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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그 이상' 박영현 "국제대회 별것 없네요, KT 팬들 걱정마세요" [항저우 현장인터뷰]

'고우석 그 이상' 박영현 "국제대회 별것 없네요, KT 팬들 걱정마세요" [항저우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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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싱=안호근 기자
박영현이 5일 일본과 슈퍼라운드 경기를 승리로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박영현이 5일 일본과 슈퍼라운드 경기를 승리로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특히나 좀처럼 터지지 않는 타선은 보는 이의 가슴 속을 답답하게 만든다.


고구마를 100개쯤 먹은 것 같이 가슴이 답답한 상태를 속 시원히 해결해주는 선수도 있다. 타선에서 대체 선수 윤동희(20·롯데 자이언츠)가 있다면 마운드엔 KBO리그 홀드 1위 박영현(20·KT 위즈)이다.


박영현은 5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사오싱 베이스볼&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야구장 메인 경기장(The Baseball Main Venue of Shaoxing Baseball & Softball Sports Centre)에서 열린 일본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1경기에서 한국이 1-0으로 앞선 8회 구원등판해 2이닝 동안 21구를 뿌리며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팀 2-0 승리를 지켜낸 박영현은 값진 세이브까지 수확했다.


지난해 KT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문한 박영현은 올 시즌 KT의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거듭났다. 67경기 73⅓이닝을 소화하며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ERA) 2.82로 맹활약하고 있다.


한일전에서 역투를 펼치는 박영현.
한일전에서 역투를 펼치는 박영현.

특히 홀드 부문에선 리그를 떠나 있음에도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노경은(SSG·27개)과 격차가 5개에 달해 역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프로 2년 차에 홀드왕 타이틀 홀더 등극을 앞두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박영현의 활약은 대단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하는 모양새다. 조별리그 첫 경기 홍콩전에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12구로 완벽투를 펼쳤던 박영현은 대만전 진가를 발휘했다. 대표팀 선발과 불펜의 최고 투수인 문동주와 고우석이 각각 4이닝 2실점, 1이닝 동안 2피안타 2실점했으나 박영현은 달랐다.


대만을 상대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위축될 법도 했지만 연신 위력적인 속구를 찔러 넣었다. 6회 2사 2,3루에서 등판한 박영현은 연달아 레이저 속구를 뿌리며 3구 헛스윙 삼진으로 위기를 잠재웠다. 이어 7회에도 쩡종저, 린즈웨에에게 6구 만에 삼진 2개를 더했다. '9구 3K'라는 진기록을 긴장감 넘치는 국제대회, 그것도 강호를 상대로 작성했다.


태국전 5회 콜드게임으로 불펜 소모가 없었고 하루 휴식 후 이날 일본전이 열렸다. 결승 진출을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하는 상대. 임시 선발 박세웅이 6이닝 완벽투를 펼쳤고 1-0 리드에서 최지민이 1이닝을 잘 막아낸 뒤 박영현의 시간이 찾아왔다.


첫 타자를 3구 삼진으로 잠재운 박영현은 가나미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나카가와에게 2루타를 허용했으나 모치즈키를 가볍게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리드를 지켜냈다.


위기 상황에서 박영현(오른쪽)이 마운드에 오른 최일언 투수코치(가운데), 포수 김형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위기 상황에서 박영현(오른쪽)이 마운드에 오른 최일언 투수코치(가운데), 포수 김형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타선이 8회말 한 점을 더 냈고 국내 최고 구원투수 고우석의 등판이 예상됐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박영현이었다.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선두 타자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으나 수비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냈다. 우전 안타까지 맞고 맞은 무사 1,2루 위기.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챙긴 박영현은 과감한 투구로 병살타를 유도, 경기를 매조졌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영현은 "떨리긴 했지만 1-0으로 너무 타이트한 상황이다 보니까 무조건 막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9회 고우석 대신 류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스스로도 놀랐으나 현재 컨디션이 누구보다 좋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박영현은 "우석이 형이 올라갈 줄 알았는데 코치님께서 한 이닝이 더 맡아달라고 하셨고 준비가 돼서 나갔다"며 "오기 전에는 컨디션이 난조가 오긴 했는데 공은 너무 좋아서 기대를 했다. 막상 와보니까 날씨도 잘 맞고 컨디션도 끌어올린 상태여서 자신 있는 피칭을 했다"고 말했다.


박영현은 이번 대회 '국민 마당쇠'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이은 호투에 대표팀 선배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믿음직하다고 마당쇠라고 불리기도 하고 형들이 저를 믿어줘 보답하고 싶다"며 "팀이 이기는 상황에 내가 막으면 팀이 이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마무리를 내가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영현이 야수들의 수비로 아웃카운트를 늘리자 기뻐하고 있다.
박영현이 야수들의 수비로 아웃카운트를 늘리자 기뻐하고 있다.

몸 상태는 최고다. "오늘 보신 것처럼 좋았다. 앞으로도 좋을 예정이다. 이틀 남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앞으로 더 잘하겠다"며 국제대회에 처음 나온 소감을 묻자 "별 것 없는 것 같다. 떨리기도 하지만 지금 내 공이 워낙 좋아서 자신감이 많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위기 상황에서 투수 코치와 포수 김형준이 마운드에 올랐고 이후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박영현은 "주자 다 들어가도 2점이라고 안 끝난다고 믿음을 주셨고 저는 형준이 형에게 무조건 막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큰 경기에 더 강해지는 강심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아시안게임에 와서 공이 더 좋아졌다고. 박영현은 자신의 호투 비결에 대해 "컨디션도 오르긴 했지만 경기의 집중도도 높고 자신감과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T 팬들로선 다소 걱정이 될 수 있다. 시즌 중에도 누구보다 많은 경기에 나섰으나 대표팀에서도 마당쇠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박영현은 "여기서 컨디션도 괜찮고 걱정 안하셔도 된다"며 "응원만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걱정과 함께 한편으론 기대도 커질 KT 팬들이다. 쟁쟁한 상대들을 맞아 주눅들지 않고 완벽한 투구를 펼치고 있는 박영현이다. 가을야구에서 다시 한 번 꿈을 꿀 준비를 하는 KT이기에 박영현의 전방위적 활약에 한편으로는 불안하면서도 가을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국가대표 투수 박영현.
국가대표 투수 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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