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아직 건재하다, 이 팀에 필요하다'는 걸 증명해줬으면 좋겠어요."
조성환(49) 두산 베어스 감독 대행은 잠시 2군으로 내려간 베테랑들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경기로 왜 그토록 베테랑의 역할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지난 6월 이승엽(49)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반등했지만 2022년에 이어 다시 한 번 9위로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커졌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없는 상황이지만 조성환 감독 대행은 시즌 막판 베테랑 선수들을 2군으로 내려보내며 마지막까지 선수단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두산은 2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방문경기에서 2-15로 대패했다.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이고 상대는 3위를 달리고 있기에 전력적으로나 동기부여 차원에서도 모두 부족한 건 당연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었다.
실책만 무려 4개가 나왔다. 15점을 내줬는데 이 가운데 자책점은11점. 내주지 않아도 되는 점수를 4점이나 허용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순식간에 점수는 벌어졌고 대패를 떠안았다. 폭투와 견제사까지 겹치며 총체적 난국이란 걸 보여준 경기였다.
물론 팀 상황을 생각하면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리그 타격 1위 양의지(0.340)가 무릎 부상으로 지난 1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는데 이튿날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는 김재환(37), 정수빈(35)까지 말소시켰다. 팀의 핵심인 양의지는 물론이고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팀 내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 둘의 추가 이탈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조성환 대행은 지난 6월 2일 이승엽 감독의 사임과 함께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고 이와 동시에 양석환, 강승호, 조수행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아쉬운 성적에도 많은 기회를 얻고 있었던 베테랑들이다. 이들에게 충격 요법을 주는 동시에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을 열어주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후 강승호와 조수행은 다시 1군에 올라왔지만 2군에서도 확실한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양석환은 아직 퓨처스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게 베테랑이다. 이들이 곧 돌아온다. 조 대행은 양의지의 복귀 시점에 대해 "(양)의지는 열흘을 채우면 될 것 같다. 바로 올릴 것"이라며 김재환과 정수빈 또한 "다같이 거기에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SSG와 원정 3연전에 나서는 두산은 곧바로 대구로 이동해 삼성 라이온즈와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펼친 뒤 25일 잠실로 돌아온다. 이 때가 베테랑 트리오가 1군에 합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경기다.
조 대행은 "내가 바라는 건 베테랑 선수들이 '내가 아직 건재하다', '내가 이 팀에 필요하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이라며 "후배들이 1년 동안 여러 경험을 많이 했고 1군에서 나름대로 살아남고자 열심히 노력을 했지만 선배들도 증명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배들이 말 그대로 끌어주고 후배들이 열심히 따라가는 가운데 팀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걸 보고 싶다.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가을야구를 못 가는 상황에서 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내년에는 더 기대를 할 수 있겠구나' 싶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그런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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