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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주 "절정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무너질 것 같다"(인터뷰)

손현주 "절정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무너질 것 같다"(인터뷰)

발행 :

전형화 기자
손현주/사진제공=호호호비치
손현주/사진제공=호호호비치


스릴러에 출연하면 어둠을 더 짙게 만드는 배우가 있고, 어둠을 더 옅게 만드는 배우가 있다. 손현주는 후자다. 그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평범한 가장 같은 얼굴로, 영화에 현실을 더한다. 한국영화계가 스릴러 장르에 손현주를 찾는 이유기도 하다.


'숨바꼭질'에 이어 14일 개봉하는 '악의 연대기', 그리고 한참 촬영 중인 '더 폰'까지 손현주는 스릴러로 행보를 이어간다. 주위에서 "왜 그렇게 스릴러만 하냐"는 소리를 자주 들어 "이러면 안되나. 다음번에는 말랑한 것을 해야 하나" 싶었단다.


하지만 스릴러라는 장르에 특화된 배우는 오히려 스펙트럼이 넓어지기 쉽다. 피 뚝뚝 흐르던 배우가 살갑게 인사하면 관객들이 "이 사람에게 이런 면이?"라고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가 어려운 법이다. 그렇기에 손현주가 출연하는 스릴러는 청소년관람불가가 아니라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는지 모르겠다.


손현주는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귀 담아 듣겠다"고 했다.


손현주는 '악의 연대기'에서 적당히 때 묻히면서 위로 위로 올라가려는 형사반장 역할을 맡았다. 진급을 앞둔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기를 죽이려하는 사람과 맞서다 도리어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승진을 위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 자리를 떠났던 그는 다음 날 경찰서 앞에 자신이 죽인 시체가 크레인으로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한 때 정의를 외치다 적당히 때 묻히면서 살아갔던 그, 손현주만큼 그 때 묻힘이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때 묻히면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액션보다 더 힘들었다는 손현주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장소인 카페를 찾은 여고생들에게 사인을 해주느라 조금 늦었다. 오자마자 비타500 한 병을 단숨에 들이켰다.


"'악의 연대기'를 왜 했냐"고 물었다. 그는 입에 담긴 비타500을 뿜으며 캑캑 댔다. "왜 했냐고 하시면"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숨바꼭질' 끝나고 '악의 연대기' 시나리오를 받았다. 스릴러 장르를 좋아해서 한 건 아니다. '숨바꼭질'을 하면서 귀신이 안 나와도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악의 연대기'는 내가 만일 실제 그 상황이면 어땠을까라는 점이 끌렸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했으면 끝나는 일을, 생활의 때를 때라고 생각 안하게 되면서 결국 잘못되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런데 재밌게 본 만큼 연기를 하려니 진짜 힘들더라.


-뭐가 힘들었는가.


▶자기 속내를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화려한 액션이 없기에 그런 감정들을 담아두기만 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반전까지 이어지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관객이 따라가도록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관객들의 눈이 그만큼 정확하고 무서우니깐.


-'끝까지 간다' 제작사에서 만들기도 했고, '부당거래' 등 형사 장르 영화들이라 비교가 될텐데.


▶글쎄, '끝까지 간다' 제작사에서 만들었다는 타이틀은 왜 붙였는지 잘 모르겠다. 케이블에서 보긴 했는데 전부 보지를 못했다. '부당거래'도 못 봤다. 그래서 비교가 될지, 잘 모르겠다. 그저 다른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한다.


-갑상선암 수술을 받느라 영화 촬영이 늦어졌는데.


▶원래 지난해 5월에 촬영이 들어갔어야 했었다. 내 건강 때문에 다들 기다려줬다.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정말 감사할 수 밖에 없다. 건강 염려를 해주시는데 내가 좋아서 택한 것을 누구 탓을 하겠나. 끝까지 잘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또 내가 아픈 걸 관객들에게 알아달라고 할 수도 없잖나. 촬영 들어가면 앞 뒤 안 가리고 무작정 달렸다. 얼굴이 평범해서 대충하면 티가 난다. 그래서 죽기살기로 무작정 뛰었다.


-극 중 맡은 인물이 나이도 그렇고 손현주였기에 관객이 공감할 수 있었을텐데.


▶순수했던 시절의 모습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 반전이라 자세히 이야기할 순 없지만 원래 어린 아이에게 내가 갖고 있던 모든 돈이었던 3만원을 쥐어주는 장면이 있었다. 그게 맨 마지막에도 나오고. 둘 다 편집됐다.


촬영이 쉽지가 않았다. 나중에는 감정이 소진되더라. 한 번은 백운학 감독이 내 눈을 타이트하게 잡으면서 눈빛 만으로 기쁨과 슬픔, 분노, 좌절, 회한 등 한 8가지 감정을 표현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촬영장을 나와서 감독님에게 한 번 해보시라고 했었다. (웃음)

손현주/사진제공=호호호비치
손현주/사진제공=호호호비치

-백운학 감독과는 어땠나.


▶원래 촬영장 모니터를 잘 안 본다. 계속 보다보면 아까 했던 감정들과 다른 것을 하게 되더라. 자칫 폼을 잡기가 쉽고. 감독님과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표준계약서대로 찍다보니 촬영 시간 내에 모든 것을 끝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을 대신해서 내가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빨리 빨리 하자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숨바꼭질'을 할 때만 해도 과연 신인감독에 손현주, 문정희로 흥행이 되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흥행과 연기, 양쪽 다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됐는데. 절정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나.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두려운 건 사실이다. 위기감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니깐.


'추적자'와 '쓰리데이즈' 같은 TV드라마를 했을 때 들어온 영화가 '은밀하게 위대하게' 였다. 맞기만 하다가 그 영화에서는 처음 때리는 역할이었다. 분량은 상관없이 임팩트가 컸고. 영화에선 스릴러만 계속 한다고 주위에서 우려를 하니깐 "거기 갇힐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든다. 제안 받는 영화 중 70%가 스릴러이기도 하고.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서 최원영이 거지 연기자 계보 중 일대인 손현주에게 기술을 전수 받았다고 한 게 화제였는데.


▶거지 계보 1대라고 하더라. 어느 날 최원영에게 거지 연기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하냐고 연락이 왔더라. 그래서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때를 묻히는 게 중요하다고 해줬다. 신문지를 태운 뒤 그 재를 물에 잘 개서 바르고, 그것도 모자라면 흙을 바른다. 그리고 한 여름에도 두꺼운 옷이 필수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다음 작품은 죽은 아내에게서 전화를 받는 '더 폰'인데.


▶잘 나가는 로펌과 계약을 앞둔 변호사가 바로 그날 아내가 살해당하면서 실의에 빠져 사는 이야기다. 국선 변호사가 되고 딸 하나를 키우며 하루하루를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내에게 전화를 받게 된다. 또 스릴러냐고 한다면 정말 재밌는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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