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정운찬 KBO 新총재 "야구가 전 국민 '힐링'되도록 할 것" 취임사

정운찬 KBO 新총재 "야구가 전 국민 '힐링'되도록 할 것" 취임사

발행 :

캠코양재타워=김우종 기자
정운찬 KBO(한국야구위원회) 22대 신임 총재와 구본능 전 총재가 3일 서울 강남구 캠코 양재타워에서 열린 KBO 총재 이·취임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운찬 KBO(한국야구위원회) 22대 신임 총재와 구본능 전 총재가 3일 서울 강남구 캠코 양재타워에서 열린 KBO 총재 이·취임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운찬(71) KBO 신임 총재가 취임 일성을 밝혔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이·취임식이 3일 오전 10시 서울 캠코 양재타워에서 열렸다. 이날 이·취임식에서는 구본능 총재와 정운찬 신임 총재를 비롯해 김응룡, 김인식, 허구연, 선동렬, 양해영 사무총장 등 야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29일 KBO는 제4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제 22대 KBO 총재로 총회에 추천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정 총재는 이날 취임식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국민 스포츠로 84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의 제 22대 커미셔너를 맡게 된 정운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먼저 제게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신 구본능 총재님과 프로야구 10개 구단 구단주님, 대표이사님, 그리고 관계자분들 및 야구 팬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인사했다.


정 총재는 "오래전부터 우리 프로야구 경기장을 자주 찾았고 야구예찬이라는 수필집도 썼으며, 부족하지만 야구 해설을 해본 경험도 있다"며 "월드시리즈를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기도 했으며,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시구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 총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1989년에 이태리 문학 교수이자 예일대학교 총장을 지내신 바트 지아매티 씨가 커미셔너로 일한 적이 있고 그 분도 평생 야구팬이었다"며 "저는 야구 사랑과 애정으로 그 분 못지않게, 아니 더욱 열심히 프로야구와 팬들을 위해 일할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정 총재는 "미국에서는 야구가 생활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야구가 종교라는 말을 한다"며 "저는 한국프로야구 KBO리그가 '헬조선'으로 불릴 만큼 암담한 상황의 대한민국에서 야구 팬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힐링'이 되도록 하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 총재는 "미국에서 야구팬들을 대상으로 '야구장을 찾는 이유'에 대한 여론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바로 '향수, 추억'이었다"며 "할아버지 손을 잡고, 부모님과 함께, 친구 연인과 어울려 찾았던 야구장에서의 추억과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가장 많다"고 전했다. 이어 "KBO리그도 누구나 경기 티켓을 구입하고, 구장을 찾아 관람하고, 좋아하는 구단과 선수를 응원하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콘텐츠로 넘치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운찬 KBO(한국야구위원회) 22대 신임 총재가 3일 서울 강남구 캠코 양재타워에서 열린 KBO 총재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운찬 KBO(한국야구위원회) 22대 신임 총재가 3일 서울 강남구 캠코 양재타워에서 열린 KBO 총재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음은 취임사 전문.


대한민국 최고의 국민 스포츠로 840만 관중 시대를 연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의 제 22대 커미셔너를 맡게 된 정운찬입니다. 먼저 제게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신 구본능 총재님과 프로야구 10개 구단 구단주님, 대표이사님, 그리고 관계자분들 및 야구 팬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학자가, 행정가가 왜 갑자기 프로 스포츠 산업의 전문 경영인에게나 적합할 KBO리그의 총재를 맡게 됐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교수를 했으며, 서울대학교 총장을 지난 학자입니다. 그리고 잠시 정부에서 국무총리의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KBO 총재까지 맡게 됐습니다. 어떤 분들은 왜 그렇게 '총'자가 들어간 자리를 좋아하냐고 우스개 덕담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학문도 행정도 제 삶의 과정이었지만, 야구는 어려서부터 저의 로망이자 삶의 일부분이 돼 왔습니다. 아쉽게도 프로야구 선수가 될 실력은 없었지만,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야구를 하며 인생의 즐거움을 발견했고, 유학 시절에도 야구 관전을 워낙 즐겨 학위를 마치는 것이 약간 늦어졌을 정도였습니다.


