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등장만으로 웃음이 터진다. 배우 오정세가 '와일드 씽'에서 제대로 날아다니며, 다시 한번 진가를 입증했다.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
오정세는 원조 '고막남친'이자 발라드 왕자 '최성곤' 역을 맡았다. 오직 실력과 노력으로 지상파 1위 후보까지 올랐지만, 만년 2위를 벗어날 수 없고, 이제는 1위에 오를 때라고 확신한 순간, '트라이앵글' 신곡에 밀려 39주 연속 2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고 만다.
그는 마지못해 참석한 '트라이앵글'의 1위 축하 파티에서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흑역사와 함께 자취를 감춘다. 과거 여심 사냥꾼이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유해 야생동물을 처리하는 진짜 사냥꾼의 거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 그에게 콘서트 제안이 들어오고 가슴 깊이 묻어둔 무대를 향한 열망이 폭발한다.

흩날리는 장발에 화이트 셔츠, 오정세는 등장만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힘을 가졌다. 울분과 시기심으로 가득 찬 만년 2위, 겉과 속이 다른 능청스러운 '러브 유!' 포즈는 심상치 않은 오정세 표 코미디의 시작을 알린다.
여기에 최성곤의 '니가 좋아'는 한번 들으면 자꾸만 입에서 맴도는 중독적인 멜로디와 서정적인 분위기로 그 시절 감성을 소환한다. 그의 절제되고도, 애달픈 추임새는 귀는 즐겁고, 눈은 자꾸 웃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완성한다. 마치 '니가 좋아'에는 웃음 버튼이라도 눌린 듯,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마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오정세는 웃음을 계산하거나 밀어붙이지 않는다. 작품 안에서 의도가 아닌 분위기처럼 번지는데, 손재곤 감독이 오정세와 코미디 호흡을 고대하던 이유가 단번에 이해된다.
20년 후 전혀 다른 몰골로 나타난 그는 못 다 이룬 꿈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고, 끝내 무대 위에서 '니가 좋아'를 부르는 순간 '토 나오게 웃기다'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터다. '와일드 씽'의 중심에 있는 트라이앵글의 세 멤버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은 기존의 이미지를 뒤집는 예상 밖의 모습으로 웃음을 안긴다면, 오정세는 특유의 사람 냄새 나는 연기로 영화의 밀도를 높인다.
최근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서는 특유의 재치 있고 노련한 생활 연기부터 낮은 자존감과 불안함이 뒤섞인 복합적인 내면 연기까지 선보이며 오정세의 진가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여기에 오정세는 현재 방송 중인 MBC '오십프로'에서도 또 다른 얼굴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쉼 없이 새로운 캐릭터를 꺼내들면서도, 매번 예상 밖의 놀라움을 안기는 오정세의 '열일'이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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