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상대방을 얕보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지 말라."
'좀비 주니어' 유주상(31)이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화려했던 UFC 데뷔전과 달리 예상치 못한 패배를 맛봤고 한층 겸허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주상은 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UFC 320: 안칼라예프 vs 페레이라 2' 언더카드에서 다니엘 산토스(30·브라질)에게 2라운드 21초에 TKO로 패했다.
UFC 데뷔전을 28초 KO로 끝낸 유주상은 많은 기대를 받고 옥타곤에 올랐다. 경기 초반 유주상은 가드를 올리지 않은 상태로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이며 잽과 카프킥을 통해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산토스의 공격이 빗나갈 때마다 조롱했고 테이크다운을 당했을 때도 졸리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리가 좁아지며 산토스의 펀치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결을 앞두고도 산토스에 대해 "내가 모든 방면에서 더 잘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던 유주상은 옥타곤 위에서도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산토스는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지난 로드 투 UFC 페더급 우승자 이정영을 꺾은 상대였기 때문이다.
초반엔 유주상이 긴 리치를 활용해 유리하게 경기를 끌어갔으나 유주상의 패턴을 파악한 산토스는 2라운드 시작부터 거칠게 밀고 들어왔다. 유주상이 카프킥을 차는 틈을 노려 치고 들어와 왼손으로 시작하는 훅 3연타를 던졌고, 유주상은 마지막 왼손 훅을 맞고 쓰러졌다. 두 번째 공격까지 막은 후 데뷔전에서 재미를 봤던 왼손 체크훅을 던졌으나 산토스의 펀치가 더 강하게 들어갔다. 이어지는 그라운드 앤 파운드에 유주상이 반응을 하지 못하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이로써 산토스는 지난 5월 이정영에게 판정승을 거둔 데 이어 두 번 연속 한국 파이터를 무너뜨렸다.
UFC에 따르면 브라질 명문팀 슈트복스 소속 산토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네 상대가 슈트복스 파이터라면 존중을 보여라"라며 경기 내내 자신을 조롱한 유주상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우린 몇 대 맞을 수 있지만 언제나 공격을 되돌려준다. 그게 브라질이고, 슈트복스"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유주상을 연구한 뒤 맞춤 전략으로 왼손 훅을 많이 연습했다는 산토스는 "유주상은 한 가지 재주밖에 없는 파이터"라며 "카운터 공격이 들어갈 줄 알았다"고 맞받아쳤다.
기자회견에서도 산토스는 유주상에 대한 훈계를 이어갔다. 그는 "더 이상 상대방을 얕보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지 말라"며 "안 그러면 이런 일을 겪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기는 두 선수의 원래 체급인 페더급(65.8㎏)이 아닌 69.4㎏ 계약 체중으로 진행됐다. 산토스 측에서 감량이 힘들어지자 계체 전날 UFC에 계약 체중 경기를 요청했다. 산토스는 감량 중 기절해서 UFC 담당 의사가 감량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계체 당일 산토스는 68.5㎏, 유주상은 그보다 0.7㎏ 무거운 69.2㎏으로 계체했다.

커리어 첫 패배를 겪은 유주상 또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죄송합니다, 시원하게 졌다"라고 전했다. 정찬성의 후계자를 자처해 '좀비 주니어'라고 불리는 유주상에게 '원조 좀비' 정찬성은 자신이 패배한 경기의 사진을 올리며 후배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메인 이벤트에선 '포아탄(돌주먹)' 알렉스 페레이라(38·브라질)가 80초 만에 마고메드 안칼라예프(33·러시아)에게서 UFC 라이트헤비급(93㎏) 타이틀을 탈환했다. 그는 헤비급(120.2㎏)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예고한 대로 이번엔 달랐다. 페레이라(13승 3패)는 경기 시작부터 안칼라예프(20승 2패)를 거칠게 밀어붙여 1라운드 1분 20초 펀치 TKO승을 거뒀다. 판정패로 타이틀을 빼앗겼던 1차전과 달리 곧바로 압박해 안칼라예프를 케이지에 몰아넣었다.
이어 강력한 인사이드 레그킥을 찼고, 바로 다리가 불편해진 안칼라예프는 왼손잡이 자세에서 오른손잡이 자세로 바꿨다. 이에 페레이라의 전광석화 같은 오른손 오버핸드 훅이 들어갔고, 다리가 풀린 안칼라예프는 무너지며 태클을 시도했다. 페레이라는 그대로 안칼라예프를 제압한 뒤 강력한 그라운드 엘보 공격을 날렸다. 안칼라예프가 저항하지 못하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페레이라는 쓰러진 안칼라예프를 조롱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어 "복수는 결코 좋은 게 아니다"라며 "때론 복수심은 독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양상에 대해서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지난 경기에서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페레이라는 전 UFC 헤비급-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와 백악관에서 맞붙고 싶다고 요구했다. 경기 후 라이트헤비급 랭킹 2위 유리 프로하스카, 3위 카를로스 울버그, 미들급(83.9㎏) 챔피언 함자트 치마예프가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에 페레이라는 "축하해준 건 고맙지만, 내가 원하는 건 오직 슈퍼파이트뿐"이라며 "백악관에서 존 존스와 붙고 싶다"고 답했다.
코메인 이벤트에선 UFC 밴텀급(61.2kg) 챔피언 '머신' 메랍 드발리쉬빌리(34∙조지아)가 코리 샌드헤이건(33∙미국)을 만장일치 판정(49-45, 49-45, 49-46)으로 꺾고 타이틀 3차 방어에 성공했다.
드발리쉬빌리는 20번의 테이크다운을 성공하며 샌드헤이건을 압도했다. 이로써 UFC 파이터 최초로 통산 테이크다운 100회를 돌파해 117회를 기록했다. 2라운드에는 예고한 대로 펀치 연타로 TKO 승리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로써 드발리쉬빌리는 도미닉 크루즈, 팀메이트 알저메인 스털링과 함께 밴텀급 타이틀 최다 방어 타이 기록(3)을 세웠다. '머신'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연말에 한 차례 더 타이틀을 방어하고 싶어한다. 그는 "(랭킹 3위) 표트르 얀이 좋아 보였다"며 "12월에 자리가 있다면 빠르게 복귀하고 싶다"고 외쳤다.
만약 드발리쉬빌리가 본인 소원대로 연말에 한 차례 더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다면 UFC 최초로 1년에 4차례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파이터가 된다. 티토 오티즈와 존 존스가 12개월 사이 네 번의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적은 있지만 같은 해에 네 차례 타이틀을 방어한 선수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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