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수비'가 상징과도 같았던 안세영(23·삼성생명)이 완전히 달라졌다. 누구보다 공격적인 스타일을 장착한 안세영은 세계 2위 조차 벽을 느낄 만큼 압도적인 존재가 돼 있었다. 안세영이 시즌 8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19일(한국시간)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덴마크오픈 결승에서 세계 2위 왕즈이(25·중국)를 2-0(21-5, 24-22)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올 시즌 나선 11번의 대회에서 무려 8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BWF 월드 랭킹 1위 자리도 굳건히 지켰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과연 세계 1위와 2위의 대결이 맞나 의심이 들게 만드는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천위페이를 넘어설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왕즈이는 올 시즌 3차례 우승을 차지한 강자지만 이날 안세영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세계 선수들의 추격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공격성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을 한 안세영은 최근 들어 더욱 공격적으로 경기에 나섰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날 경기는 안세영이 얼마나 더 성장했는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증명의 무대였다.
현지 해설진은 1게임부터 벌어지는 점수 차에 황당하다는 듯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안세영의 압도적인 실력에 감탄했다. 선제점을 내줬지만 이후 거침 없는 득점 행진을 펼친 안세영은 8-1까지 순식간에 점수 차를 벌렸다.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왕즈이를 단 5점에 묶어두며 연속 득점 행진을 이어가자 현지 해설진은 황당하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고 연신 안세영의 플레이에 감탄했다.
코치진은 1게임을 마친 뒤 "거의 완벽하다"고 만족했다. 박주봉 대표팀 감독도 안세영에게 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만큼 완벽했던 경기력이었기 때문이다.
연신 '짜요(힘내라)'를 외치는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 왕즈이가 2게임 들어 거세겐 반격했다. 3-4 한 점 차로 뒤져있던 상황에서 왕즈이의 7연속 득점을 허용했다. 안세영은 네트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무언가 안 풀리는 듯했다. 스스로 이마를 때리며 답답해하는 모습도 나타냈다.
2게임은 왕즈이의 무난한 승리로 끝날 것 같던 10-18 상황. 안세영이 반격에 나섰다. 각성한 안세영에 왕즈이는 당황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무려 8연속 득점에 성공한 안세영은 18-18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발이 미끄러지는 불운 속에 실점했지만 다시 동점을 만들었고 결국 승부는 20-20 듀스로 향했다.
연이은 긴 랠리 끝에 3차례나 듀스가 이어졌다. 22-22에서 안세영은 힘겹게 점수를 따내더니 코트 구석구석을 노린 공격에 왕즈이가 쳐낸 셔틀콕이 라인 밖에 떨어지며 결국 안세영이 최종 승자가 됐다.
안세영은 왕즈이와 17차례 맞대결에서 13승 4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최근 5번의 대결에서도 5연승을 달렸다. 결승에서도 6번 만나 5승 1패로 천적의 면모를 보였다. 안세영이 이번에도 왕즈이를 상대로 압도적인 클래스를 뽐내며 호쾌한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을까.
앞서 열린 여자 복식에선 집안 대결이 펼쳐졌다. 세계 7위 백하나(25)-이소희(31·이상 인천국제공항) 조가 세계 4위 김혜정(27)-공희용(29·전북은행) 조에 2-1(15-21, 21-14, 21-15) 역전승을 거뒀다.
1게임에선 14-15까지 팽팽하게 맞섰으나 이후 3연속 실점했고 이후 격차를 좁히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2게임에서도 14-13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으나 이후 5연속 득점하며 달아났고 결국 승부를 3게임으로 끌고 갔다. 3게임에선 일찌감치 승부가 기울었다. 5-5 동점에서 백하나-이소희는 5연속 득점했고 이후 점수 차는 3점 이하로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백하나-이소희가 금메달, 김혜정-공희용이 은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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