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펜딩 챔피언'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8회 '맏형' 오승환(39)마저 무너지면서 결국 빈 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한국은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에 6-10으로 패해 최종 성적 4위로 마무리했다. 4일 일본, 5일 미국과 준결승전에서 연달아 패해 동메달 결정전까지 밀린 한국은 마지막 경기마저 내주면서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을 구겼다.
대회 내내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박해민(31)이 5타수 3안타 1타점 1도루, 김현수(33)가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1타점로 활약했고, 부진하던 강백호(22)도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좋았다. 고우석(23)과 조상우(27) 역시 각각 2⅓이닝,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지만, 8회 등판한 오승환이 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시작부터 한국은 대량 실점을 내줬다. 이번 대회 좋은 모습(2경기 6이닝 1실점)을 보여준 김민우(26)지만, 이날만큼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상위 타선이 더 강했다. 선두 타자 에밀리오 보니파시오가 2루타를 치고 나갔다. 김민우는 에릭 메히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훌리오 로드리게스에게 2점, 후안 프란시스코에게 1점 홈런으로 백투백 홈런을 내주며 순식간에 점수는 3-0으로 벌어졌다.
이후에도 볼넷을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고 결국 차우찬으로 교체됐다. 차우찬은 멜키 카브레라에게 안타, 호세 바티스타에게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찰리 발레리오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내줬으나, 헤이슨 구즈만을 땅볼로 잡아내며 어려웠던 1회를 마무리했다.
2회부터는 고우석의 안정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2회를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고우석은 3회도 2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4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발레리오에게 볼넷, 구즈만의 진루타로 1사 2루 위기를 초래하긴 했지만, 구원 등판한 박세웅이 실점 없이 막아내며 자책점 0을 기록했다.
마운드에서 고우석과 박세웅이 분투하는 사이, 타선도 힘을 냈다. 2회 말, 김현수는 선두 타자로 나서 중전 2루타로 출루했고 박건우의 중전 적시타 때 홈으로 들어왔다. 4회에는 발데스를 상대로 라인 드라이브성 우월 솔로 홈런을 기록하며 한국에 2점째를 안겼다.

박세웅은 5회 2사 후 잠시 흔들렸다. 두 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뒤 미에세스, 카브레라에게 연속 안타를 내줘 추가 1실점 했다. 그러나 한국은 곧바로 반격을 개시했다. 양의지, 김혜성이 연속 안타로 출루했고, 박해민이 중전 안타로 양의지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무사 1, 3루 상황에서 허경민이 땅볼 타구로 3루 주자 김혜성을 불러들였고, 박해민을 2루로 진루시켰다.
이번 대회 절정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박해민이 또다시 일을 냈다. 이정후의 타석에서 박해민이 2루에서 3루를 훔쳤고, 상대 투수의 폭투 때 홈까지 들어오며 5-5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김현수, 오재일이 볼넷으로 출루하는 등 위기에 계속되자 도미니카 공화국은 에이스 크리스토퍼 메르세데스까지 내보내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2사 1, 2루 상황에서 강백호가 중전 1타점 적시타로 6-5 역전을 만들어냈다. 지난 1일 한국에 5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라울 발데스(44)는 책임 주자가 모두 들어오면서 4이닝 5실점으로 체면을 구겼다.
6회 한국은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 탓에 1회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한 조상우는 선두 타자를 파울 뜬 공으로 잡아냈다. 후속 타자들에게 볼넷, 안타로 내줬지만, 메히아를 내야 뜬 공으로 처리하면서 2사 1, 2루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다음이 문제였다. 조상우가 던진 몸쪽 공을 로드리게스가 스윙했고 그 과정에서 몸에 맞는 볼이 나왔다. 스윙을 하지 않았다면 몸에 맞지 않을 수도 있었기에 김경문 감독은 항의했으나, 주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2사 만루 상황에서 조상우는 결국 프란시스코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국의 1점 차 리드를 지켜냈다. 6회에 이어 7회도 조상우는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지난 미국전의 아쉬움을 달랬다.

위기는 계속됐다. 8회 초 등판한 오승환이 안타 2개와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위기를 맞았고, 프란시스코의 타석 때 3루 주자 구즈만이 들어오면서 6-6 동점이 됐다. 프란시스코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면서 6-8로 역전됐고, 미에세스가 투런 홈런으로 점수는 6-10으로 더욱 벌어졌다. 결국 김진욱으로 교체됐고, 김진욱은 2개의 볼넷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원태인이 9회 초 구원 등판해 무실점으로 잘 막아낸 한국은 9회 말 김혜성, 박해민의 연속 안타와 상대 좌익수의 실책으로 무사 2, 3루가 만들며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4점 차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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