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우동: 주인없는 꽃'의 이동 역 백도빈 인터뷰

누군가의 아들로, 누군가의 남편으로 불리는 것. 물론 든든한 버팀목이 될 때도 있지만 배우에게는 넘어야 할 벽이기도 하다. 배우 백도빈(37)에게는 더욱 그렇다. 아버지 백윤식과 아내 정시아, 동생 백서빈까지 모두가 배우의 길을 가고 있다. 서로 독려하고, 그 부담을 짊어지며.
여러모로 2014년은 백도빈에게는 도약의 해였다. 백도빈은 지난 해 소속사를 옮겼다. 아버지와 동생 백서빈이 소속되어 있는 나무엑터스를 나와 친한 배우 최규환이 몸담고 있는 쇼비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소속사를 옮긴 해의 여름, 그는 영화 '어우동: 주인 없는 꽃'을 만나 연기 변신을 꾀했다.
'어우동'에서 그가 맡은 역은 양반집 규수 혜인(송은채 분)이 이름을 바꾸고 도성 최고의 색기를 가진 여인 어우동으로 변모하게 하는 원인이 되는 이동. 여인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자신의 품에 들어온 여인에게는 흥미를 잃는 나쁜 남자다. 여배우와 멜로나 애정신을 해본 적이 없었던 그에게는 정사신도, 혜인과 멜로신도 처음 도전하는 것이었다.
"정서적으로 충격을 주는 부분도, 베드신도 이 작품이 처음이었어요. 10년 넘게 연기를 하면서 키스신 한 번 없었고 여자연기자와 사랑을 이야기 하는 작품이 없었거든요(웃음). 저에게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의의도 있었고, 연기자로서 도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저라는 연기자에 대해 대중이 가지는 단편적인 기억이 있을 수 있는데, 이동과 혜인이 초반에 감정을 교류하는 부분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어우동'이라는 제목에서 오는 선입견, 백도빈도 작품을 읽기 전에는 가지고 있었다. 글을 읽어본 후 그는 한 여인이 그런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의 모순에 공감했다.
"타이틀에서 오는 느낌이 있잖아요. 대중들이 생각하는 어우동의 이미지도 있고.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는 선입견이 솔직히 있었고, 스캔들의 대명사로 알고 있었는데 읽어보니 그런 부분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이야기와 지점들이 있었어요. 표면적으로는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리지만 그 이면에는 그 시대의 구조적인 모순이 있거든요. 지금도 시대는 바뀌었지만 사람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 답습되는 부분들도 있고요. 그런 비판적인 부분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우동이라는 인물에 대한 선입견 탓에 처음에는 가족들도 고개를 갸웃했단다. 백도빈은 가족들에게 영화가 담은 메시지를 설명했고, 아버지 백윤식과 아내 정시아는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
"처음에는 이런 소재의 작품이 들어왔다고 했을 때 제목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가족들도 갸웃 했었어요. 내용에 대한 것을 얘기해드렸고, 시나리오도 보시고는 '그런 부분을 그릇되지 않게 잘 전달한다고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연기자로 참여한다면 의미도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집사람은 '그동안 키스신도 안했던 사람인데 대뜸 베드신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농담을 했어요(웃음). 아내도 충분히 연기자로서 해볼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 같다고 흔쾌히 얘기해줬죠."
지금은 영화 속 이동처럼 굴면 당장 집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농을 던지자 백도빈도 맞장구를 쳤다. 실제로는 가정적인 남편이라는 그는 가정주부들의 고충에 십분 동감했다.
"그럼 벌써 신문 1면에 나왔겠죠(웃음). 집사람에 저에 대해 가정적이라고 얘기해줬는데 제 입으로 얘기하긴 좀 부끄럽네요. 아무래도 저희는 일이 규칙적이지 않으니까 쉴 때는 제가 주로 육아를 담당해요. 그런 과정에서 주부, 엄마의 삶에 대해 느낀 것이 많아요. 어머님들의 내조가 오늘 날 대한민국 남자들을 지탱해주는 서포트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때로는 한 사람의 일에 가족 모두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지난 2013년에는 아버지 백윤식의 개인사에 가족들이 함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백도빈은 이를 배우 가족이 이겨내야 할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감내한다. 오히려 힘이 되는 부분이 더 많다고 웃는다.
"저희의 운명이면서 숙명인 것 같아요. 누구의 아들, 누구의 남편, 이런 수식어나 시선들도 저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하게 생각해야죠. 일을 시작했을 때는 부담이 당연히 있었어요. 지금은 그런 부담도 제가 짊어지고 가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 또래 2세 연기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 스스로 독려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죠. 지금은 사적이든, 연기든 더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을 기하게 되요. 다사다난한 해였죠(웃음)."
그는 지난 해 아버지 백윤식이 KBS 2TV '내일도 칸타빌레'를 통해 밝은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나서게 된 것에 박수를 보냈다. 감사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아버지도 영화 '내부자들'도 찍으시고, 다시 브라운관을 통해서 활동하게 되어서 새롭게 에너지를 충전하신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도 유쾌했고, 새롭게 쇄신하는 정서도 있었던 것 같고요. 아들로서 굉장히 감사해요."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에는 새로운 경험들이 많았다면, 올해는 더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잔잔한 일상, 따뜻한 멜로 등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이제는 좀 더 부드러우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가족애도 좋고 잔잔한 일상도 좋고, 평범한 사랑도 좋고요. 눈에서 레이저를 쏴야하고 폭발적인, 치열한 감정들도 매력 있지만, 잔잔하게 스며들 듯 평범한 삶 속의 인물을 표현하는 것도 매력 있을 것 같아요. 사랑도 좋아합니다(웃음). 로맨틱 코미디도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강한 캐릭터들이 인지가 많이 된 것 같아요."
올해 활동의 첫 문은 오는 15일 개봉하는 '어우동'으로 열게 됐다. '허삼관', '강남 1970' 등 대작들이 즐비하지만, 백도빈은 자신의 소신대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전달 됐으면 한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201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좋은 일들만 가득하셨으면 좋겠고, 저희 작품과 함께 새해에 새로운 기운을 얻으셔서 좋은 일들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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