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히 대형 유격수가 될 자질이라는데 마운드에서의 모습도 심상치 않다. 덕수고 3학년이자 투·타 겸업에 나서고 있는 엄준상(18)이 그 주인공이다.
엄준상은 올해 하반기 열릴 202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부산고 하현승(18), 서울고 김지우(18)와 함께 빅3 유망주로 불린다. 독특하게 이번 빅3는 모두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중에서도 엄준상은 야구 센스에서 단연 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KBO 구단 스카우트 A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엄준상은 일단 야구를 잘한다. 감각적인 부분이 뛰어나고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 강한 어깨가 가장 큰 강점"이라고 총평했다. 또 다른 KBO 구단 스카우트 B는 "엄준상은 그냥 야구를 잘한다. 기본적으로 몸이 어느 정도 완성돼 있고, 지금 상태로도 근력과 파워는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다. 보통 그렇게 몸이 좋고 힘이 있는 선수는 공을 잘 못 던지는데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공을 잘 던진다"라고 감탄했다.
엄준상은 명문 덕수고에서 1학년부터 많은 경기에 나서며 주축으로 성장했다. 2학년인 지난해에는 28경기 타율 0.344(96타수 33안타) 2홈런 22타점 28득점 3도루, 18사사구(15볼넷 3몸에 맞는 공) 13삼진, 출루율 0.443 장타율 0.490으로 덕수고의 청룡기 우승을 이끌었다.
타자로서 나무랄 데가 없다는 것이 스카우트들의 의견이다. KBO 스카우트 A는 "엄준상은 타석에서 변화구 대처 능력이 좋다. 완벽한 파워 툴을 가졌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파워가 있으면서 이정도로 정확도가 높은 선수는 없다. 또 상대 투수에 따라 타이밍을 조절할 줄 안다. 동나이대보다 높은 수준의 타격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극찬했다.
KBO 스카우트 B 역시 "타구 스피드가 상당히 빨라서 (파워에 비해) 홈런도 칠 수 있다. 청소년 대표팀 때는 조금 안 좋긴 했는데, 중심 타선에서 혼자 2학년이라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상대 투수들도 좋았다"라며 "그런데 방망이가 안 맞으니까 혼자 엄청 스윙하고 연습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 근성을 봤을 때 야수로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호평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점이 프로급 부드러운 수비다. 수비 범위와 풋워크에서는 스카우트에 따라 평이 갈리지만, 타구 예측과 핸들링 등 유격수로서 감각 자체는 의견이 일치한다. KBO 스카우트 A는 "엄준상은 어깨만 강한 것이 아니라 송구 정확도도 워낙 좋다. 유격수로서 풋워크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바운드를 측정하는 능력과 핸들링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강정호(39)다. 강정호는 KBO 리그에서 공격형 유격수로 불렸다. 그러나 미국 메이저리그(ML)에 진출해서는 수비에서도 평균 이상을 보여주는 올스타 유격수로 분류됐다. KBO 스카우트 A는 "강정호도 풋워크가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강한 어깨와 핸들링이 좋았던 선수다. 엄준상이 그런 부분에서 강정호와 비슷하다"라며 "정 안 되면 코너 내야를 할 수 있겠지만, 그 어깨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단 유격수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힘줘 말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엄준상은 유격수로 키워야 하는 자원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키 184㎝ 몸무게 85㎏의 다소 평범한 신체 조건도 투수보다 타자로서 적합해 보이게 한다. 그러나 지난해 '투수' 엄준상을 본 스카우트들은 하나같이 "섣부르다"라며 고개를 젓는다.
지난해 엄준상은 평소 훈련을 야수 9, 투수 1의 비율로 했음에도 11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0.66, 40⅔이닝 5볼넷 37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68을 마크했다. 최고 시속은 153㎞까지 나왔고 슬라이더와 커브가 높게 평가받는다. KBO 스카우트 B는 "야수로서 가능성이 있는데 투수로도 정말 좋다. 온몸으로 전력 투구해 시속 150㎞를 던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이 나온다. 또 제구가 좋아서 가운데 몰리는 공이 적다"고 투수로서 더 매력을 느꼈다.

뛰어난 손끝 감각에 선발 투수로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KBO 스카우트 B는 "투수로서 성장 가능성만 보면 현시점에서 가장 좋다. 불펜보다 선발에 더 어울리는 유형이다. 감각이 좋고 완급 조절도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한다면 변화구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지는데 그립에 변화를 줘서 던질 줄 안다. 커브 RPM(분당 회전수)도 내가 확인했을 때 3000 가까이 나올 정도로 회전력이 좋았다. 다만 투수를 한다면 체력적인 부분에서 걱정은 있다. 물론 성장세에 있는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아직은 모른다. 뽑는 구단의 육성 방식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투·타에서 뛰어난 활약에 엄준상은 지난해 18세 이하(U-18)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됐다. 하현승과 함께 둘뿐인 2학년이었다. 뛰어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2025 퓨처스 스타대상' 시상식에서 야구 부문 미래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6년 1월 현시점에서 엄준상은 야수에 조금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대체로 야수 쪽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KBO 스카우트 B는 "신체 조건이 투수로서 조금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양팔의 길이(리치)도 길지 않다. 하지만 리치가 짧은 건 오히려 타자로서는 매력적이다. 리치가 길면 몸쪽 적응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오히려 짧은 것이 강점이 될 수 있어 좋게 보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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