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에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는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31·토론토)의 영입이 지난해 이미 추락의 징조를 보였음에도 이를 눈치채지 못한 토론토의 잘못이 되고 있다.
기쿠치는 11일(한국시간)까지 올 시즌 16경기에 등판, 3승 5패 평균자책점 5.12를 기록 중이다. 지난 8일에는 목 부상으로 인해 로테이션을 거르고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는 기쿠치에게 3년 3600만 달러(약 471억 원)의 계약을 안겨줬다. 2019년 시애틀 소속으로 빅리그 진출 후 특출난 시즌 없이 보냈지만, 지난해 전반기에 6승 4패 평균자책점 3.48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여기에 올스타에도 선정됐기에 이런 모습을 보고 기쿠치를 영입하게 됐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7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11에 그쳤던 기쿠치는 결국 후반기 단 1승에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5.98까지 상승했다. 시즌 막판에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했고, 시애틀의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구원 등판도 이뤄지지 못했다.
'용두사미'의 모습을 보인 기쿠치에게 시애틀은 4년 6600만 달러의 구단 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기쿠치 역시 선수 옵션(1년 1300만 달러)을 실행하지 않으면서 시장에 나오게 됐다. 직장폐쇄로 인해 무소속으로 지내던 그는 올해 3월 토론토와 손을 잡았다.

현재로서는 토론토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가는 분위기이다. 특히 지난해 9이닝당 3.6개였던 볼넷이 올해는 5.7개까지 올라간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준수한 편이었던(9이닝당 2.8개) 볼넷이 올해는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 문제는 이미 전 소속팀인 시애틀에서는 이에 대한 판단을 마쳤다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선의 롭 롱리는 "시애틀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기쿠치가 토론토에서 고전하고 있는 게 전혀 놀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2021년 후반기 부진을 가까이서 지켜봤고, 문제는 기술적인 것 이상이다"고 말했다.
해결책도 마땅찮다. 롱리는 "토론토는 여전히 기쿠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계약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는 말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토론토는 시애틀이 버린 투수를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데려온 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최근의 침체로 나타나게 됐다.
아직 입단 후 반 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기쿠치의 팀 내 입지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6일 오클랜드전에서 2⅓이닝 동안 7개의 4사구를 내준 그에게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투수 뒤에서 경기를 하는 건 참 힘든 일이다"며 대놓고 저격했다.
몬토요 감독은 다음날에도 "우리는 기쿠치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조정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 현지에서는 마이너리그 강등 이야기도 나왔으나 일단 부상자 명단에 올리는 것으로 이를 대체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토론토는 케빈 가우스먼-호세 베리오스-알렉 마노아-류현진-기쿠치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우스먼과 마노아만이 꾸준히 활약했고 베리오스와 기쿠치는 부진, 류현진은 부상으로 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가우스먼마저도 타구에 맞아 선발 등판이 밀렸다. 이런 상황이기에 더욱 기쿠치의 부진이 아쉽기만 한 토론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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