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 1200만 관중 동원은 한국 프로스포츠의 성장 잠재력을 알려준 하나의 이정표였다. 스포츠 직관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생긴 현상이다. 프로배구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종목 중 하나다. 한국 배구 최고의 스타 김연경(38)이 코트를 떠난 뒤 첫 시즌인 올해 V리그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중이 몰려 배구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스타뉴스는 설날 연휴를 맞아 V리그 인기의 현황과 과제 등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25~2026시즌 V리그 상반기(1~3라운드) 종료 후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내놓은 관중 지표는 긍정적이었다. KOVO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관중 수는 남자부 10.65% 증가(12만 3255명 →13만 6233명), 여자부 5.3% 증가(14만 6797명 →15만 4646명)로 남녀부 통합 7.7%가 지난 시즌에 비해 더 늘었다. 평균 시청률도 남녀부 통합 0.04% 소폭 상승했다.
겨울 스포츠에도 20·30 여성 팬 '파워'
배구계에서는 화제를 모은 MBC 예능프로그램 '신인 감독 김연경'과 올 시즌 부산광역시로 연고 이전한 OK저축은행에서 그 비결을 찾았다. 스포츠 직관 문화의 유행에서 이유를 찾는 관계자도 있었다. V리그 구단 관계자 A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구단뿐 아니라 배구 전반적으로 관중이 늘었다. 특정 요인보다는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것이 내부 분석"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프로야구 1200만 관중을 주도했다고 평가받는 20·30대 여성 팬들이 겨울 스포츠에서도 강세라는 평가다. 또 다른 V리그 구단 관계자 B는 "확실히 20·30대 여성 팬들의 구매력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그들을 겨냥한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 겨울 종목인 농구도 비슷하다.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관계자 C는 "확실히 코로나19 이후 확실히 관중 수는 증가 추세다. 특히 경기장 지원을 갔을 때 맨눈으로 봐도 여성 팬들이 늘어났다는 게 체감된다"고 했다. 한국남자프로농구(KBL)는 내부 관중 집계를 통해 늘어난 여성 팬의 존재를 실감하고 있었다. KBL이 스타뉴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2~2023시즌 남성 팬은 57.12%, 여성 팬 42.88%였다. 3년이 흐른 올 시즌 상반기는 남성 팬 53.9%, 여성 팬 46.1%로 격차가 많이 줄었다.
"어떤 선수가 나오는지 알아야 경기장에 갈 텐데..."
그런데 배구장을 찾은 스포츠 팬들은 예상 밖 상황에 당황한다. 20대 여성 배구 팬 D씨는 "야구와 배구를 오래 좋아했는데, 새삼 배구단들이 불친절하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남자부, 여자부 14개 구단을 다 보는데 엔트리를 SNS에 올려주는 곳은 KB손해보험 하나뿐이다. 어떤 구단은 인스타그램 댓글을 다 막아놔 팬들이 그런 걸 물어볼 곳도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지나치게 제한됐다는 것이다. 최근 스포츠 팬들은 구단뿐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에도 관심을 가진다. 하지만 엔트리도 공개되지 않는 배구에서는 좋아하는 선수가 경기장에 오는지 팬들은 알 길이 없다. 배구 팬 D씨는 "어떤 팬은 선수에게 직접 인스타 DM(다이렉트 메시지)을 해서 물어보고 경기장에 갈지 말지를 정한다. 백업 존에라도 들어가 원포인트 서버로 출전하는지, 그냥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는지 팬들은 알 길이 없다. 심지어 부상 선수에 대한 소식도 팬들이 직접 알아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구단들도 사정은 있다. 배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로테이션과 오더 싸움에 따라 경기 흐름이 바뀐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는 그날 라인업뿐 아니라 엔트리를 공개하는 걸 꺼린다. 여기에 2군 리그 부재로 '나오는 선수만 나오는' 현실을 꼬집는 의견도 있었다. 30대 남성 배구 팬 E는 "다양한 선수를 보지 못해 아쉽다. 특히 아시아 쿼터까지 생기면서 백업 존만 지키는 선수가 너무 늘어났다. 로스터 역동성도 떨어지고 백업 선수들의 기량 향상 기회도 없다. 2군 리그가 있으면 더 이야깃거리도 늘어날 것 같은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먹거리·즐길 거리가 부족하다
배구장 인프라 역시 팬들의 불만 사항이다. 경기장 노후화로 인한 즐길 거리가 없다는 것은 공통된 문제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구장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배구 팬 D씨와 E씨 모두 "체육관 구조상 한계가 있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입점 매장이 늘었으면 좋겠다. 없어도 정말 너무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양하지 못한 볼거리는 직관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도 방해된다는 의견이다. 배구 팬 D씨는 "사실 주위에서 '배구 왜 보러 가?'라고 물어보면 말할 게 없다. 예를 들어 야구장은 응원가도 계속 부를 수 있고, 다양한 먹거리 등 직관 자체에 장점이 많다. 하지만 배구는 나오는 선수도 한정적이고, 구장 안에 편의점 아닌 가게가 있는 곳도 장충과 부산 정도뿐"이라고 설명했다.
구단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야구(1982년), 축구(1983년), 농구(1997년) 등 다른 4대 스포츠와 달리 배구(2005년)는 늦게 프로리그가 출범한 탓에 도심에서 가깝거나 시설이 좋은 경기장을 배정받기 어려웠다. 게다가 야구처럼 구장에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체를 유치하기엔 배구는 한 시즌 홈 경기가 기껏해야 평균 관중 3500명의 18게임뿐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위기 속 기회' 살릴까
배구장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푸드 트럭은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구단 나름의 노력이다. 구단 관계자 A씨는 "경기장은 솔직히 정말 팬들에게 어려운 환경이라는 걸 이해한다. 푸드트럭을 설치하는 등 여러 가지 편의를 드리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다른 스포츠도 경험해봤는데 확실히 배구는 네트를 놓고 긴박하게 플레이가 이어지는 종목이다 보니, 중간 시간을 활용해 팬들과 소통하기에 어려운 종목이라 느꼈다"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아쉬움에도 오랜 배구 팬 혹은 이제 막 배구에 흥미를 가진 신규 유입 팬들은 추운 겨울에도 배구장을 조금씩 찾고 있다. 오히려 협소한 경기장 구조와 풍경이 선수와 관중 사이의 거리를 좁혀 직관의 매력을 배가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장충체육관을 찾은 한 20대 여성 팬은 "TV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경기장에 오니 선수들이 훨씬 가까워 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 배구장에 오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김연경의 은퇴로 마냥 추락할 것 같았던 프로배구 인기는 다행스럽게도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발길을 배구장으로 확 끌어오기엔 아직 프로배구는 불친절하고 낯설다. 이 위기 속 기회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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