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컨디션이 좋은 앤더스 톨허스트(26·LG 트윈스)를 주 2회 내보내 자력 우승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은 허무한 결과로 이어졌다. 최하위팀 타선을 상대로 고전했다.
톨허스트는 9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89구 7피안타(1피홈런) 4볼넷 2탈삼진 5실점을 기록, 4연승 후 첫 패배를 떠안았다.
4회 순식간에 점수를 허용한 뒤 물러나며 승리 요건은 사라졌다. 팀 타선이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하며 톨허스트는 지난달 LG에 합류해 4연승 이후 첫 패배를 떠안았다.
톨허스트는 8월 4경기에서 25이닝 동안 2실점(1자책)만 하며 4전 전승을 달리며 평균자책점(ERA) 0.36으로 8월 최우수선수(MVP) 송성문을 위협했으나 9월 첫 경기부터 흔들렸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6일 두산 베어스전이 우천 취소된 이후 앤더스 톨허스트를 카드를 아끼기로 했다. 염 감독은 앞서 "9일 화요일과 14일 일요일에 톨허스트가 등판한다"고 밝혔다.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 9경기를 따라 잡혀 정규리그 우승을 놓친 기억을 떠올리며 1위를 확정짓기 전까지는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그러나 톨허스트는 8월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1회초부터 타선이 2점을 내주며 톨허스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지만 1회말 첫 타자 송성문에게 볼넷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였고 2회 신인 어준서에게 안타를 맞은 뒤 김건희에게 볼넷, 박주홍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을 했다.
지난번 대결에서 3타수 무안타로 꽁꽁 틀어막았던 송성문 앞에서 이날은 어쩔 줄을 몰랐다.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1,2회 내리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고 4회 1사 1,2루에서도 3연속 볼을 던졌다.

통상 타자가 한 번은 기다릴 타이밍이었고 톨허스트는 카운트를 잡기 위해 직구를 던졌다. 너무 안일했던 것일까. 공은 가운데로 몰렸고 송성문은 시속 147㎞ 직구를 어렵지 않게 우익수 앞으로 날려보냈다. 2-2 동점.
이어진 1사 1,3루에서 톨허스트는 결국 한 방에 무너졌다. 임지열에게 던진 초구도 볼이 됐고 2구 시속 147㎞ 직구를 던졌으나 가운데로 몰렸다. 임지열은 과감한 스윙으로 강한 타구를 날렸고 우측 담장 너머로 날아가는 역전 스리런 홈런이 됐다.
4이닝은 힘겹게 결국 마무리했으나 투구수는 89구에 달했고 결국 KBO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임무를 마쳤다.
단순한 컨디션 난조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안 좋은 점이 분명하게 확인된 경기였다. 8월 4경기에서 톨허스트는 8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9이닝당 2.88개 수준이었는데 이날은 4이닝 만에 4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톨허스트의 강점은 완성도 높은 투구 능력에도 탈삼진 욕심을 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유도해내는 영리한 운영이었다. 물론 수준급 제구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제구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59.6%(53/89)에 불과했다. 여기에 직전 경기 최고 155㎞까지 나왔던 직구 최고 시속은 이날 152㎞로 떨어졌다는 점도 아쉬웠다.
키움 타선이 이미 한 차례 톨허스트를 상대해봤기 때문이라기에도 논리가 충분치 못하다. 두 번째 만남이라는 이유로 흔들린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투수를 찾기 힘들다. 게다가 정규시즌에서 끝까지 톨허스트를 상대해보지 못한 팀이 가을야구의 적수가 될 수도 있지만 정규시즌보다 훨씬 더 집요한 분석이 이뤄질 게 분명하다.
'우승 청부사'로서 역할을 기대하며 3개월을 활용하기 위해 데려온 외국인 투수다. 결국 상대와 무관하게 자신의 장점을 얼마나 잘 발휘할 수 있느냐가 LG의 가을야구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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