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입단 6년차 무명의 선수의 이름을 프로야구 팬들에게 널리 각인시켰다. 현원회(24·SSG 랜더스)가 리그 최고 마무리 중 하나인 김서현(한화 이글스)을 '멘붕'에 빠뜨리는 투런포로 극적인 반전 드라마의 숨은 주역이 됐다.
현원회는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9회말 대타로 등장해 김서현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 이후 이율예가 끝내기 투런포를 치며 SSG는 6-5 역전승을 거뒀다.
비로 인해 1시간 지연 개시되며 NC 다이노스에 패해 자력 우승이 물 건너간 LG를 비롯해 모든 야구 팬들의 시선이 주목된 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구고를 거쳐 2020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SK 와이번스(SSG 전신)의 지명을 받은 현원회는 지난해까지 1군에서 단 2경기, 한 타석만 기회를 받은 무명 선수였다. 코칭스태프의 좋은 평가를 받았고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율 0.367 맹타를 휘둘렀지만 1군에서 기회를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4월에 9일, 7월에 2일, 8월에 16일 1군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18경기 동안 허락된 타석은 56번뿐. 다시 2군으로 향했던 현원회는 정규시즌 일정을 마친 드류 앤더슨과 미치 화이트과 오태곤을 말소시키며 생긴 빈자리로 인해 갑작스레 2군에서 부름을 받았다. 경기 당일 오후까지도 강화 퓨처스필드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가 부랴부랴 SSG랜더스필드로 향했다.
팀이 2-5로 끌려가던 9회말 세이브 2위 김서현이 등장했고 2아웃이 됐다. 이숭용 SSG 감독은 기회가 부족했던 선수들을 불러올렸다. 대타 류효승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이어 현원회가 대타로 타석에 섰다. 김서현을 상대로 큰 기대를 갖기 어려웠으나 볼카운트 2-2에서 몸쪽으로 꺾여들어오는 시속 135㎞ 높은 슬라이더에 강하게 배트를 휘둘렀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포가 됐다. 현원회의 데뷔 첫 홈런이 역전 드라마의 포문을 여는 대포가 됐다.
현원회의 그린 아치는 경기장의 공기를 미묘하게 바꿔놨고 김서현은 정준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더니 이율예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그렇게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됐고 그 중심에 현원회가 있었다.
경기를 마치고도 많은 팬들과 함께 인천 경기를 지켜보던 LG는 SSG 덕분에 뒤늦게나마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SSG에 고맙다"고 했고 주장 박해민도 "경황이 없다. 사실 매직넘버 1 남기고 정말 전체적으로 투타 밸런스가 엇나가면서 타이 브레이커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SSG한테 도움을 받는 것 같아서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숭용 감독도 경기 후 "시즌 홈 마지막 경기에서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드린 것 같다. (현)원회와 (이)율예의 어메이징한 홈런이었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홈런을 두 유망주들이 해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원회는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홈런도 치고 팀도 이겨서 더욱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오후까지 강화도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1군에 합류했다. 그래도 경기에 나선다면 집중해서 좋은 타격을 하고 싶었다"며 "후반에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셨고, 결과까지 좋게 이어가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인 김서현을 무너뜨린 홈런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현원회에게도 매우 어려운 승부였다. "김서현 선수는 처음 상대해서 초구에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며 "다행히 두번째 공부터 눈에 들어왔고 가운데를 크게 보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 실투가 들어와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정적 한방으로 인해 가을야구 엔트리 승선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포스트시즌에서 예상치 못한 홈런은 시리즈 향방을 바꿔놓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원회는 "앞으로도 주어진 기회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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