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구)본혁이는 그냥 주전이었죠."
올해 LG 트윈스 4번째 통합 우승 후 만난 염경엽(57) 감독은 구본혁(28)의 성장에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구본혁은 중대초-잠신중-장충고-동국대 졸업 후 2019 KBO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5순위로 LG에 입단한 우투우타 내야수다. 2019년 데뷔 후 입단 3년은 내야 백업에 그쳤으나, 국군체육부대(상무)를 다녀온 후 조금씩 성장했다.
프로 7년 차를 맞은 올해는 타격에서도 성장세가 돋보인 한 해였다. 정규시즌 131경기 타율 0.286(343타수 98안타) 1홈런 38타점 41득점 10도루, 출루율 0.364 장타율 0.353 OPS(출루율+장타율) 0.717을 마크했다.
아직 기존 주전들을 앞서기엔 부족한 수치. 하지만 전반기 81경기 타율 0.234(209타수 49안타)에서 후반기 50경기 타율 0.366(134타수 49안타)으로 성장세가 뚜렷했다. 또한 타석이 꾸준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적을 크게 끌어올린 점은 고무적이었다.


지난달 1일 LG 우승 축승회에서 취재진과 만난 구본혁은 "전반기까진 감독님이 말씀하신 타격 방향성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후반기 시작하면서 그 말씀이 조금씩 이해됐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 내게 맞는 타격 루틴을 찾았다고 생각하고, 내년에도 이어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염경엽 감독님이 기회를 정말 많이 주셨다. 기회를 많이 주시니 타석에서도 내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내년에는 정규시즌 100안타를 꼭 쳐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기존의 강점이던 수비는 더욱 빛을 발했다. 올해 구본혁은 2루수 35경기 220⅔이닝, 3루수 68경기 328⅔이닝, 유격수 57경기 315이닝, 좌익수 4경기 16이닝으로 외야까지 소화하며 슈퍼 유틸리티로서 면모를 뽐냈다.
그 결과 총 880⅓이닝을 소화하며 가장 많이 출장한 3루수에서 KBO 수비상 최종 2위를 기록했다. 투표 점수와 수비 점수 합계 모두 송성문(29·키움 히어로즈) 다음 2위로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넓은 수비와 빠른 포구 및 송구 동작으로 어느 포지션에서든 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를 보여주면서 어느덧 유격수 오지환(35)의 공백도 메울 수 있게 됐다. 이런 구본혁의 2025시즌 연봉은 1억 3500만 원이다.

염경엽 감독의 신뢰도 상당하다. 염 감독은 시즌 중 구본혁을 좌익수로 실험 기용하면서 "유격수들이 (3루 쪽 파울 타구) 쫓아가는 거 보면 못 쫓아가는 애들은 잘못 쫓아간다. 그런데 오지환이나 구본혁은 범위가 굉장히 넓어서 안 보고도 잘 쫓아간다. 이런 선수들은 외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칭찬한 바 있다.
최근 FA 시장에서 천정부지로 솟는 내야수들의 몸값을 볼 때 구본혁의 성장은 LG에 반갑기 그지없다. 지난해 겨울 허경민(35)이 KT로 이적하며 4년 40억 원, 심우준(30)이 한화로 옮기며 4년 50억 원에 계약했다. 올해 FA 시장에서는 박찬호(30)가 4년 80억 원에 두산행을 확정했다.
반면 LG는 2루수 신민재(29), 3루수 문보경(25)이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했다. 절치부심 반등을 노리는 오지환의 뒤는 구본혁이 받치며 신구조화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당분간 가장 내야 걱정이 없을 팀 중 하나가 LG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 염 감독은 "올해 구본혁은 그냥 주전이었다. 어느 포지션에 가든 잘해줬고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내년에도 이렇게 해줬으면 한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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