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역의 의무를 훌륭히 완수한 어린 마법사들이 드디어 돌아왔다.
KT 구단에 따르면 지난 9일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 선수 3명이 전역을 신고했다. 퓨처스 타격왕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 류현인(25)과 1라운드 우완 사이드암 김정운(21) 그리고 최근 2차드래프트를 통해 두산 베어스에서 KT 유니폼을 입은 이원재(22)가 그 주인공이다.
단국대 시절 불꽃야구에서 이름을 알린 류현인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류현인은 2023 KBO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 70순위로 KT에 입단한 후 곧바로 군대부터 다녀왔다. 상무에서 그야말로 퓨처스리그를 지배했다. 상무 첫해부터 52경기 타율 0.333(111타수 37안타)로 남다른 모습을 보이더니, 올해는 98경기 타율 0.412(369타수 152안타) 9홈런 80타점 103득점, 출루율 0.503 장타율 0.572로 퓨처스 타격왕에 올랐다.
아무리 1군과 2군과 수준 차가 크다지만, 타율 4할, 출루율 5할은 쉽지 않은 일. 74사사구(71볼넷 3몸에 맞는 공) 38삼진으로 타격에 눈을 떴다는 이야기다. KT 이충무 스카우트 팀장은 10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올해 타격이 많이 좋아졌다. 원래도 타격에 소질이 있는 선수였는데, 상무 가서 확실히 힘이 붙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또 선구안이 좋아진 것이 눈에 띈다. 프로 처음 왔을 때는 타격 폼이나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정립이 부족했다. 그래서 초반에 많이 힘들어했는데, 올해 익산 퓨처스 경기에서 몇 번 봤을 때 '이젠 확실히 감 잡았습니다'라고 하더라. 내년 기회가 왔을 때 1군에서 잘하기만 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류현인은 베테랑 김상수(35), 오윤석(33)이 있는 2루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젊은 자원으로 기대 받는다. 그러한 기대를 선수도 알고 있다. 류현인은 "상무 야구단에서 좋은 기억들을 갖고 제대해서 기분이 좋다. 군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90점이다. 1군에 데뷔했을 때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족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상무 야구단에서 많은 경험을 하며 자신감이 생겼다. 팀에 복귀해 부족한 10점을 채워나가고 싶다"라며 "팬들에게 '퓨처스에서만 잘 하는 선수가 아니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정규리그 출전 경기 수를 늘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정운도 상무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돌아온 선수다. 김정운은 대구고 졸업 후 2023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0순위로 KT에 지명됐다. 데뷔 첫해 1군 무대를 잠깐 밟기도 했으나, 장점이었던 제구력이 흔들리면서 빠른 입대를 선택했다. 상무 첫해 19경기 2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2.30, 27⅓이닝 31탈삼진으로 좋았으나, 올해는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3경기 소화에 그쳤다. 하지만 고교 시절 좋았던 모습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이충무 팀장은 "(김)정운이가 입단 초반에 들쑥날쑥하던 제구를 조금 저 잡고 싶어 투구폼을 조금 수정했다. 하지만 본인에게 안 맞다 보니 오히려 더 안 좋아지고 힘이 실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구속이 1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다행히 상무에서 고등학교 때처럼 꼬아서 던지는 투구폼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상무에서도 평가가 굉장히 좋았는데 올해 부상이 아쉬웠다. 정운이는 기본적으로 싸움닭처럼 과감한 피칭도 즐겨하는 선수다. 무브먼트도 좋았고 구속도 나쁘지 않아 이제부터 잘하면 된다"라고 미소 지었다.
김정운도 각오가 남다르다. 그는 "데뷔 첫 두 해 동안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퓨처스에서 홍성용 코치님 덕에 자신감이 많이 회복됐다. 덕분에 상무 입단 초반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쉽게 재활로 많이 못 던졌는데 상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미안한 만큼 더 빨리 회복하기 위해 운동을 많이 했다. 이제 탄식보다는 환호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원재는 지난달 19일 KBO 2차 드래프트로 새롭게 마법사 군단에 합류한 좌완이다. 부산수영초-경남중-경남고 졸업 후 2022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9순위로 두산에 입단했고 제대를 앞두고 KT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상무에 합격해 두 시즌을 뛰었고, 올해 18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11.51, 22⅔이닝 12탈삼진을 마크했다. 상무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주진 못했으나, KT가 지명 당시부터 주목하던 선수였다.
이충무 팀장은 "이원재는 고교 시절부터 제구가 안정적인 스타일이었다. 투구 메커니즘 자체가 안정돼 있어 제구 리스크가 적었다. 프로에 와서 힘만 붙여서 구속을 늘리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선수 본인은 제대를 앞두고 팀이 바뀐 상황에 아직 얼떨떨하다. 이원재는 "군 복무 중에 KT 이적 소식을 들어 실감이 안 났다. KT는 선배님들이 자리를 잘 잡고 있는 팀, 가을야구를 자주 가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내 머릿 속에 있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 친구 안현민이 먼저 연락이 와 복잡했던 이원재의 마음을 달랬다. 이원재는 "초등학교 친구인 안현민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축하한다. 우리 팀에서 잘 해보자'라고 하더라"고 고마움을 나타내면서 "군대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여러 보직을 경험했다. 주어진 역할이 무엇이든 잘 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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