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체'가 기존 좀비물의 공식을 뒤집는다. 연상호 감독은 집단 지성을 가진 감염체라는 새로운 설정으로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20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연상호 감독,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영화.
전 세계에 독창적인 한국 좀비 장르의 탄생을 알린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좀비 장르 자체를 리부트하는 '군체'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연상호 감독은 작품의 시작점에 대해 "제가 관심 있는 부분은 휴머니즘이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왔다"며 "AI(인공지능)가 구동되는 원리가 재밌어서 찾아보다가 AI는 보편적 사고의 총합 같은 느낌이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그 힘이 너무 세지다 보니까 개별성이 무력해 진다는 생각을 했고, 역으로 생각했을 때 가장 인간다움은 개별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소수의견을 낼 수 있는 권세정이라는 인물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1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배우 전지현이 생존자들의 리더인 권세정을 연기한다. 그는 "생명공학박사이기 때문에 갑자기 액션을 잘해도 되나? 하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많이 절제하면서 촬영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위기를 모면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을 지키면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또 다른 좀비물인 '킹덤: 아신전'에서도 활약했던 전지현은 "'군체' 시나리오를 보고 좋았던 점은 그 안에서 연결성이 흥미로웠다. 기존 감염자들은 개별적인 통제 불능의 행동을 보였는데 군체의 감염자들은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은 전지현의 클로즈업샷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당연하다"라고 웃으며 "이 작품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룰이 변화되고, 그걸 관객들이 계속 따라가야 하는 영화다. 관객이 룰을 놓치면 그 영화를 즐길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룰을 찾아내고, 깨닫는 얼굴이 주로 권세정이다. 문장의 마침표나 쉼표처럼, 영화 내에서 반복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의 전작인 '부산행'과 '반도' 속 인물들이 좀비 바이러스의 발원지를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던져졌다면, '군체'의 감염 사태는 인류를 다음 단계로 도약시키려는 생물학자, 서영철(구교환 분)의 비틀린 신념으로 인해 시작된다.
알 수 없는 표정 속 의도를 감춘 입체적 빌런 서영철을 연기하는 구교환은 "이 인물도 처음 겪어보는 교류고, 네트워크"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얼굴 근육을 거칠게 사용하려고 했고, 통신이 완만해질 때는 잠깐의 깜박임으로만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정과 마지막 결투에서는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 손짓, 발짓, 근육을 더 쓰기도 했다. 페이스 액션은 철저하게 감독님의 지도하에 이뤄졌다"고 했고, 연상호 감독은 "우리끼리는 마그네슘 부족 액션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구교환은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감염자들, 서영철에 몰입하자면 우리 아이들이라고 하겠다. 우리 아이들과 행위적으로 연결된 연기를 했는데 함께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굉장히 든든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 아이들의 연기를 보고 영감받아서 연기한 적도 있고, 함께 한 역할을 만들어간다는 게 든든하고 행복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얘들이 잘 있지?"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둥우리 빌딩 보안팀 직원 '최현석' 역의 지창욱은 감정과 액션, 캐릭터의 모든 방면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다.
연상호 감독은 "현석은 액션 내내 긴 봉 같은 걸로 싸우는데 프리프로덕션에서는 봉에다가 식칼을 연결해서 싸우는 걸 생각했는데 현석이라는 인물이 극적인 변화를 이루다 보니까 액션에서도 차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짧은 칼로 싸우는 걸로 연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창욱 배우가 액션을 너무 잘해서 몸짓만으로도 액션의 박진감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망원렌즈로 당기는 상태에서 따라가는 정도만으로, 완성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지창욱은 "처음 현장에서 좀비를 만났을 때 경이로웠다. 그분들의 분장과 움직임이 너무 감탄스러웠고, 그분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좀비의 눈을 그렇게 유심히 바라봤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덕분에 좋은 리액션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누나 현희(김신록 분)과 관계에 집중하면서 연기했다며 "'군체'가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게 굉장히 재밌었다. 현석이라는 인물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공감이 많이 가는 인물이기도 했다. 위험에 처했을 때 가족에 대한 생각, 관계의 취약성이 공감됐다"고 말했다. 김신록 또한 "대본 안에서 두 사람의 전사가 자세히 드러나진 않지만, 정서적인 연결고리가 잘 드러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극 중 김신록을 업고 연기하기도 하는 지창욱은 "촬영하는 내내 부담이 됐던 적은 없었다. 남매가 영화의 모든 부분에 업고 나왔기 때문에 되레 의지를 많이 했던 느낌이다. 붙어있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의지하게 되고, 힘이 났던 것 같다. 물리적으로는 피로감이 없진 않지만, 어떻게 보면 누나에게 정서적으로 연결됐던 것 같고, 더 힘을 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신현빈은 생명공학부 교수이자 특별조사팀, 그리고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공설희' 역을 맡았다. 그는 "외부에서 이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이고, 피해자 가족이기도 하다. 어떻게 밸런스를 가져가야 영화와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전문가로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의 심플한 장르 문법과 달리, '군체'의 생존자들은 진화하는 감염자들의 행동과 공격의 패턴을 예상할 수 없다.
연상호 감독은 "처음엔 좀비 영화를 만들려고 준비한 건 아니다. 이 사회의 잠재적 공포에 대해 생각했다. 제가 느낀 건 초고속 정보 교류를 통한 집단적 사고, 거기서 느껴지는 개별성의 무력함에 대해 최규석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그 생각의 끝에서 이 작품이 좀비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방향이든, 옳은 방향이든 업데이트를 해나가는 좀비를 생각했다. 전작의 좀비들과는 다르다. 브레이크 댄서, 스턴트맨과 작업을 많이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집단 지성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추상적인 개념을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전작과는 다르게 현대무용팀을 섭외해서 제가 원하는 느낌을 이야기했다. 제가 상상했던 좀비가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군체'의 손익분기점은 약 300만 명으로,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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