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영풍과 MBK파트너스(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체결한 콜옵션 계약 변경을 둘러싸고 배임 가능성이 제기되어 법조계와 자본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풍이 공개매수가 인상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스스로 포기하고 MBK 측에 유리하도록 계약을 변경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영풍이 법원에 제출한 경영협력계약 자료에 따르면, 당초 양사의 콜옵션 계약은 공개매수가격 변동이 행사가격에 그대로 연동되는 구조였다. 최초 계약에서는 행사가격 기준을 '공개매수 신고서에 기재된 매수 가격(수정된 경우에는 최종 가격)'으로 규정해, 공개매수가가 오르면 영풍이 받을 수 있는 금액도 함께 커지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양사는 2024년 9월 25일 변경계약을 통해 콜옵션 기준가격을 주당 70만원(연 5% 이자 가산)으로 고정했다. 주목할 점은 계약 변경 바로 다음 날인 9월 26일,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가를 67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했고, 10월 4일에는 다시 83만원으로 추가 인상했다는 사실이다.
막대한 자금조달과 신고 절차가 따르는 공개매수가 인상이 하루 만에 결정되기 어려운 만큼, 영풍 경영진이 가격 인상 계획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권리를 포기했거나 MBK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계약 변경으로 MBK는 공개매수가가 83만원까지 폭등했음에도 영풍 주식을 70만원 기준으로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주당 13만~14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매년 기준가격의 5%(3만5000원)가 가산되는 조항에 따라 계약 체결 2년이 지난 시점의 행사가격을 주당 77만원으로 계산하더라도, 이는 MBK가 제시했던 최종 공개매수가(83만원)보다 6만원 낮은 금액이다.
분쟁 대상 주식 수가 200만 주를 훌쩍 넘는 점을 고려하면, 영풍이 누릴 수 있었던 약 3,500억 원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업계 일부에서는 MBK의 인수 비용 부담이 커지자 영풍이 자신들의 이익을 희생해 MBK의 주식 취득 비용을 덜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영풍과 MBK 측은 이 같은 배임 의혹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양측은 아직 MBK가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에 나서지 않은 상태이므로, 현재 시점에서 콜옵션 가격만을 근거로 영풍의 손실 가능성을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양사 간의 경영협력 및 경영권 확보라는 거시적 목적과 계약 전체의 경제적 효과, 다양한 반대급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정당한 경영상 판단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풍 주주인 KZ정밀 등이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등 파장은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영풍 의사결정권자들이 합리적인 반대급부 없이 회사에 유리한 계약상 권리를 포기해 손해를 초래했는지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상하고 있다.
향후 법정에서는 9월 25일 계약 변경 당시 공개매수가 인상 계획을 내부적으로 언제 인지했는지, 70만원이라는 산정 근거가 적절했는지, 영풍 내부 이사회에서 충분한 손익 검토를 거쳤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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