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자랑했지만 가을야구에선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선발진에서 가장 돋보인 건 빅게임 피처 김광현(37·SSG 랜더스)이었다. 아쉬운 결과로 시즌이 끝났지만 김광현은 팀원들을 독려했다.
김광현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4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84구를 던져 1피안타 3사사구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특히 삼진 6개를 잡아내며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의 포스트시즌 최다 탈삼진(103개) 기록과 타이를 이루기도 했다. 그럼에도 팀은 8회초 2-2 동점을 만든 뒤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며 2-5로 뼈아픈 패배를 떠안았고 시리즈를 업셋당하며 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김광현에게도 만족하기 어려운 시즌이었다. 2년 연속 10승을 달성했으나 지난해 평균자책점(ERA) 4.93으로 실망스러웠고 올 시즌엔 7월까지 3점대 ERA를 방어했으나 8월 이후 9경기에서 ERA가 7.78에 달할 정도로 부침을 겪어 결국 ERA 5.00으로 시즌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결국 통산 5승 투수 김건우에게 2차전 선발을 넘겨줘야 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온 힘을 다해 투구하며 준PO에 나선 선발 투수들 중 가장 빼어난 투구로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김광현이 아직 건재하다는 걸 증명한 감동의 역투였다.

씁쓸한 엔딩을 맛본 김광현은 경기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났다. 아쉬운 표정 가득한 김광현은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했기 때문에 크게 아쉬운 건 없는데 같이 고생했던 팀원들이 더 높은 데까지 가지 못한 게 아쉽다"며 "준비를 잘해서 내년엔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음 주장을 맡았는데도 팀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승 반지만 5개를 수집했지만 패자로 막을 내리는 가을 무대는 늘 아쉬울 수밖에 없다. 대투수 선동열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한 기록은 이날 투구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취재진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이 사실을 확인한 김광현은 "하나 더 잡았어야 했다"고 웃으며 "던지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많이 나가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사실 크게 의미가 없고 져서 아쉽다. 항상 졌을 때 인터뷰하는 게 버릇이 안 돼 있어 말을 잘 못하겠다"고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려가 컸음에도 빅게임 피처라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한 무대였다. 김광현은 "은퇴할 때까지 이런 투수로 남고 싶다. 공 한 개, 한 개 전력으로 던지고 최선을 다하는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여태까지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날까지는 누구보다도 '저 선수는 진짜 열심히 공을 던지는구나'라는 인상을 심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에겐 아쉬움이 큰 시즌이었다. "어깨 상태도 좋지 않았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오늘부터 내년 시즌 준비를 잘하고 재활이든 보강이든 잘 준비해서 내년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2년 연속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시즌이었는데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다짐했다.

최강의 불펜진이 가장 큰 무기였으나 필승조들이 줄줄이 흔들린 게 아쉬웠다. 그러나 김광현은 후배들을 독려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숭용 감독은 경기 후 선수단을 소집해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엔 더 성장해보자"는 메시지를 전했는데 내년에도 주장을 맡게 됐다는 김광현은 "올해는 선수들이 가능성을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한다"며 "저 또한 그랬다. 올해 부족한 부분들, 부상자들이 속출했던 부분들을 만회한다면 내년에는 더 높은 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충분히 성장한 선수들이 너무 많고 경험도 많이 쌓았다. 더 나은 신구 조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희망을 나타냈다.
뼈아픈 경험을 한 선수들을 향해선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잘한 경기도 있지만 진짜 못한 경기도 많았다"며 "그걸 좋은 경험으로 발판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이번 4경기 동안의 경험으로 40경기, 400경기만큼의 경험치를 쌓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큰 경기에서도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나타냈다.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올 시즌 홈관중도 그렇지만 확실히 랜더스가 팬이 많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편한 말로는 '흥참동(흥행 참패 동맹)'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홈 최다 관중 기록(약 128만명)도 세웠다. 너무 감사드린다"며 "선수들도 보답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내년엔 더 나은 모습으로 시즌을 맞이할 테니까 많이 찾아주시고 응원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저희보다 팬분들이 더 고생 많이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잘할 때도 있었지만 못할 때도 있었다. 한 시즌 돌아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같이 소통하면서 질책도 받고 칭찬도 받았다"며 "팬들께 고맙고 앞으로도 더 응원 많이 해주시면 선수들도 더 힘낼 수 있도록 제가 옆에서 많이 서포트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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