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가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앞두고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다 잡은 듯했던 경기를 놓치면서 김경문(67) 감독의 뚝심 야구도 기로에 섰다.
한화는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4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4-7로 졌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 2패가 된 두 팀은 24일 한화의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5차전을 통해 한국시리즈 진출팀을 가린다.
초반 분위기는 한화의 흐름이었다. 신인 정우주(19)가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임에도 3⅓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 뒤를 필승조 김범수가 ⅔이닝, 박상원이 1이닝을 맡는 예상한 그림이 그려졌다. 타석에선 문현빈이 1회부터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낸 데 이어 5회초 원태인에게 우월 스리런을 뽑아내며 4-0을 만들었다.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든 6회부터 김경문 감독의 상식적인, 어쩌면 과감한 기용이 시작됐다. 포스트시즌 첫 경험인 프로 2년 차 좌완 황준서(20)가 등판했다. 김지찬-김성윤-구자욱-르윈 디아즈-김영웅으로 이어지는 좌타자 라인을 잡기 위한 의도였다.
이미 좌완 투수 중 최고 카드인 김범수를 썼기 때문에 황준서, 조동욱(21) 등 프로 2년 차 좌완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했다. 올해 정규시즌 9이닝당 볼넷 수가 황준서 4.18개, 조동욱이 4.35개, 9이닝당 삼진 수 황준서 9.16개, 조동욱 6.45개로 통계적으로 제구와 구위에서 앞선 황준서가 나서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황준서는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우중간 3루타를 맞았다. 김성윤에게 볼넷을 줬고 구자욱에게 좌전 1타점 적시타를 맞아 1실점 했다.

여전히 무사 1, 2루에 달아오르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누가 봐도 최고의 승부처에 김경문 감독은 외국인 선발 투수를 제외하고 최고의 구위를 가진 마무리 김서현(21) 카드를 꺼내 든다. 혹시 모를 5차전을 생각해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 등 선발 투수들을 섣불리 내긴 어려웠을 것이다. 차선책으로 최고 시속 160㎞ 강속구에 9이닝당 삼진 수가 9.68개에 달하는 우완 투수 김서현을 좌우 스플릿에 상관없이 마운드에 올렸다. 이미 정규시즌 막판 치명적인 홈런을 여럿 허용했던 김서현이었기에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뚝심이라 부를 만했다.
이번에도 믿음은 실패로 돌아갔다. 김서현은 첫 타자 르윈 디아즈는 잘 잡았지만, 김영웅에게 우월 3점 홈런을 맞았다. 기대한 대로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연거푸 던져 2스트라이크를 잡았으나, 직구만 노리던 김영웅에게 3번은 통하지 않았다. 4-4 동점. 위기는 계속됐고 최고의 구위를 지닌 마무리를 홈런 하나에 내릴 순 없었다. 하지만 김서현은 김헌곤을 삼진 처리한 뒤 이재현, 강민호에게 연거푸 볼넷을 줬고 한승혁과 교체돼야 했다.
한승혁은 올해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2.25로 '남은 불펜' 중 가장 안정감을 자랑하는 투수였다. 실제로 한승혁은 남은 6회를 어떻게든 추가 실점 없이 막아냈고, 7회 또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4-4로 맞선 위기 상황에서 정규시즌이라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남은 불펜 중 가장 안정감 있는 투수였던 9이닝당 볼넷 수 3.23개의 '우완' 한승혁은 김성윤~김영웅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좌타자 라인업을 이겨내지 못했다. 구자욱을 맞히고 디아즈에게 볼넷을 주더니 김영웅에게 또 한 번 스리런을 맞았다. 이때 넘어간 분위기를 뒤집지 못하면서 한화는 4-7 패배. 다 잡은 듯한 경기를 내준 한화 선수단의 표정에선 허망함이 보였고, 지쳤던 삼성 선수단은 기세등등한 채로 한국시리즈를 이야기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오늘은 감독이 잘못한 경기"라고 짧게 총평했다. 김서현의 기용에 대해서는 "결과론이다. 오늘 김서현의 공은 나쁘지 않았다. 자꾸 맞다 보니 본인이 위축된 것이다. 문동주로 2경기는 이겼지만, 야구는 문동주로만 이길 수 없다. 5차전이 열린다면 우리는 대전에서 김서현이 마무리로 나올 거다"라고 설명했다.
김경문 감독의 말이 다 맞다. 문동주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김영웅과 함께 MVP로 불릴 만한 최고의 피칭을 보여줬다. 2경기에 나서서 6이닝 3피안타 1볼넷 10탈삼진으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하지만 선발 자원인 그에게 5경기 내내 던지게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또한 문동주는 이미 87개의 투구로 자신의 몫을 100% 다 해냈다. 한국시리즈와 미래의 한화를 생각한다면 분명히 문동주 외에 다른 카드가 있어야 했다.
김영웅과 승부가 결과론인 것도 맞았다. 김서현의 구위는 실제로 위력적이었고, 2개의 스트라이크가 들어갈 때 김영웅의 타이밍이 늦었다. 경기 후 삼성 원태인조차 "그 상황에서는 나 같아도 직구를 선택했다. (김)영웅이 난 사람인 것"이라고 이해했다.
결과가 최악이었을 뿐이다. 다음이 있는 정규시즌과 달리 단 한 번의 패배로 시즌이 끝나는 가을야구에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은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으로 돌아왔다.
만약 6회 등판한 것이 황준서가 3일 쉰 폰세였다면 어땠을까. 하다못해 7회 등판한 것이 한승혁이 아닌 폰세였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루 전(21일) 문동주를 과감히 6회부터 9회 끝까지 맡긴 사령탑이었기에, 무의미한 가정이 귀가하는 팬들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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