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헌호(48) SSG 투수코치가 밀고 있는 좌완 불펜 영건 2명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바로 박시후(24)와 김건우(23)가 그 주인공이다. 강한 좌타자가 많은 LG 트윈스 타자들을 모두 잘 막아내면서 승기를 가져왔다.
SSG는 2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와 원정 경기서 2-1로 이겼다. 이날 결승타는 1회초 나온 최정의 2점 홈런이었지만 6회부터 8회까지 SSG 불펜이 LG 타자들을 잘 틀어막은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승인이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숭용 SSG 감독은 "마무리 조병현을 비롯해 이로운, 한두솔, 김민 등 4명의 필승조가 모두 쉰다. 전반기에는 원칙적으로 3연투는 안 하려고 했는데 어제(5월 1일 삼성전) 경기에서는 부득이한 상황으로 봤다. 선수들에게 미리 언질도 줬다. 3연패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고군분투해서 연패를 끊어줬기에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승조로 분류된 4명의 선수를 아예 게임 조에서 제외했고, 세이브 상황이 되면 노경은이 나선다는 계획도 살짝 공개했다. 경기 상황과 타자들의 매치업, 상대 전적 등 데이터에 따라 불펜 투수들을 유동적으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2일 선발 등판한 SSG 드류 앤더슨은 투구 수 관리가 조금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5회까지 96구를 던지며 생각보다 빠르게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여기서 SSG의 선택은 박시후였다. 박시후는 선두타자 김현수를 시작으로 오지환, 박동원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잘 막았다. 7회에도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우전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2루 도루 시도를 막아냈고 신민재와 홍창기까지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박시후는 선두 타자 문성주까지만 1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교체됐다.
박시후 대신 마운드에 올라온 이는 또 다른 좌완 김건우였다. 김건우는 오스틴과 문보경을 각각 유격수 땅볼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120% 달성했다. 가장 뜨거운 타자 2명에게 모두 범타를 이끌어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SSG 벤치에서 신들린 투수 교체를 보여준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 SSG 불펜은 환골탈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즌 구원 평균자책점이 3.86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4위다. 지난 시즌 구원 평균자책점이 5.25로 10개 구단 가운데 6위를 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향상된 모습이다. 이는 경헌호 1군 투수 코치의 공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숭용 감독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만, 경헌호 코치가 투수 파트를 책임지고 있다.

사실 경헌호 코치는 SSG와 큰 접점이 없는 지도자였다. 현역 시절부터 지도자 커리어 내내 LG에서만 활동했다. SS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경헌호 코치는 이숭용 감독과도 큰 인연이 없던 지도자였지만 SSG 구단이 꾸준한 관심을 가진 끝에 2025시즌을 앞두고 여러 사정이 맞아 영입할 수 있었다. 이 감독 역시 구단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경 코치는 비시즌 동안 SSG 투수들에 대한 영상과 자료들을 모두 섭렵할 정도로 치밀하게 시즌을 준비했다고 한다. 과정이 좋다 보니 성과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이날 2-1로 앞선 9회말 2사 1루 상황에서도 경헌호 코치는 직접 마운드를 방문해 신범수 포수와 노경은에게 1루 주자와 타자들에 대한 상대 지침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2루 도루를 시도하던 대주자 최원영을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이날 2⅓이닝을 책임지며 실점하지 않은 박시후는 "지난 시즌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부터 투심 패스트볼을 연습했는데, 구속차가 없이 공이 변화가 있다 보니 좌타자 상대하는데 자신감이 붙었다. 계속 제구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경헌호 코치님께서 '마운드에서 볼넷보다는 안타를 맞아라, 피해 다니지 말고 맹수처럼 승부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다. 나도 마인드 셋을 해서 적극적으로 승부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는 말로 경헌호 코치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결승 투런 홈런을 때려낸 최정은 "(박)시후가 앤더슨이 내려간 이후에 좋은 역할을 해줘서 이겼다. 전체적으로 홈런을 친 저보다는 투수들 때문에 이긴 경기라고 본다. LG 타자들을 아주 잘 막아줬다"고 불펜 투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2연승을 달린 이숭용 감독 역시 "오늘은 팀 랜더스로 선수들이 함께 이룬 값진 승리였다"며 "앤더슨이 5이닝을 안정적으로 막아줬고, (박)시후도 만원 관중 앞에서 자신감 있게 잘 던져줬다. 이어 (김)건우와 (노)경은이도 불펜이 힘든 상황에서 경기를 잘 마무리했다. 원정까지 방문해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리며 내일 경기도 이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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