포먼스 트림 기준)라고는 하지만 이 차에 갖춘 장비는 그야말로 화려하고 본격적인 달리기 준비를 끝냈다. 2챔버 에어서스펜션을 장착하고, 브렘보제 4P 브레이크까지 장착했으며, 캘리퍼조차 알루미늄을 깎아 만들었다. 이 정도면 전기 SUV치고 '어허 신경 많이 썼네' 싶은 정도. 폴스타 3는 한걸음 더 나갔다. 전후 무게 배분을 49:51로 맞추었다. 심지어 타이어 편평비까지 앞은 265와 뒤는 295로 차별화했다. 뿐만 아니라 하이엔드급 스포츠카에서나 볼법한 스포일러까지 앞뒤로 모두 갖췄다. 어느 하나 소홀하게 내버려 둔 것이 없다. 차체도 공기를 깎고 다듬어 흘려 보내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폴스타 3의 백미는 인테리어다. 소재는 화려하고 실용적인데다 14.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해 맛보는 애플리케이션들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화룡 점정은 이 차의 바워스 &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다. 단언컨대 케프나 부메스터, 매킨토시, 소너스 파베르 등 카오디오 부문에서 방귀 좀 뀐다는 회사들의 것보다 더 정교한 사운드를 뽑아낸다. 특히 중역 이후의 정보량과 명료함이 대단히 탁월하다. 사운드의 디자인 역시 감탄스러운데 대충 얼버무린 미드레인지와 비교하자면 디스토션이 대폭 줄었고, 중역부터 전대역에 걸쳐 훨씬 깨끗하고 또렷한 음을 낼 수 있다.

최근 프리미엄 자동차들은 스피커의 개수나 PMPO(Peak Music Power Output / 순간최대출력) 수치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런 정보들은 통일된 측정 기준도 없는데다 제조사가 숫자를 마음대로 부풀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정보들이다. 차라리 스피커가 소리의 일그러짐 없이 꾸준히 낼 수 있는 출력 즉 RMS (Root Mean Square / 실효출력)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리고 저음과 중역 그리고 고음역대 스피커를 고루 배치해 소리의 표현을 풍부하게 낼 수 있는 하드웨어를 어떻게 배치했는지 살펴보는 편이 차의 사운드를 짚어내는데 더 도움을 준다. 얼마 전에 경험했던 볼보 EX90도 마찬가지지만 폴스타 3 역시 이런 하드웨어를 갖추는데 흠잡을 요소가 없다. 그 대표격이 대시보드 상단에 떡하니 자리잡은 더블 돔 노틸러스 트위터다. 이 트위터는 소재 자체의 뛰어난 탄성과 댐핑 능력 그리고 자연스러운 사운드 해상능력이 최대 장점이다. 플레이 리스트에 따라 조금씩 차이야 나겠지만 확실히 선명하고 또렷함이 개선된 음은 보컬과 바이올린, 첼로 같은 현악기에서 훨씬 해상력이 높고 깨끗하며 클리어해진 사운드를 들려준다.
트랙에선 괴물 같은 출력과 밸런스 발휘해

시승은 몇몇 기자들이 조를 이뤄 나섰다. 운전에 능숙한 자동차 전문지 시승조에 편성된 덕분에 인스트럭터의 총애를 받아 200km/h를 넘나들며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시승을 할 수 있었다. 시승에 앞서 폴스타 3의 스티어링 감도와 서스펜션 느낌, 스포츠 모드 등 트랙에서 필요한 모든 셋팅을 마치고 진입을 했다. 퍼포먼스 트림답게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3.9초면 충분하다. 급가속을 하자 머리가 아득해 질 정도로 압도적인 가속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곧이어 만난 코너에서 핸들을 돌리자 주저없이 차체는 다음 직선 주로를 찾아 머리를 향한다. 450m에 이르는 직선 주로에서는 차가 바닥에 깔리는 듯 도로를 움켜잡는다. 제동력은 이상적이다. 적지 않은 무게임에도 차의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제동력 배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다는 점이 가장 와닿는 부분이다.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고 고속으로 치닫는 주행의 끝에 브레이크 페달에 올라타는 수준까지 제동력을 발휘해도 폴스타 3는 지치는 법이 없었다. 고성능 장비를 갖춘 탓일까 아니면 폴스타 엔지니어들이 귀신처럼 튜닝을 잘 했을까. 아마도 두 가지 마법이 모두 같이 통했을 터.
차를 탔던 기자들은 한입을 모아 "밸런스가 훌륭하다"라는 평가를 했다. 그리고 "왜 이런 덩치 큰 전기 SUV를 시승회 장소로 써킷을 정했는지 알 것 같다"라며 폴스타 3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의한다. 패밀리 전기 SUV지만 폴스타 3는 트랙에서 전투적일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지금은 볼보로 다시 떠났지만 토마스 잉엔라트가 폴스타 CEO 시절 나에게 눈을 부릅뜨며 강조한 폴스타의 정체성 '스웨디시 전기 퍼포먼스 브랜드'. 이 브랜드의 플래그십 SUV 폴스타 3를 타며 그가 그토록 부르 짖었던 '퍼포먼스'란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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