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승 무패 투수와 맞대결을 벌일 카드는 올 시즌 5이닝 투구도 펼치지 못했던 투수.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최민준(26·SSG 랜더스)이 일을 냈다.
최민준은 2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77구를 던져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노디시전으로 끝이 났지만 팀이 연장 승부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두는 데 크나 큰 공을 세웠다.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로 당시 SK(SSG 전신)의 지명을 받은 최민준은 일찌감치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치렀다. 이후 2022년과 2023년엔 불펜에서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지난해 부진을 겪었고 올 시즌엔 주로 불펜에서 투구했다. 그러던 중 선발 투수들의 부상 등으로 대체 선발로 기회를 얻어 지난달 말부터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4경기에서 단 한 번도 5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숭용 감독은 리그 최강 투수 코디 폰세과 맞설 카드로 최민준을 택했다. 경기 전부터 최민준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올 시즌 줄곧 불펜으로 투구를 하다가 7월 말부터 선발로 전환했고 아직 5이닝 투구가 없었음에도 "일단은 민준이를 믿어야 한다. 갈 때까지는 갈 생각"이라며 "중간에 붙여야 할 선수들은 상황과 데이터를 보고 움직이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민준은 폰세에 전혀 밀리지 않는 투구를 펼쳤다. 안타는 산발이었고 3회 선두 타자 최재훈에게 중전 안타, 이원석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위기에 몰렸으나 후속 타자들을 범타 처리하며 스스로 불을 껐다. 안타를 맞은 뒤에도 과감한 투구로 범타를 이끌어냈다.

6회가 아쉬웠다. 이원석을 루킹 삼진, 심우준을 유격수 직선타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손아섭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루이스 리베라토에게도 우전 안타를 맞자 결국 김민에게 공을 넘기고 물러났다. 김민이 공 하나로 이닝을 막아내며 실점 없이 투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최민준은 2021년 10울 12일 문학 LG 트윈스전(5이닝 2실점) 이후 1410일 만에 5이닝 이상 투구를 기록했다.
내용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최고 시속 146㎞, 평균 144㎞ 속구를 28구 던졌고 커터(평균 138㎞)를 28구로 많은 비중을 뒀다.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평균 124㎞)는 13구, 포크볼(평균 136㎞)를 8구 던지며 한화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경기 후 이숭용 감독은 "민준이가 어려운 경기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피칭을 보여줬다"고 감탄을 나타냈다.
상대가 폰세지만 최민준은 꼭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 투수는 생각 안 했다. 타자와 어떻게 싸울지만 생각하고 들어갔다"며 "오늘 전체적으로 던지고 싶었던데 잘 들어가서 빨리 빨리 승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지영의 리드에도 고마움을 표했다.
폰세를 상대로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투구를 펼쳤다. 최민준은 "그래서 6회 때 더 아쉬웠다. 마무리를 하고 내려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잘 싸워서 만족하지만 만족하지 못한다"며 "그건(선발승)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타자들이 끝까지 집중해서 마지막에 1점을 내서 이겼기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시즌 대부분을 불펜 투수로 나섰기에 아직은 이닝이 거듭될수록 체력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6회) 손아섭 선배님과 할 때는 마무리를 잘하고 싶어서 힘이 들어갔는데 리베라토와 할 때는 힘이 떨어진 것 같았다. 안타를 맞아 많이 아쉬웠다"며 "팀 상황에 따라서 빨리 내려갈지, 길게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잘 준비해서 더 많이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무려 1410일 만에 5이닝 이상을 소화해낸 최민준은 믿음을 보여준 이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처음엔 감독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것 같아서 다음에 기회를 못 받을 줄 알았다"며 "몇 경기 더 지켜봐 주셔서 오늘 좋은 결과물을 드릴 수 있게 됐다. 감사하다. 앞으로도 계속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작년에 감독님께서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많이 못 도와드려 올해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중요한 경기에서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그나마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전했다.
이날 승리로 4위 롯데와 승차를 1.5경기로 벌렸고 2위 한화와도 6경기로 격차를 좁혔다. 남은 기간이 더 중요해졌다. 선발로서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최민준은 "선배님들은 구위가 더 올라오면 선발이 제격이라고 말씀을 하신다. 저도 선발을 하고 싶기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이다. 구위를 더 올려서 선발을 하고 싶다"며 "올해는 선발로 계속 뛰어서 선발을 잘할 수 있다는 걸 어필을 하고 싶고 내년에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오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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