오래전부터 우리 프로야구 경기장을 자주 찾았고, 야구예찬이라는 수필집도 썼으며, 부족하지만 야구 해설을 해본 경험도 있습니다. 월드시리즈를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기도 했으며,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시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89년에 이태리 문학 교수이자 예일대학교 총장을 지내신 바트 지아매티씨가 커미셔너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분도 평생 야구팬이었습니다. 저는 야구 사랑과 애정으로 그 분 못지않게, 아니 더욱 열심히 프로야구와 팬들을 위해 일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야구가 생활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야구가 종교라는 말을 합니다. 저는 한국프로야구 KBO리그가 '헬조선'으로 불릴 만큼 암담한 상황의 대한민국에서 야구 팬 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힐링'이 되도록 하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미국에서 야구팬들을 대상으로 '야구장을 찾는 이유'에 대한 여론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바로 '향수, 추억'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부모님과 함께, 친구 연인과 어울려 찾았던 야구장에서의 추억과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가장 많습니다. KBO리그도 누구나 경기 티켓을 구입하고, 구장을 찾아 관람하고, 좋아하는 구단과 선수를 응원하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콘텐츠로 넘치게 만들고 싶습니다.


요즘 세계적 트렌드 중 하나가 슬래셔(SLASHER)라고 합니다. 뉴욕 타임즈 칼럼니스트 마르시 앨보허가 만든 말인데 이제 갈수록 많은 사람이 생업보다는 오히려 취미나 여가 생활에서 인생의 기쁨을 느끼고, 대인관계에서도 그것이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된다는 것입니다.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장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대한민국도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거라 믿습니다.


1982년이 원년인 한국 프로야구가 시작된 지 36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야구인들의 노력과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36년에 걸맞은 질적인 성장을 새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사 정부 주도로 시작된 프로야구가 모기업의 홍보 수단 역할을 거쳐, 이제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프로야구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래야 프로야구의 장기적이면서도 시급한 과제인 프로야구의 산업화와 프로야구단의 비즈니스 모드 정착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지금처럼 모기업에 크게 의존하는 구단 운영 체계로는 장기적인 프로야구의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야구단이 스스로 경제적인 독립체이자 이익을 낼 수 있는 진정한 프로 기업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구단의 개별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10개 구단과 KBO가 힘을 합쳐 프로야구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치열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140년이 넘는 역사의 메이저리그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해 최초로 100억달러 매출을 달성해 11조원이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15년 연속으로 수익이 증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KBO리그와 구단에 도움이 되는 제도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입을 시도하고, 메이저리그와 교류도 활발하게 하겠습니다.


또 여전히 너무 낮은 KBO리그의 최저 연봉 2700만원과 최고 연봉 23억원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 일부 불합리함을 지적 받고 있는 FA 규정, 턱없이 오른 외국인 선수 몸값 등 KBO리그의 기존 제도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성장할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것들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하다면 과감히 수정, 발전시키겠습니다.


프로야구는 구단과 선수와 KBO가 균형 잡힌 공동의 힘으로 끌어가야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구인과 선수협과의 발전적인 협력, 야구 단체와는 물론 미디어와도 적극적 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야구의 뿌리인 아마야구가 발전해야 프로야구도 발전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김응룡 회장님이 이끌고 계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더욱 활발한 상호 교류와 협조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KBO에서 추진해오던 아마추어 야구 지원 사업도 잘 이어받아 적극적으로 아마 야구의 양적, 질적 발전을 돕겠습니다. 아울러 당장 올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과 대한민국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맞을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위한 준비와 지원도 철저히 하겠습니다.


밖에서 제가 지켜본 KBO는 그동안의 발전에도 지난해에는 과거에 있었던 심판의 일탈 행위, 일부 선수의 도박과 음주 파문, 오심 문제 등 유독 사건 사고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표면화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투명하게 처리했더라면 문제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가졌습니다. 앞으로는 일벌백계의 엄한 규정과 함께, 선수 윤리나 도덕 관련 교육과 정보의 교환, 전달 등을 철저히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 모든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하여 KBO리그에 대한 신뢰와 위상 제고에 힘을 쏟겠습니다.


