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온가족이 함께 볼 만한 세대 소통의 영화 원작 장점은 살리고 한국만의 정서는 더한 리메이크

식당의 키오스크 앞에서 서성이는 어르신들의 당혹감이 사회적인 문제로 조명받은 적이 있다. 스마트폰 혁명 이후 급격한 디지털 전환은 세대 간 문화 적응력의 격차를 더욱 벌려놓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을 ‘늙ㅋㅋ’이라 조롱하고, 젊은 사람을 ‘젊ㅋㅋ’이라며 미숙함을 비웃는다.
서로를 향한 멸칭이 어느덧 유머처럼 소비되는 시대, 이제는 ‘세대 갈등’을 넘어 ‘세대 혐오’라는 표현이 더 와닿을 만큼 서로 다른 세대 사이의 간극은 깊어지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완충 지대마저 사라진 지금,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이들의 공존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영화 ‘인턴’은 한 명의 늙은이와 젊은이가 등장한다. 런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한소희)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가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세대도 직급도 뛰어넘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다. 지난 2015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The Intern’을 원작으로 세대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과 화해를 보다 현실적인 우리의 이야기로 옮겨놓는다.

영화가 제시하는 세대 공존의 해법은 이해와 존중이다. 선우가 세운 ‘우투투’는 젊음의 감각과 센스가 경쟁력이 되는 패션 스타트업이다. 그만큼 젊은 직원들이 중심이지만, 그렇다고 실버 인턴 기호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 또래가 아니기에 낯설고 불편할 수는 있어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기피하지 않는다.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능력을 존중한다. ‘우투투’라는 작은 회사는 세대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라 포용에서 시작한다 말한다.
기호의 ‘우투투’ 입사기는 비단 은퇴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와 회사, 친목 모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집단과 마주하고 그 속에 스며들기 위해 애쓴다. 어색하고 서툰 첫 발을 떼며 그 낯섦을 묵묵히 버텨내는 일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버겁고 외로운 과정이다. 하여 기호의 고군분투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아가 기호가 ‘우투투’ 사람들과 온전한 앙상블을 이뤄내는 순간, 관객은 비로소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원작이 흥행에 성공한 만큼 쉽지 않았을 리메이크 프로젝트다. 특히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당시에도, 지금도 대세인 앤 해서웨이의 열연이 호평받은 영화다. 하여 이번 ‘인턴’의 주연을 맡은 최민식과 한소희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 배우는 이러한 부담을 훌륭하게 이겨내고 자신만의 연기를 펼친다. 덕분에 ‘인턴’은 원작의 그림자를 좇는 데 그치지 않고, 최민식과 한소희의 색깔을 더해 할리우드와 다른 우리만의 ‘인턴’을 만든다.

기호와 선우의 마음이 통하는 과정은 뭉근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서로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 기호가 살아오며 쌓은 풍부한 경험은 선우의 팽팽한 삶에 여유를 선사하고, 선우의 트렌디한 감각과 젊은 에너지는 기호가 잃어가던 삶의 긴장감을 다시 끌어올린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 영화가 그려낸 가장 이상적인 세대 공존의 모습이다.
그래서 ‘인턴’은 특정 세대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세대에서는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다른 세대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인턴’은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관객을 찾는다. 서로 다른 세대가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인 만큼,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아 세대의 벽 너머에 있는 서로의 모습을 발견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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