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령탑의 최종 체크포인트를 수행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노출됐다. NC 다이노스의 좌완 기대주 정구범(22)이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강인권 NC 감독대행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를 앞두고 정구범의 현재 상태에 대해 언급했다.
정구범은 지난 6일 함평 기아 챌린저스 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팀이 6-4로 앞서던 5회 말 1사 1루에서 선발 이용준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김선우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하며 득점권 위기를 맞은 정구범은 8번 이영재를 삼진, 9번 김창용을 3루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중요한 순간 마운드를 지킨 그는 6회 시작과 함께 좌완 임정호에게 마운드를 물려줬다.
이날 정구범은 ⅔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0.69로 내려갔다. 뒤이어 등판한 투수들이 리드를 지켜주고, 7회 초 오장한의 3점 홈런 등으로 6점을 내며 정구범은 올해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투구 내용보다도 주목할 점은 바로 '연투'를 했다는 점이었다. 정구범은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거뒀는데, 올해 정구범이 연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구범에게 연투 여부가 중요했던 것은 바로 1군 진입 여부가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강 대행은 지난 1일 정구범에 대해 "연투가 가능해야 해서 그 부분 때문에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그러나 사령탑은 여전히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강 대행은 "연투를 했을 때 구속이 시속 1~2km 정도 떨어지는 부분을 체크했다"며 "지금보다 더 스피드나 구위에 꾸준함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판단하려고 생각 중이다"고 전했다.

미국 유학을 거쳐 덕수고 시절 청소년 대표로 선발됐던 정구범은 2020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NC에 2차 1라운드로 지명받았다. 기대치가 컸기에 NC는 1차 지명 김태경(1억 5000만 원)보다도 많은 2억 5000만 원의 계약금을 정구범에게 안겨줬다.
그러나 입단과 함께 어깨 통증을 느끼며 정구범은 좀처럼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첫 해 2군에서 4경기에 등판한 그는 지난해에도 같은 부위에 불편함을 느끼며 6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정구범은 시즌 도중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재활에 들어갔다.
몸 상태를 끌어올린 정구범은 2군 스프링캠프에 참여했고, 5월부터 본격적으로 투구를 시작했다. 그는 올 시즌 꾸준히 시속 145km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지며 건재함을 증명하는 중이다. 강 대행도 "(어깨 쪽에) 불편함도 없고, 구위도 예전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정구범은 "구속은 만족하고 있다. 경기 내용도 계속 좋아서 컨디션 관리만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투도 가능하다"고 단언한 그는 "아직은 점점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이라 연투를 잘 안 시켜주시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까지 '부상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고백한 정구범은 "올해는 아예 그런 게 싹 사라졌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군 무대 진입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정구범은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1군 마운드에 서면) 너무 좋을 것 같다"면서도 "상상조차 않는다. 조급한 마음 때문에 재활을 반복하다 보니까 올해는 아예 그런 생각을 없애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데뷔도 안 한 선수이기 때문에 2군에서 열심히 던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린 나이에 찾아온 2년의 시련, 그러나 그 기간 정구범은 더 단단해졌다. 그는 "아예 우여곡절이 없었다면 언젠가는 한 번쯤 힘든 시기가 올 텐데, 그게 빨리 찾아와서 2년 빨리 야구 못하고 나중에 2년 더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구범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구원투수로만 나서고 있다. 1군에 올라와서도 그는 이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강 대행은 "선발투수로 낼 상태는 아니다"고 말하며 "똑같이 불펜을 맡는 게 맞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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