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금지약물 복용자는 명예를 잃을 수밖에 없다. 한때 메이저리그(MLB)를 호령했던 로저 클레멘스(63)와 배리 본즈(61)가 명예의 전당 입성에 다시 한번 실패했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은 8일(한국시간) 현대 야구 시대 위원회(Contemporary Baseball Era Committee)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시대 위원회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 외에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통로다. 크게 1980년 이전과 이후의 선수들로 나눠 1년마다 위원들의 선택을 받는다. 총 16표 중 12표(75%) 이상을 받아야 헌액될 수 있다.
올해는 8명의 후보 중 제프 켄트(57) 한 선수만이 위원회의 선택을 받았다. 켄트는 14표를 획득해 기준을 넉넉히 넘겼다. 역대 최고의 공격형 2루수로 손꼽히는 켄트는 MVP 1회(2000년)와 올스타 5회를 달성했고, 2루수로 351홈런을 터트려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나머지 7명의 선수는 내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명예의 전당 측에 따르면 카를로스 델가도는 9표, 데일 머피와 돈 매팅리는 각각 6표를 받았다. 배리 본즈, 로저 클레멘스, 게리 셰필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는 5표 미만을 받았는데, 규정에 따라 이들은 2028년 현대 야구 시대 위원회 헌액 대상자가 될 수 없다.

특히 금지약물 복용 의혹이 있는 본즈와 클레멘스가 눈에 띈다. 이들은 한때 빅리그 최정상에 위치했고, 40세를 넘기도록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며 스타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커리어 막판 도핑 문제로 인해 명예가 실추됐다.
본즈는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762개)과 볼넷(2558개) 1위에 오른 강타자다. 남들은 커리어 한 시즌도 하기 어려운 OPS 1.000 이상이 평균(1.051)일 정도다. 2001년에는 73개의 홈런을 터트려 단일시즌 1위에 올랐다. MVP 7회, 올스타 14회, 실버슬러거 12회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클레멘스 역시 354승 184패 평균자책점 3.12, 4672탈삼진으로 십수 년간 에이스로 활약했다. 무려 7번의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1986년에는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했다. 투수 3관왕만 2번을 해냈고, 올스타 11회 등 많은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2007년 발표된 금지약물 관련 보고서인 '미첼 리포트'를 통해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알려졌다. 본즈는 앞서 이미 2003년 발코 스캔들 당시 의혹이 불거진 상태였지만, 클레멘스의 이름이 나온 건 충격적이었다. 결국 이들은 이후 명예가 추락했다.

2007년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친 본즈와 클레멘스는 2013년부터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올랐다. 커리어만 보면 당연히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야 하지만, 금지약물이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둘 모두 30%대로 시작해 2016년 40% 중반, 2017년 50%대, 2020년 60%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나란히 도전했다. 그러나 마지막 해였던 2022년에도 불발되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이들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8월 자신이 만든 SNS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사람들은 클레멘스가 약물을 복용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증명되지 않았다. 양성 반응을 보인 증거가 없다"며 그를 옹호했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은 클레멘스와 본즈의 헌액을 다시 막았다. 이들은 당분간 '쿠퍼스타운'에 입성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비공개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됐던 데이비드 오티즈의 헌액 사례도 있는 만큼 '이중잣대'에 대한 이야기는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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