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완성차 업체 BYD가 '수입차의 무덤'이자 자국 브랜드 충성도가 극도로 높은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경차 규격에 맞춰 독점 개발한 전용 경형 전기차(BEV) '라코(RACCO)'가 정식 출시 2주 만에 계약 건수 1,000대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초기 흥행을 기록 중이다.
BYD 오토 재팬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 출시된 '라코'는 이달 9일 기준 누적 주문량 1,002대를 달성했다. BYD가 올해 말까지 목표로 설정한 1만 대 달성에 가파른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주목할 점은 전체 계약 중 80%가 최상위 트림인 '300 프리미엄(249만 7,000엔)'에 쏠렸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저가 공세가 아닌, 상품성을 갖춘 경형 EV에 대한 현지 수요를 정확히 사로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코'의 파괴력은 독보적인 가성비와 제품력에서 나온다. 보조금 적용 전 가격이 214만 5,000엔~249만 7,000엔(약 1,900만~2,200만 원) 수준으로 형성되었음에도, WLTC 기준 최대 320km에 달하는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이는 일본 내 대표 경쟁 모델인 닛산 '사쿠라'(112km)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양방향 전동 슬라이딩 도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비상 제동 시스템(AEB) 등 편의·안전 사양을 기본 탑재해 일상 활용성을 극대화했다.

구매 고객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기존 차량 교체가 35.7%, 세컨드카 등으로 추가 구매한 비중이 37.5%를 차지했으며, 첫 차 구매자도 26.8%에 달했다. 일본 경차 시장은 그간 닛산, 스즈키, 다이하츠 등 현지 브랜드들이 철옹성을 구축해 온 분야다. 외국계 브랜드가 경차 시장에 진입해 고전하지 않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받는다.
BYD의 '라코' 흥행은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단순히 가격 경쟁력만 내세우는 단계를 넘어, 특정 국가의 시장 환경과 규격에 맞춘 '맞춤형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 구도를 흔들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철저한 현지 맞춤형 제품을 앞세운 중국 EV의 거센 공세가 전통 자동차 강국인 일본 시장의 지형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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