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즌 준비에 어려움을 겪은 지난해 KBO 리그 MVP 아리엘 미란다(33)가 드디어 돌아왔다. 희망을 보여준 동시에 숙제도 남겼다.
미란다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경기에 두산 베어스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미란다의 시즌 첫 선발 출격이었다. 지난달 20일 시범경기 대구 삼성전에 등판한 후 자취를 감췄던 그는 한 달 가까이만에 드디어 팬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1군 타자를 상대한 탓일까, 미란다는 1회 선두타자 이용규(37)에게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 김혜성(23)을 병살타로 처리했지만 3번 이정후에게 다시 볼넷을 내주는 모습을 보였다. 미란다는 우여곡절 끝에 1회를 마쳤다.
이후로도 미란다는 아슬아슬하게 던지면서도 실점을 최소화했다. 매 이닝 사사구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고, 그럼에도 안타는 좀처럼 내주지 않았다. 3회까지 5명의 주자를 내보냈지만 점수는 한 점도 올라가지 않았다.
4회 첫 두 타자를 모두 아웃 처리한 미란다는 아이러니하게 이후 첫 실점을 기록했다. 7번 전병우(30) 타석에서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을 허용한 후, 다음 타자 김주형(26)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맞아 점수를 허용했다. 그는 9번 박찬혁(19)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은 막아냈다.
4회까지 70구를 던진 미란다는 5회 시작과 함께 좌완 최승용(21)으로 교체되며 임무를 마감했다. 이날 그는 4이닝 1피안타 6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2-1로 앞서던 상황에서 내려가며 승패는 기록하지 않았다. 두산은 최승용이 3실점하며 역전을 허용, 결국 2-6으로 패배했다.

이날 미란다는 좀처럼 제구가 잡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패스트볼 최고 시속은 140㎞대 중반을 넘었지만 대부분의 공은 130㎞대 후반~140㎞대 초반에서 형성되는 등 아직 구속도 완벽하게 돌아온 모습은 아니었다.
사실 지난해 초반에도 미란다는 첫 2달 동안 44⅓이닝 동안 29개의 볼넷을 허용, 불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6월 중순부터 제 궤도에 오른 그는 남은 기간 34볼넷(129⅓이닝)만 내주며 안정을 찾았다.
결국 문제는 구속 회복이다. 미란다는 시범경기 투구에서도 좀처럼 시속 140㎞ 이상의 공을 보여주지 못하며 불안감을 드러냈고, 결국 어깨의 불편함으로 인해 이탈하게 됐다. 지난해 수준(평균 146.4㎞)으로 돌아와야 탈삼진왕의 위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4승(4위) 5패 225탈삼진(1위) 평균자책점 2.33(1위)을 기록하며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와 시즌 MVP를 수상했던 미란다는 당연히 두산과 재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비시즌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해 뒤늦게 입국했고, 스프링캠프에도 3주가 지나서야 합류했다.
결국 미란다는 부족한 준비 과정 속에 2022시즌에 들어가게 됐다. 당분간은 '혼자만의 스프링캠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리그를 지배했던 MVP의 정상 복귀는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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