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사 랜디 존슨보다) 유사 그렉 매덕스가 낫지 않을까요."
KT 위즈 이강철(60) 감독이 새 외국인 투수 데이비스 대니엘(29)을 두고 한 말이다. KT는 눈을 사로잡는 강속구 대신 원하는 곳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제구형 투수에게 남은 시즌 운명을 걸었다.
대니엘은 지난달 30일 KT가 LA 다저스 출신 우완 맷 사우어(27)를 대신해 총액 40만6000달러(약 6억원)에 영입한 투수다. 안정적인 제구와 다양한 구종을 활용한 경기 운영 능력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KT가 선택했던 사우어는 최고 시속 155㎞의 빠른 공을 던지는 구위형 투수였다. 그러나 18경기에서 7승 5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고 101⅓이닝 동안 탈삼진은 71개에 그쳤다. 빠른 공은 있었지만, 스트라이크존을 꾸준히 공략하지 못하면서 기대만큼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방향을 바꿨다. 이 감독은 대니엘 영입 당시 후보군을 두고 "유사 그렉 매덕스와 유사 랜디 존슨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장신 좌완이었던 '유사 존슨'은 직구는 좋았지만, 변화구와 운영 능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대니엘은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어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었고 활용할 수 있는 변화구도 갖췄다. 이 감독은 대니엘의 7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등판을 예고하면서 "어차피 또 와서 가르쳐야 한다. (구종 중에서도) 버릴 건 버리고 쓸 건 쓰면 제구가 되니 유사 매덕스가 낫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선수 본인의 생각도 이 감독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니엘은 "내 가장 큰 장점은 패스트볼을 원하는 곳에 던지는 능력이다. 포심 패스트볼과 싱커, 커터까지 세 가지 패스트볼 계열 구종을 던지는데, 모두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타자를 잡아내야 할 때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결정구로는 체인지업을 꼽았다. 그는 "KBO 리그는 삼진이 상대적으로 적고 콘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약한 타구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내겐 좌타자 상대로 특히 좋았던 체인지업이 있다. KBO 리그 타자들에게도 체인지업이 통할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대니엘을 평범한 제구형 투수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KT가 기대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익스텐션이다. 익스텐션은 투수가 투구판에서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얼마나 전진한 지점에서 공을 놓는지를 나타낸다. 보폭과 하체 이동, 상체 기울기와 릴리스 동작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KT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대니엘의 키는 185㎝지만 익스텐션은 약 2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가 198㎝인 NC 다이노스 커티스 테일러(31), 196㎝의 크리스 페덱(30)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니엘의 신장은 테일러보다 13㎝ 작지만, 공을 놓는 위치는 그만큼 타자와 가까운 셈이다.
물론 익스텐션이 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제구와 구위, 구종의 움직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다만 공을 더 앞에서 놓으면 타자가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실제 측정 구속보다 빠르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대니엘의 익스텐션은 압도적인 구속이 없는 약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는 요소다.

자신의 강점과 KBO 리그 타자들의 특성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은다. 대니엘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것이다.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져 땅볼이나 뜬공 등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삼진도 노리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빠르게 승부하면서 약한 타구를 유도하는 것이 내 투구 방식이다. 어느 리그에서 뛰든 카운트를 선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KBO 리그에서는 특히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KBO 리그 특성을 빠르게 파악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이미 KT의 인연이 있었다. 당시에도 계약을 논의했지만, 아내의 임신으로 한국행을 미뤘다. 대니엘은 "한국에서 뛰는 것은 줄곧 원했던 일이라 이번에는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KBO 리그를 경험한 친구들의 조언도 있었다. 대니엘은 "한국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몇 명 알고 있다. 키움에서 뛰었던 케니 로젠버그를 비롯해 네이선 와일스, 데이비드 맥키넌과 친분이 있다. (동료가 된) 샘 힐리어드와는 상대 선수로 여러 차례 맞붙었다"라며 "한국에 오기 전에는 로건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KBO 리그 타자들의 성향과 어떤 방식으로 승부해야 하는지 등을 물어보며 준비했다"고 웃었다.
생각보다 공이 빠른 '유사 매덕스'는 5일 현재 KBO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KT의 우승 레이스에 마지막 방점을 찍을 선수로 여겨진다. 대니엘은 "미국에서는 포스트시즌에서 던질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우승을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대된다. 그 과정을 꼭 느껴보고 싶다. KT가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 우승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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