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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자컵 10년간 이렇게 발전할 줄이야" 박신자 여사 본인도 감탄, 그래도 "韓팀 결승에 없어서 아쉽다" 고백 [부산 현장인터뷰]

"박신자컵 10년간 이렇게 발전할 줄이야" 박신자 여사 본인도 감탄, 그래도 "韓팀 결승에 없어서 아쉽다" 고백 [부산 현장인터뷰]

발행 :
부산=양정웅 기자
박신자 여사가 2025 BNK 금융 박신자컵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WKBL 제공
박신자 여사가 2025 BNK 금융 박신자컵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WKBL 제공
박신자 여사(왼쪽)가 2025 BNK 금융 박신자컵 MVP인 후지쯔 후지모토 아키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박신자 여사(왼쪽)가 2025 BNK 금융 박신자컵 MVP인 후지쯔 후지모토 아키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 박신자(84) 여사가 자신의 이름을 딴 박신자컵의 10주년을 맞아 한국을 다시 방문했다. 아쉬운 모습도 봤지만, 밝은 미래도 함께 확인했다.


박 여사는 8월 30일부터 9월 7일까지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5 BNK 금융 박신자컵을 보기 위해 미국 로드아일랜드에서 부산까지 방문했다. 부산은 조카인 박정은(48) BNK 감독의 고향이자 소속팀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1967년 선수 생활 은퇴 후 이제 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농구계 레전드인 박 여사의 인기는 여전했다. 사직체육관에서는 박 여사에게 기념 촬영이나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이 많았다. 그만큼 그는 한국 농구의 아이콘이었다.


박 여사는 1967년 세계선수권(현 여자농구 월드컵) 준우승 및 대회 MVP를 수상한 이력과 더불어 2015년에는 대한체육회에서 선정한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며, 2021년에는 2020 FIBA(세계농구연맹) 명예의 전당 선수 부문 헌액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WKBL는 박신자 여사의 업적을 기려 지난 2015년부터 박신자컵을 개최하고 있다.


대회 마지막 날인 7일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박 여사는 일본에게 밀리고 있는 한국 농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어린 선수들에게 보여진 밝은 미래를 언급하면서는 미소를 짓기도 했다. 여전한 농구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박신자 여사(왼쪽)가 BNK 박혜진의 슛 연습을 돕고 있다. /사진=WKBL 제공
박신자 여사(왼쪽)가 BNK 박혜진의 슛 연습을 돕고 있다. /사진=WKBL 제공

다음은 박신자 여사와 일문일답.


- 마지막 날까지 대회를 본 소감은 어땠나.

▶ 일본이 굉장히 농구가 많이 늘었다. 내가 선수생활하던 1960년대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조직적으로, 리더가 오면서 경기를 했는데, 지금은 유연하고 다양하고 체력이 좋다. 일본 두 팀이 결승에서 하는데, 한국 팀이 껴서 했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그렇지만 이 선수들이 올라갈 만큼 실력이 있구나 생각했다. 한국 선수들이 다음 기회에 일본과 하게 되면 코치들도 연구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 박 여사가 선수 시절 때는 일본을 상대로 우위에 있었다.

▶ 꽤 잘했던 것 같다. 신체 조건이 좋았다. 나도 키가 꽤 컸다(176cm). 농구는 키가 커야 하는데, 지금은 배구로 다 가는 것 같다. 사람들이 농구에 관심을 가지도록 협회에서 더 연구를 해야 할 것 같다.


- 한국 팀들이 결승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괜찮았던 점을 꼽자면.

▶ 경기를 많이 보진 못했는데, 한두 선수가 신장이 큰데도 몸싸움을 잘한다. 코치들이 잘 훈련시킨 것 같고, 그런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가드라고 해서 작은 사람들만 시키면 시야가 안 된다. 지금은 가드들이 너무 작아서 한 발짝만 페이크를 해도 될 걸 두 발을 떼서 시야가 좁아지는 게 안타깝다.


박신자 여사(뒷줄 오른쪽 4번째)가 2025 WKBL 국제 유소녀 농구 챔피언십 WITH BNK금융 리셉션에서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박신자 여사(뒷줄 오른쪽 4번째)가 2025 WKBL 국제 유소녀 농구 챔피언십 WITH BNK금융 리셉션에서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WKBL 제공

- 대회 전 열린 유소년 대회를 보고 울컥했다고 했는데.

▶ 감동했던 그 마음은 변함없다. WKBL (신상훈) 총재님이나 부산시 관계자와 식사하면서 말씀을 나누시는 걸 보니 육성을 위한 생각이 좋은 것 같다. 계획대로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선수들이 사인해달라고 오면 기뻤다. 관심이 있는 것 아니겠나. 어디 가도 홈런 친 사람 볼을 갖고 싶은 것과 똑같다.


