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리그의 이름을 널린 두 명의 스타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뛸 수도 있었다. 메릴 켈리(37·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송성문(29·키움 히어로즈)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담당하고 있는 데니스 린은 20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는 베테랑 투수 켈리에게 오퍼를 넣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2년 4000만 달러(약 592억 원) 계약을 체결하고 애리조나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2025시즌 종료 후 FA가 된 켈리는 지난 15일 애리조나 복귀를 확정했다. 켈리는 지난 8월 1일 1대3 트레이드로 텍사스 레인저스로 향했다. 텍사스에서도 10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4.23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켈리는 올 시즌을 32경기 12승 9패 평균자책점 3.52, 184이닝 167탈삼진으로 마쳤다.
자신의 건강을 증명한 시즌이기도 했다. 켈리는 지난해 어깨, 허벅지 등 부상으로 신음하며 자신이 목표로 했던 풀타임 10시즌이 어려워지는 듯했다. 그러나 바뀐 환경에도 훌륭히 적응하며 2년 만의 두 자릿수 승수에 2019년 메이저리그 복귀 후 3번째 180이닝 시즌을 보냈다. 그런 만큼 무난한 3선발 투수로 주목받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이번 오프시즌 138명의 FA 선수 중 켈리를 두 번째 등급에 올리면서 내구성을 눈여겨봤다.
켈리가 애리조나와 계약을 체결하기 전 서부 해안가 지역 팀이 그를 노린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 미스터리 팀이 샌디에이고였다. 샌디에이고는 지난달 4일 노장 다르빗슈 유가 오른쪽 팔꿈치 척골 측부 인대 수술로 시즌 아웃됐다. 또 에이스 딜런 시즈와 마이클 킹이 FA가 됐다. 이 중 시즈는 지난달 2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7년 2억 1000만 달러(약 3110억 원) 계약을 체결했고, 킹은 잔류했다.

여전히 샌디에이고 선발진 보강은 불가피했지만, 켈리의 선택은 자신이 대학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익숙한 친정팀 애리조나였다. 한국에 오기 전까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던 켈리는 2015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4년간 활약하면서 한층 더 성장했다.
2019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와 구단 옵션 2년이 딸린 2+2년 최대 1450만 달러(약 215억 원) 계약을 체결해 금의환향했다. 이후 올해까지 7시즌을 애리조나에서 활약했다. 켈리는 애리조나에서만 162경기 62승 50패 평균자책점 3.74, 953이닝 865탈삼진을 마크하며 KBO 리그 역수출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송성문의 동료가 될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송성문은 19일 저녁 샌디에이고와 계약을 확정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22일 오전 7시 포스팅 마감 시한까지 메디컬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송성문은 정말 생산적인 선수였고 우리는 그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며칠 더 협상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지만, 그는 적어도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눈여겨봐 온 선수"라고 소개하며 합류를 공식화했다.
켈리와 송성문은 KBO 리그에서 한 팀이 된 적은 없지만, 같은 해 데뷔했다. 켈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활약했고, 송성문은 2015 KBO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9순위로 입단해 2015년 1군에 데뷔했다.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 한 자리가 보장된 켈리와 달리 송성문은 백업으로서 주전 경쟁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데뷔하면 29번째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탄생이다.
또한 같은 지구인 만큼 송성문과 켈리는 자주 만날 수밖에 없다. KBO 리그에서 맞대결 성적은 송성문이 켈리에게 4타수 1안타 2타점 2득점으로 약했다. 그러나 송성문은 2024년부터 180도 다른 MVP급 선수로 탈바꿈했기에 두 사람의 재대결은 갈수록 관심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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