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영화 '해부학교실'의 한지민은 "겁이 많다"고 말했다.
그 커다란 눈망울이 공포영화의 헤로인의 것으로는 '딱' 어울린다 싶은데, 역시 '여린 여성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공포영화? 원래 좋아해요. 한 편 한 편 보면서 '이번엔 무서울까?' 하면서 보는데, 귀신 같은 건 무섭지 않아요."
그렇다면 '호러퀸'을 꿈꾸며 '해부학교실'을 자신의 첫 공포영화로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12일 개봉한 '해부학교실'(감독 손태웅ㆍ제작 에그필름, 청어람)은 외과의사를 꿈꾸는 의대생들이 해부학 실습용 사체인 '카데바'에 얽힌 공포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한지민은 자신의 친구들이 잇따라 죽음을 맞이하면서 미궁의 공포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명민한 의대생으로 사건 속으로 뛰어들고 영화는 결국 베일에 싸인 실체를 드러내는데 한지민은 그 같은 공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이고도, 영화 속 캐릭터처럼 명민한 설명을 이어갔다.
▶공포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관습적인 표현이 하나도 없어요. 오히려 점점 더 조여오는 그런 심리적 공포가 크죠.
▶또 그런 공포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지닌 내면과 사연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데요.
▶웬만한 공포영화는 극장문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남게 하잖아요. 하지만 '해부학교실'은 관객들에게 뭔가 숙제 같은 걸 남겨주는 것 같아요. 그 슬픔을 안고 살아간 인물들이 이후에 어떻게 됐을까 하는 연민 같은 거죠.
의대생인 자신의 캐릭터 역시 뭔가 사연과 슬픔을 지니고 있다는 뜻일 터이다.
"감독님께서 내 눈빛이 좋다고 하셨어요. 그 눈빛 뒤로 뭔가 강렬함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면서."
그 자신 스스로 다른 면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한지민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공포감을 느꼈고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으로서도 만족했다는 답을 내놨다.
-그럼 겁이 많다는 건 무슨 말일까.
▶살아가면서 씩씩해지는 것 같다. 늘 새로운 것에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다. 연기가 아닌 다른 일을 한다면 아마도 익숙해지는 데 1~2년을 걸릴 것이다.사람들과 관계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상대가 불편한 것에 티를 냈다. 지금은 겉으론 쿨한 척할 줄 알게 됐다. 사랑에도 조심스럽다.
-왜 그럴까.
▶싸우는 게 싫다. 너무 조심스럽고 예견된 헤어짐 같은 것도 싫다. 상대에 대해 알고 싶은데 그 때문에 망설이게 되고 그럼 상대는 이미 가버린 뒤다. 한 번 만나면 결혼까지 생각해야 하는데.
-소심한 성격인가보다.
▶그렇지는 않다. 다만 울타리 안에만 있다 넓은 세상으로 나온 느낌 같은 거다. 익숙하기 전까지는 무섭고 겁난다. 움츠러들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공포영화 출연이라는 새로운 경험은 어떤가.
▶다른 공포영화와 다르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주연배우인 만큼 현장에서 스태프들의 대우(?)도 남달랐을텐데.
▶천만에. 배우는 제작진의 한 파트일 뿐이다. 내게 배우와 스태프의 경계는 없다.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경성스캔들' 현장에서 나도 촬영 장비를 스태프들과 함께 나르곤 한다. 대접? 불편하다.
-가족들은 영화를 보셨나?
▶올해 81살이신 할머니만 보여드리지 못했다. 너무 놀라실까봐. 영화 포스터만 보시고도 놀라셨다. 호주 유학 중인 언니가 시사회에 참석해 엄마와 함께 영화를 봤다. 가족이 최고다. 난 평소 집에 일찍 귀가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가족들과 뭔가를 함께 하는 게 좋다.
한지민은 똑 부러지는 목소리와 억양으로 자신과, 자신의 영화와, 자신의 일상에 대해 감출 것도, 애써 드러낼 것도 없이 생각을 밝히곤 했다.
영화 시사회에서 "호러퀸 같은 것은 아예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한지민은 그 자신이 그렇게 자랑한 새로운 공포영화 한 편으로 이미 그 가까이 다가선 듯한 느낌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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