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한 줄 평
S-클래스를 무너뜨린 한방은 더 강력해졌고, 아직 꺼내지 않은 것도 있었네
Good
- 내연기관부터 전동화 모델까지 철옹성 구축한 플래그십 세단
- BMW 특유의 직관적인 핸들링과 7시리즈만의 적막할 정도의 고요함
Bad
- 단정하지만 무료한 외관
- 2열 씨어터 스크린의 막강한 하드웨어에 비해 부족한 소프트웨어
Competitor
-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 벤츠이므로 벤츠이며 벤츠다. 더 이상 설명은 생략
- 제네시스 G90 : "전에는 7 탔었어"

독일산 플래그십 세단들의 전쟁은 독일차 역사 그 자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한가운데 언제나 BMW 7시리즈가 있었다. 전동화가 휘몰아치는 지금 BMW는 '노이어 클라쎄'로 시대를 정의했고, 이번 더 뉴 BMW 7시리즈는 그 정점에 있는 모델이다. 단순한 부분변경의 공식으로는 새로운 BMW 7시리즈를 이해하기 힘든 이유다.


BMW가 메르세데스 벤츠와 플래그십 세단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것은 3년 차다. 현행 모델이 데뷔한 시점과 일치하는데, 결론만 말하면 지금 BMW 7시리즈는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를 물리친 진정한 승리자인 셈이다. 더 크고 눈에 띄는데다 씨어터 스크린의 압도적 구성과 BMW 고유의 착 붙는 핸들링 그리고 아이코닉 글로우로 대표되는 화려한 조명 기술이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부분변경. 사실상 완전변경에 가까운 더 뉴 BMW 7시리즈는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던 점들을 더욱 더 확실하게 다졌고, 완벽한 격차를 두려는 듯 이전보다 이를 갈고 나온 듯 하다. 우선 대형 플래그십 세단에선 유일하게 순수 전동화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다. 680마력을 쏟아내는 BMW i7 M70은 가솔린과 디젤은 물론 PHEV까지 라인업에 섰다. 그야말로 물 샐 틈이 없는 구성이다. 개인화 옵션도 상당하다. 외관 컬러조합은 무려 500가지 이상의 차체 컬러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다 초단거리 레이더 센서를 적용한 오토매틱 도어는 탑승자의 존재감을 다시한번 끌어올린다.


백미는 인테리어다. 노이어 클라쎄를 적용한 최신 전동화 디자인을 입은 더 뉴 BMW 7시리즈는 샤이테크로 힘을 숨겼지만 화려한 럭셔리 세단의 향연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 멀티펑션 스티어링 휠은 점잖은 맛은 없지만 기능적이며, 2열의 압도적 공간감을 내뿜는 씨어터 스크린은 2.0으로 진화했다. 다만 담겨진 소프트웨어와 프로그램들을 구동하다보면 정말 이 크기의 스크린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도어 캐치에 드러낸 터치스크린은 직관적이면서도 실용적이었다. 이번 더 뉴 BMW 7시리즈를 시승하며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낸 것은 소재다. 손과 눈이 닿는 곳의 차이까지 두며 직물과 가죽 그리고 탄소섬유, 알루미늄까지 자동차 분야에서 각광받는 거의 모든 소재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BMW 7시리즈급의 대형 세단은 '좋은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좋은 것'을 넘어 '동경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중형차급에선 넘볼 수 성능과 소재라면 가능할 터. 더 뉴 BMW 7시리즈에선 그런 점들을 수도 없이 찾아낼 수 있었다.

시승차로 나선 모델은 더 뉴 BMW 740 x드라이브. 400마력을 내는 6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의 조합이다. 클래식하면서도 노이어 클라쎄 디자인과 샤이테크를 담은 인포테인먼트 기능까지 갖춘데다 1억 6천만원대로 가장 접근성이 높은 가격대 모델이다. i7을 탈 수 있었지만 '실키식스' BMW 6기통 엔진은 언제나 내 마음을 훔쳐 버린다. 왠지 i7은 또 만날 수 있을 듯 싶었다. 심지어 내연기관차는 시승 참가자들에게 인기가 덜했다. BMW 740은 22대의 시승차 중 22번째 차였다.
일단 차에 앉으면 마치 크로스오버에 앉은 듯한 것처럼 높고 크다. 발진 성능은 고요하면서도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곧바로 든다. 특히 스티어링 휠은 BMW 특유의 가볍고 날렵하면서도 선형적인 반응을 즉시 전달한다. 굳이 후륜조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생각보다 훨씬 민첩한 기동성을 발휘하며 핸들을 조금만 틀어도 자유자재로 굽이길을 돌아나갈 수 있다. 이 차의 서스펜션은 마치 마법 양탄자 같은 느낌을 만들어낸다. 흔들림이 거의 없고, 부드러운데다 거친 노면 조차 나즈막한 충격음만 남기고 쉽게 흡수해 버린다.

고속으로 뻗는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저속에선 소음이 느껴지지 않지만 상당한 고속까지 차를 밀어부치면 진공상태에 이른 몽환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거친 제동을 끝까지 마친 후 다시 가속을 이어간다고 해도 최대토크 59.1kg.m을 툭 토해내며 2,265kg의 초대형 세단을 다시 고속으로 올려 놓는다. 중요한 것은 그 전달 방식이 결코 폭력적이거나 지나치게 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에서도 소음은 억제되며 우악스러운 움직임이 없었다.
전동화 전환기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EQ브랜드로 초점을 잃었을 때 BMW는 상대적으로 더 보수적인 입장을 선택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다양화를 앞세우는 대신 BMW 주력 모델들은 내연기관과 전기차 모두 같은 플랫폼을 쓰도록 설계하는 기조를 지켰다. 과거 12기통 엔진의 BMW M760은 BMW i7 M70으로 세대교체를 품격 있게 마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이 된 셈이다.

플래그십은 리더십의 다른 말이다. BMW 7시리즈는 BMW를 넘어 완연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대형 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역사와 미래를 모두 갖춘 차를 찾기는 힘들지만 BMW 더 뉴 7시리즈만큼은 그런 모습을 충분히 발휘하며 우뚝 선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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