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가 1-0 그대로 끝나는가 싶던 후반 추가시간 4분. 청주종합운동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환호를 한 몸에 받은 주인공은 강지훈(20,용인대). 한국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득점포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오후 청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 U-20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한국은 전반 38분 이승우가 다이빙 헤더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4분. 앞서 후반 39분 교체 투입된 강지훈이 문전에서 대기하고 있엇다. 이어 오른쪽에서 하승운(19,연세대)이 올린 크로스를 문전에 있던 강지훈이 힘껏 뛰어오른 뒤 시저스 킥으로 연결,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시저스킥은 2004년 10월 3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 19세 선수권'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신영록이 터트린 이후 13년 만에 나온 것이다.
더불어 23년 전인 1994년 9월 13일. 동대문운동장에서 나왔던 시저스킥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김도훈(현 울산 현대 감독)은 오른쪽 진영에서 한정국이 올린 크로스를 시저스킥으로 연결, 2-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상무에서 뛰던 김도훈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한국 A대표팀에서 시저스킥은 이 골이 유일하다. 이 환상적인 시저스킥은 선수 생활 내내 김도훈을 따라다니며 언급됐다.

그리고 2017년 5월 11일. 강지훈이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환상적인 역대급 시저스킥을 터트렸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강지훈은 "제가 앞으로 뛰어 들어가는 도중에 공이 좀 뒤쪽으로 왔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그런 슈팅이) 나온 것 같다. 잘 맞긴 맞았는데, 사실 들어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공이 골문 안에 들어가 있더라"면서 득점 순간을 떠올렸다.
강지훈은 지난해 11월 펼쳐진 '2016 수원 컨티넬탈컵' 잉글랜드전에서도 인상적인 골을 터트린 바 있다. 당시 중앙 지역에서 드리블을 치고 들어간 뒤 수비수를 앞에 둔 채 아크 근처서 오른발 감아 차기 슈팅을 시도, 잉글랜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강지훈은 두 골 장면을 비교해 달라고 하자 "개인적으로는 잉글랜드전이 더 멋있었던 것 같다. 제가 개인 능력으로 수비수들을 다 제치고 넣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고비도 있었다. 지난 3월 열린 '아디다스컵 U-20 4개국 축구 대회' 3차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것. 신태용 감독은 12일 승리 후 "강지훈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이 득점을 계기로 마음고생을 털었다고 본다. 그는 상당히 우리 팀에 중요한 선수"라며 믿음을 보였다. 강지훈 역시 "상처를 받았는데, 이는 축구 선수를 하면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강지훈은 현재 신태용호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트린 선수이기도 하다. 27경기에 나와 12골을 넣었다. 끝으로 강지훈은 "편하게 마음을 갖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면서 환한 표정으로 월드컵 본선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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