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처음 오프시즌 주사 치료를 강행할 정도였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갈망한 원태인(26)이 끝내 대표팀을 자진해서 사퇴한 배경에는 푸른 유니폼이 있었다.
지난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부상으로 인해 WBC 참가가 어려워진 삼성 원태인을 대체할 선수로 LG 유영찬을 확정하고 WBC 조직위에 선수 교체 승인을 요청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에이스를 잃은 대표팀에도 아쉬운 소식이었지만, 선수 본인의 절망감은 그보다 더했다. 원태인은 지난 20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의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대표팀과 삼성의 첫 연습 경기를 앞두고 "나 스스로 많이 실망했다. 상실감이 너무 커 낙마한 날 이후 지금까지 마음 편히 잔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부상 후 한동안 인터뷰도 정중히 고사할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가 직접 밝힌 대표팀 자진 사퇴 과정을 살펴보면 그 절망감이 이해됐다. 원태인이 오른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낀 건 대표팀 1차 사이판 캠프에서 돌아온 뒤 삼성 1차 괌 스프링캠프에서였다. 팔꿈치 통증을 느낀 즉시 국내로 복귀해 1차 검진을 받았다. 이때는 특별한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원태인은 다시 2차 캠프가 열리는 오키나와로 향했다. 통증이 계속됐고 원태인은 감독과 트레이닝 코치 동의하에 비시즌에 맞아본 적 없는 주사 치료까지 처음으로 시도했다.
갖은 노력에도 통증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원태인은 지난 13일 또 한 번 국내로 복귀해 정밀 검진을 받았다. 거기서 팔꿈치 굴곡근 1단계 부상 판정을 받아 대표팀에 사퇴 의사를 알렸다.
그토록 WBC 출전에 열망을 드러낸 이유에는 공명심도 있었다. 원태인은 "비시즌에 주사 맞는 건 나도 야구하면서 처음이다. 이번에 정말 WBC에 너무 가고 싶었다. 지난 대회 설욕을 하고 싶었고, 내가 국내에서만 잘 던진다는 이미지도 벗고 싶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원태인은 처음 출전한 2023 WBC에서 3경기(4⅓이닝) 평균자책점 6.23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 탓에 '국내용 투수'라는 오명이 생겼다. 하지만 원태인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인정하는 에이스다. 복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스타뉴스에 "원태인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 직구 구속이 지금보다 더 나오면 미국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귀띔한 바 있다.
그러나 원태인은 한국 야구 대표팀의 확실한 카드 이전에 대구 삼성 팬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푸른 피의 에이스이기도 했다. 그 응원이 끝내 눈에 밟혔다. 그는 "그렇게 나 자신에게도 자극이 많이 되는 대회였다. 하지만 회복이 되지 않았고 이 상태로는 통증을 참고 가도 대표팀에는 민폐고 삼성에는 예의가 아니었다. 대표팀에서만 활약하고 정규시즌에 쉬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실제로 아직 원태인의 몸 상태는 한 달 뒤 개막전도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재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 집중하고 있는 원태인은 약 2주 뒤 재검을 통해 재활을 결정한다. 오로지 근육만 다쳤다는 결과가 나왔으나,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똑같다.
원태인은 "사실 개막전은 불투명한 것 같다. 장기간 빠지지 않더라도 바로 (시즌에) 들어갈 수 있을지 구단과 회복 과정을 지켜보며 상의하려 한다"라며 "사실 오늘(20일) 이 인터뷰를 하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이 인터뷰로 모든 짐을 떨쳐내고 열심히 대표팀을 응원하겠다. 나는 다시 삼성 라이온즈 선수로서 올 시즌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팀은 KBO 10개 구단 모든 팬이 응원해 주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모든 팬분에게 그런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게 돼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삼성 대표팀이 훈련하는 오키나와 아카마 볼파크에는 개인 자격으로 응원하러 온 삼성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원태인은 그런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하며 푸른 피의 에이스로서 자신을 다시 한번 자각했다.
원태인은 "가장 많이 걱정하셨을 삼성 라이온즈 팬분들께 '국가대표 원태인'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정규시즌에는 늘 그랬던 대로 건강하게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던질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겠다고 꼭 약속드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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