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역수출 신화의 주인공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던 에릭 페디가 끝내 소속 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은 24일(한국 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페디를 DFA(Designated for assignment·지명 할당) 처리했다"고 밝혔다.
DFA는 메이저리그에서 구단과 선수가 맺은 계약을 변경하거나 혹은 해지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다. DFA 처리가 되면서 페디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즉시 제외됐고, 동시에 자동으로 웨이버 공시가 됐다.
이제 페디는 다른 구단의 손길을 기다려야만 한다. 웨이버 기간 동안 페디를 영입하고자 하는 팀이 나타난다면 다시 그 팀의 유니폼을 입고 새롭게 뛸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거나, 방출의 수순을 밟아야만 한다. 만약 한국 무대로 돌아온다면 원소속 팀인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
페디는 지난 2023년 KBO 리그를 평정한 뒤 이듬해인 2024년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로 복귀했다. 페디는 2023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20승 6패(승률 0.769)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을 올렸다. 아쉽대 1점대 평균자책점을 놓친 페디는 총 180⅓이닝 동안 투구하면서 137피안타(9피홈런) 35볼넷 209탈삼진 46실점(40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5, 피안타율 0.207의 성적을 냈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투구는 21차례 성공했다.
이런 맹활약을 바탕으로 평균자책점과 다승 및 탈삼진(209탈삼진) 부문을 모두 석권하며 대망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건 1986년 선동열(해태) 이후 37년 만이었는데, 외국인 투수로는 최초의 역사를 쓴 페디였다. 이전까지 투수 트리플크라운은 선동열(1986·1989·1990·1991년)과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만 달성한 기록이었다. 결국 페디는 평균자책점과 다승, 탈삼진 타이틀상을 비롯해 올해 신설된 투수 부문 수비상 MVP 트로피까지 품에 안았다.


그리고 2024시즌을 앞두고 페디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으며 빅리그에 복귀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당시 페디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한화 약 206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복귀 첫해 성적은 좋았다. 2024시즌 페디는 31경기에 모두 선발 등판, 9승 9패 평균자책점 3.30을 마크했다. 총 177⅓이닝 동안 154피안타(20피홈런) 5몸에 맞는 볼 52볼넷 154탈삼진 66실점(65자책) 피안타율 0.233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16의 세부 성적을 거뒀다.
시즌 도중 환경 변화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말 LA 다저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삼각 트레이드를 실시했는데, 페디 역시 트레이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페디는 화이트삭스에서 세인트루이스로 팀을 옮겼다. 화이트삭스에서 7승 4패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한 페디는 세인트루이스에서 2승 5패 평균자책점 3.72로 다소 주춤했다. 투구 내용은 좋았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래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페디였다.
하지만 1년 만에 페디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20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3승 10패 평균자책점 5.22를 찍었다. 101⅔이닝 106피안타(14피홈런) 62실점(59자책) 47볼넷 2몸에 맞는 볼 63탈삼진 피안타율 0.270 WHIP 1.50의 세부 성적을 냈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평균자책점 13.25로 난조를 보였다. 지난달 26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3⅔이닝 7실점, 30일 피츠버그전에서 5이닝 7실점, 지난 6일 컵스전에서 1⅓이닝 3실점, 13일 애틀랜타전에서 4⅔이닝 3실점, 23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3이닝 6실점으로 매번 흔들렸다. 특히 23일 최하위 콜로라도 타선을 상대로 고전한 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결국 세인트루이스 구단도 페디를 방출하기로 최종 결단을 내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3일 경기가 끝난 뒤 올리버 마몰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직접 페디와 면담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몰 감독은 "페디가 프로답게 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그에게 여러 차례 충분한 기회를 부여했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면서 "이제 젊은 투수 자원인 맥 그리비에게 기회를 줄 때다. 페디 역시 그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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