'팬심(FAN心)'은 한국프로야구가 떠있는 바다입니다. 바다가 깊고 넓어야 큰 배가 뜰 수 있습니다. 팬들이 믿고 신뢰하며 더욱 큰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실 수 있는 KBO리그와 야구단,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000만 관중이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1천만명 이상의 팬들이 야구장을 찾으실 수 있는 인프라와 콘텐츠를 갖춘 KBO리그로 발전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뛰겠습니다.


KBO총재에 취임하며 여러분과 함께 꼭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최근 프로야구가 크게 발전한 것은 전임 총재님들 특히 구본능 총재님의 리더십 때문이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던 9구단, 10구단이 창단돼 KBO리그의 팀이 10개로 확대됐고, 사상 최초로 시즌 관중이 2년 연속 800만을 훌쩍 넘었습니다. 53개이던 고교 야구 팀이 74개로 늘었습니다. 그동안 열성적으로 KBO를 이끌어 오던 구 총재님의 업적에 경의를 표합니다. 지금 모두 다 같이 구 총재님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쳐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열린 마음과 소통을 중시합니다. 서울대 교수와 총장 시절에도 강의실에서만이 아니라 학생들과 야구를 하며 소통을 했고, 총리 시절에도 곳곳을 다니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언제든 여러분들의 좋은 의견과 따끔한 비판도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제 구체적인 제 임기 3년 동안의 기본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제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연도는 프로야구가 40세 불혹의 나이가 되는 2021년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KBO리그를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프로스포츠 리그로 만들어 2021년을 맞이하겠습니다.


세부 실행 계획은 앞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2018년 올해에는 KBO 조직 정비 역량 강화, 제도 개선, 클린 베이스볼의 구체적인 실현 ,144경기 경쟁력, 외국인 선수의 효율적 관리 등에 대한 방안을 찾겠습니다. 필요하다면 한국은 물론 메이저리그 등 전문 연구 기관에 한국 프로야구에 가장 적합한 제도를 찾도록 외주를 줄 생각까지 합니다.


2년 차인 2019년은 중계권 가치 평가와 합리적으로 평가받는 계약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수익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그리고 3년차인 2020년에는 메이저리그 성공의 바탕이 된 MLB.com처럼 KBO.com으로 한국프로야구 통합 마케팅이 빠른 시일 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 경제의 동반 성장에 대해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제 경제에서의 동반 성장뿐만 아니라 야구의 동반 성장, 나아가서는 스포츠 전체의 동반 성장을 위해서 KBO의 전 직원과 함께 힘을 기울일 각오입니다.


사무총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취임식을 하지만 아직 사무총장을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총재에 취임하게 돼 적임자를 찾는데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제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실무를 많이 도와줄 사무총장의 역할이 중차대합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좋은 분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공모제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1년을 새롭게 시작하는 바쁜 이 시기에, 그리고 추운 날씨에도 취임식을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대단히 고맙습니다. 제가 이번에 총재 지명을 받자 언론에서는 '베이스볼 키드가 프로야구 수장이 됐다'며 제 야구 인생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동네에서 야구공을 던지며 파란 하늘을 바라보던 그 소년의 행복감에 그동안의 제 인생 경험을 모두 더해 진심으로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발전에 헌신하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다시 한 번 오늘 함께 해주신 언론과 야구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는 팬 여러분 모두 KBO리그와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2018년을 시작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P.S 취임사를 다 작성한 후 몇몇 야구기자와 팬들이 KBO리그에 다음과 같은 주문을 했습니다. 일리가 있는 충고입니다. 성실히 따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 선수들, 특히 고액 연봉 선수들은 팬과의 스킨십을 강화해라.


2. 스트라이크존의 일관성을 유지해라.


3. 늘어진 경기 시간을 단축시켜라.


4. 누가 보아도 명백한 오심이 있으면 징계하라.


사진

주요 기사

스포츠-야구의 인기 급상승 뉴스

스포츠-야구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