- 농구계의 전설이라는 말씀을 많이 듣고 있다.

▶ 영광이다. 사실 '별안간에 전설이 되버렸구나' 생각했다. 13살에 농구를 시작해서 이제 70년이 지났으니 '전설은 전설이다' 생각해서 받아들이기로 했다(웃음).


- 유소녀뿐만 아니라 대회 첫날(8월 30일)에는 BNK 선수들에도 조언했는데.

▶ 센터들은 등지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패스를 주고 싶은 선수만 보고 있으면 안된다. 곁눈질로 다른 선수들을 파악해야 한다. 내가 슛을 할 것처럼 해야 달라붙고, 그래야 공을 준다. 다들 단순하게 하더라. 본인 위치에서 점프슛을 70~80% 이상 들어가게 연습해야 한다.

* 조카인 박정은 감독은 "고모가 선수 시절 센터셨다 보니 같은 포지션 선수들이 더 눈에 들어오셨을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 조언을 들었던 박성진이 "말씀해주신 걸 연습해서 성장한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 그렇게 얘기를 했나. 그렇다면 아주 희망적이다. 한다고 하면 정말 기쁘다. 다음에 언제 (박신자컵에) 올지 모르지만, 계속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BNK 선수들이 박신자 여사의 조언을 듣고 있다. /사진=WKBL 제공
BNK 선수들이 박신자 여사의 조언을 듣고 있다. /사진=WKBL 제공

- 선수들에게 '농구는 속이는 것'이라고 조언해줬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 농구가 제일 재밌는 건 속이는 거다. 코트에서 그렇게 속이니 다른 곳에서는 속일 필요가 없다(웃음). 사람들에게 많이 말하지 않은 일화가 있다.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농구단 입단 후 20~21살 때 정신적 딜레마가 왔다. 내가 페이크를 많이 하면 할수록 다들 좋아하고 기사가 많이 났다. 그래서 성공회 김성수 주교(초대 한국관구장, 전 성공회대 총장)에게 가서 "사람들이 내가 속이면 잘한다는데, 뭔가 틀린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신자야, 실컷 속여라. 농구에는 파울이 5개다. 그 안에만 하면 쫓겨나진 않는다"라고 하셨다. 하마터며 농구를 포기할 뻔했는데, 김 주교님께 항상 감사드린다.


- 대회 첫날에 달라진 부산의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었다.

▶ 1950년 6.25 전쟁 때 피난오면서 처음 왔고, 친구들과 1960년대 말에도 해운대에 놀러왔다. 시내 풍경이 9살 때 모던 그 모습이 아니다. 내가 살던 서울 북촌 쪽만 해도 예전 생각이 나는 집들이 있는데 여긴 완전히 달라졌다. 바다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고 서울보다 더 좋다.


- 이번에 부산에 방문하면서 통영에 있는 고(故) 윤덕주 선생의 묘소에도 다녀왔다고 하던데.

▶ 숙명여고 20년 선배이시다. 한국 팀을 위해 많이 도와주신 걸 생각하면 우리 농구인들은 그분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왔는데 꼭 가봐야 할 것 같아서 갔다. 첫날에 꽃바구니만 드렸는데, 생각해보니 그분이 술을 좋아하셨다. 그런데 내가 약주 한 잔 안 드리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다음날 가서 술을 올렸다. 선배님 생각도 하고, 박신자컵이나 우리 조카 (박)정은이 생각도 했다.

* 윤덕주(1921~2005년) 선생은 한국 여자농구의 대모로, FIB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를 기억하는 농구인들은 '선수들에게 애정이 많으셨다'고 돌아봤다.


- 올해로 박신자컵이 10주년이 됐는데.

▶ 첫 대회 때는 물론 영광스럽고 참 좋았지만, 이렇게 10년이 되도록 점점 발전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번에 부산에 와서 BNK금융그룹 관계자나 부산시 체육담당자분들이 열정적으로 하는 모습이 고마웠다. 이번에도 유소년 선수들과 밥을 먹으면서 한 소녀를 붙잡고, "5년, 10년 후에는 박신자컵이 아니라 네 이름을 단 농구대회를 해라"라고 말했다. 그만큼 기뻤다.


박신자 여사(왼쪽)와 그의 조카인 박정은 BNK 감독이 2025 BNK 금융 박신자컵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WKBL 제공
박신자 여사(왼쪽)와 그의 조카인 박정은 BNK 감독이 2025 BNK 금융 박신자컵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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