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시즌부터 이미 전조가 있었다. 코디 폰세(31·한화 이글스)와 구자욱(32·삼성 라이온즈)의 신경전은 예견된 것이었다.
1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25 신한 SOL 뱅크 KBO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1차전. 3회초 양 팀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삼성은 김지찬과 김성윤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타석에 들어선 구자욱은 초구 바깥쪽 볼을 골라냈다. 이어 투수 폰세가 2구째를 던지려 할 때 구자욱이 타석을 벗어났다. 폰세가 사인 교환 후 세트 포지션에서 다소 길게 공을 잡고 있었던 것이었다.
구자욱은 이에 대해 항의에 나섰고, 폰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와 심판진에게 경기 지연에 대한 어필을 했고, 이에 김경문 한화 감독도 같이 나와 맞불을 놓았다.
박기택 주심이 상황을 정리한 후 두 선수가 자신의 자리에 섰지만, 이번에도 폰세가 다소 시간을 끄는 모습이 나왔다. 결국 박기택 주심이 한화 통역을 통해 폰세에게 주의를 줬다. 그리고나서야 구자욱 타석에서의 2구가 들어왔다.
이는 올 시즌 본격 도입된 피치클락 제도의 여파였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땐 20초, 주자가 있을 때는 25초 내로 공을 던져야 한다. 폰세는 유주자시 본인이 활용할 수 있는 25초를 모두 쓰려고 했고, 구자욱 역시 본인의 리듬대로 가져오기 위해 신경전을 펼친 것이다.

물론 폰세는 규정대로 한 것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구자욱도 할 말은 있었다. 피치클락 세부 시행 중에는 '피치클락 잔여 시간을 이용해 투수가 고의로 경기를 지연시키면 심판이 주의 또는 경고 조치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시즌 초 스타뉴스에 "투수들에게 무조건 빨리 던지라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투수판에서 발을 뺀다던가, 일반적인 동작이 아닌 심판이 봤을 때 불필요한 액션이라고 판단했을 때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병주 KBO 심판위원장도 "심판들이 (고의 지연을 이유로) 계속 (투수의 흐름을) 끊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너무 심하다 싶으면 개입한다. 위반했다고 따로 제재도 없다. 벌칙을 주게 되면 또 서로가 왜 한쪽에만 벌칙을 주냐고 말이 나오고 혼란이 생긴다. 어디까지나 '빨리하자'고 경고 차원에서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미 두 선수는 이로 인해 시즌 중에도 이야깃거리를 만든 바 있다. 폰세는 지난 6월 22일 대전 키움전에서 3회 투구 도중 두 차례 심판에게 템포에 대한 지적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임지열과 오해가 생겨 벤치 클리어링을 일으킨 바 있다.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그 시작은 템포의 문제였다.
구자욱 역시 지난 9월 18일 창원 NC전에서 5회초 전사민이 피치클락 잔여 시간이 1초가 됐을 무렵 공을 던지자, 다음 공에 타임을 부르며 나갔다. 이후 심판도 한 차례 타임 후 주의를 주자, 이호준 NC 감독이 나와 항의에 나섰다. 당시 이 감독은 다음날 "빠른 주자가 나가면 투수가 템포 조절을 하는데, 이걸 길게 가져간다고 경고를 주면 도루를 쉽게 주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며 "룰을 정했으면 투수는 그 안에 던지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차전 종료 후 박진만 삼성 감독은 "(구자욱이) 하나하나 신경전을 펼치며 분위기를 갖고오게끔 주장으로서 한 것 같다. 타임을 2번 했는데 계속 그렇게 하니 타자 입장에서는 이용한 것 같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미묘한 관계라 뭐라고 하기가 그렇다"면서도 "타자는 타자 입장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고, 투수는 시간 안에 던지니까 뭐라고 하는 게 이상할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끝나고 나서 감독자 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와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얘기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