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의 대표 준중형 세단 아반떼가 8세대 풀체인지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의 거센 화두로 떠올랐다. 가솔린 시작가가 2,398만 원으로 오르고 하이브리드 풀옵션이 4,000만 원을 넘어서는 등 300만~800만 원 이상 뛴 가격표를 두고 소비자들의 셈법이 복잡하다. 주목할 점은 이번 가격 인상이 단순한 옵션 추가나 부품값 인상을 넘어, 중국 완성차 업체의 국내 공세에 맞선 현대차의 고도화된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차의 침투 속도는 거세다. BYD는 올해 7월까지 1만 4,521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4위로 올라섰다. 2,000만 원대 보급형 전기차 '돌핀'과 3,700만 원대 PHEV '씨라이언 6' 등을 앞세워 국내 엔트리 및 소형 시장을 매섭게 잠식하고 있다. 압도적인 제조 원가와 수직계열화된 공급망을 무기로 한 중국 브랜드와의 초저가 치킨게임은 현대차로선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이에 현대차는 2,000만 원 이하의 '박리다매형 저가 시장'을 선제적으로 포기하고, 아반떼의 체급을 대폭 올려 대응표를 던졌다. 신형 아반떼의 가격표를 살펴보면 극명하게 이런 전략이 드러난다. 최저가 트림인 '스마트'를 전격 폐지하고, 2.0L 엔진과 차세대 OS '플레오스 커넥트' 등 고가 사양을 기본화했다. 중국 차들이 아직 완벽히 구축하지 못한 차세대 소프트웨어(SDV)와 고급스러운 주행 감성 영역으로 포지셔닝을 이동시켜, 중국산 저가차와의 직접 비교를 피하고 대당 평균판매단가(ASP)와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계산이다.
전략적 포지셔닝 변경 전략은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의 인터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산 자동차들이 최근 한국에 들어오면서 저가 정책을 취하고 있어 아반떼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호세 무뇨스 사장은 "단순한 가격 정책뿐만 아니라 훌륭한 고객 경험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하겠다"고 답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앞서 "밸런스나 어떤 윈윈 전략을 저희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차에게 고객들도 중요하고 또 임직원들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있다"고 덧붙였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고객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페이먼트 즉 결제 서비스라든지 또 잔존가치 또는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현대차를 소유하고 있는 고객이라면 베스트 오브 베스트 서비스를 받는다고 그런 인상을 저희가 주기 위해서 모든 현대차 고객들에게 그런 경험을 제공해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30일 수원하이테크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역시 이러한 가치 중심 전략에 뜻을 같이했다. 장 부회장은 "외산차의 가격 공세 속에서 균형과 상생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단순한 가격 할인 정책에 매몰되지 않고, 훌륭한 고객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경험과 소유가치를 극대화하는 돌파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준중형'으로의 신분 상승은 양날의 검이다. 무엇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회장과 호세 무뇨스 사장이 언급한 '소비자 경험과 소유가치 극대화'는 차량을 구매한 이후의 문제다. 최초 구매 단계에선 가격이 가장 강력한 선택요소다. 아반떼의 가격이 상승함으로 인해 이제 쏘나타 및 준중형 SUV와의 가격 간섭이 불가피해졌다. 사회초년생과 실속형 구매자들의 진입장벽은 크게 높아졌다. 구매자들에겐 이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현대차가 비워둔 2,000만 원대 이하 시장을 중국산 차종이 빠르게 침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가성비 국민차'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은 신형 아반떼의 고급화 승부수가 시장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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