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값과 경력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이던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콜 어빈(31). 그가 시즌 종료를 한 달 남기고 오랜만에 깔끔한 피칭을 선보였다. 사령탑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성환(49) 두산 감독대행은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를 앞두고 "다음 순서가 기다려질 만큼 좋은 하루를 보냈다"며 콜어빈에 대한 칭찬을 남겼다.
콜어빈은 지난 24일 열린 KT 위즈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6⅓이닝 동안 95구를 던지면서 4피안타 3볼넷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볼넷이 적은 편은 아니었으나 과감한 승부를 통해 많은 삼진을 잡았고, 경기 내내 큰 위기 없이 피칭을 이어갔다. 스트라이크와 볼은 각각 61구, 34구였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0km까지 나왔다.
1회 콜어빈은 선두타자 허경민의 안타와 2사 후 강백호의 볼넷으로 2사 1, 2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을 막았다. 이후 콜어빈은 3회부터 6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으나, 산발적인 것이어서 점수와는 연결되지 않았다. 7회 1사 후 앤드류 스티븐슨에게 안타를 맞고 내려갔지만, 박치국이 대타 장성우를 병살 처리하며 이닝이 끝났다.
조성환 대행은 26일 경기를 앞두고 "그제(24일)는 마운드에서 에너지가 느껴졌다. 좋은 승부 할 수 있겠다 했는데 좋은 피칭을 했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경기를 돌아보면 전력피칭 하는 느낌이 없었다"며 "유리한 볼카운트서 150km 이상 투구 몇개 보여서 '본인 투구 하고 있구나, 자신감 생겼구나' 하는 포인트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전력분석을 디테일하게 해서 활용을 잘해야 하는데, 그동안 전력분석 내용을 이용할 수 없게끔 카운트 싸움에서 지고 들어갔다"며 "일요일은 전력분석한 내용을 끌고가게끔 카운트 싸움이 잘 됐다. 여러가지 잘 맞는 하루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콜어빈은 두산이 심혈을 기울여 데려온 선수다.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5라운드 지명을 받은 그는 2019년 빅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MLB 6시즌 동안 그는 134경기(선발 93경기)에 등판해 28승 40패, 평균자책점 4.54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에도 29경기에 나와 6승 6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다.
100만 달러 풀 개런티로 데려온 두산은 영입 당시 "좌완임에도 최고 153㎞에 달하는 속구의 위력이 빼어나다. 커브와 커터,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수준급이다. 빅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16개에 불과할 만큼 준수한 제구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4월까지 3승 2패 평균자책점 2.95의 성적으로 이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듯했다.
그러나 5월 11일 잠실 NC전(더블헤더 1차전)에서 2⅓이닝 8실점으로 무너진 후 콜어빈은 기복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이날 마운드에서 내려가며 포수 양의지와 박정배 투수코치를 어깨로 치면서 이른바 '어깨빵' 논란까지 번졌다. 5월과 6월 8경기 중 절반인 4경기에서 5이닝 이하를 소화했다. 이에 퇴출 가능성이 언급됐다.
하지만 두산은 콜어빈과 동행을 이어가며 신뢰를 보냈다. 과연 24일의 호투가 그의 잔여시즌을 어떻게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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