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를 19년 만의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로 이끈 '대전 왕자' 문동주(22)가 LG 트윈스와 만남을 반겼다.
한화는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삼성을 11-2로 꺾고 시리즈를 끝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 1패가 된 한화는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전신인 빙그레 시절을 포함해 1988년, 1989년, 1991년, 1992년, 1999년, 2006년에 이은 7번째 한국시리즈 무대다.
문동주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한국시리즈다. 정규시즌 통산 상대 전적 8경기 6승 무패 1홀드 평균자책점 1.50으로 삼성의 천적으로 불렸던 문동주는 이번 PO에서 불펜으로 변신했다.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류현진으로 이어지는 세 명의 선발을 믿었고, 불안한 불펜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문동주는 PO 1차전과 3차전에 등판해 2경기 평균자책점 0, 6이닝 1볼넷 10탈삼진으로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1차전에서는 2이닝(29구)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의 9-8 승리를 견인했다. 이틀 쉬고 등판한 3차전에서도 6회 무사 1루부터 9회까지 4이닝(58구)을 책임지며 한화의 5-4 승리를 지켰다.
결국 문동주는 5차전 등판이 없었음에도 기자단 투표 87표 중 61표(문현빈 13표, 노시환 4표, 채은성 4표, 폰세 3표, 김영웅 2표)로 득표율 70.1%를 기록하며 PO MVP를 수상했다. 문동주에게는 상금 300만 원이 수여됐다.

시리즈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문동주는 "솔직히 데일리 MVP를 두 번 받아서 가능성이 조금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잘했던 것 같아 시리즈 MVP를 받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선발 풀타임 선발 2년 차에 불펜은 생소한 경험이었다. 문동주는 "사실 내가 여태까지 불펜을 해본 것이 거의 없다. 예전에 한 것도 미리 정해진 상황에서 준비한 것이어서 그때의 경험이 크게 도움 된 것 같진 않다. 그래도 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발 투수는 본인의 계획대로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데, 불펜은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조금 힘든 것 같다.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한화는 홈으로 돌아와 폰세-와이스를 차례로 출격시켜 시리즈를 확실히 끝낼 수 있었다. 4-0으로 앞선 경기를 김영웅의 연타석 스리런으로 뒤집히는 충격적인 4차전이 있어 쉽진 않았다. 하지만 폰세와 와이스가 격한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이는 문동주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문동주는 "아까 폰세가 포효하면서 들어와 내가 형이야 하는 거 보니까, 자꾸 나에게 뭔가를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폰세는 아메리칸 스타일이고 나는 한국인이라 한국에 맞게끔 했는데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동생이지만, (세리머니를) 한 수 가르쳐주겠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4차전 패배는 이렇게 멋지게 대전에서 홈팬들 앞에서 이기려고 준비했던 게 아닐까 싶다. 5차전까지 온 거 보면 팀으로서는 안 좋을 수 있지만, 홈팬들 앞에 확정할 수 있어 어떤 의미에서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제 문동주는 다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LG를 상대한다.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1위를 다퉜던 두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첫 맞대결을 가진다. 선발진을 제외하면 우위로 평가받는 최강팀이기에 한화 선수단과 사령탑은 좋은 승부를 예상했다. 손아섭은 "LG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강한 팀이다"라고 경계했고, 김경문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는 문동주를 선발로만 기용할 뜻을 천명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LG가 좋은 팀이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좋은 승부를 해보고 싶다"면서 "문동주가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문동주가 한국시리즈까지 불펜으로 던진다면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동주는 오히려 그 결정을 반겼다. 이유는 LG와 좋지 않았던 상대 전적 탓이다. 정규시즌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7.04로 문동주는 LG에 유독 약했다. 마지막 만남이었던 지난달 27일 대전 LG전에서도 문동주는 ⅔이닝 6실점으로 체면을 구겼다.
이에 문동주는 "내가 언제 선발로 나갈지 모르겠다. 알고 계시면 알려달라"고 웃으면서 "LG에는 정말 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게 돼 마음가짐이 남다를 것 같다. 지금까지 준비한 것과 크게 다를 건 없겠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해서 경기에 임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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