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가을야구 희망을 놓지 않은 한화 이글스에게 한 가지 큰 고민이 있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1승은커녕 6이닝 소화조차 버거워하는 브루스 짐머맨(31)이다.
짐머맨은 지난 2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⅓이닝 6피안타 2볼넷 1탈삼진 7실점으로 1회조차 채우지 못하고 권민규(20)와 교체됐다.
다행히 구원 등판한 권민규가 4⅓이닝 3실점으로 버텼고, 한화 타선이 4회 2점, 5회 3점, 6회 3점, 7회 3점, 8회 4점을 쏟아내며 15-11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덕분에 짐머맨의 패전 투수 요건도 사라졌다. 하지만 극적인 역전승으로도 짐머맨의 부진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짐머맨은 지난달 20일 윌켈 에르난데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총액 44만 달러(약 6억 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후 4경기 가운데 가장 좋았던 등판이 데뷔전이었다. 지난달 26일 대전 LG전에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후가 문제였다. 4이닝 7실점, 5이닝 6실점에 이어 21일에는 ⅓이닝 만에 7실점 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은 무려 13.50까지 치솟았다. 4차례 등판 가운데 5이닝을 채운 것도 단 한 번뿐이다.
한화가 일찌감치 시즌을 포기할 처지라면 기다려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가을야구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한화는 23일 경기 전 기준 49승 3무 56패로 6위 롯데 자이언츠와 승차 없는 7위다. 36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5위 두산 베어스와는 7경기 차다.

평소라면 결코 작은 격차가 아니다. 다만 올해는 9월 열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라는 변수가 있다. 각 구단 주축 선수들이 약 3주간 대거 자리를 비우는 만큼 한화에도 추격의 여지는 남아 있다.
특히 5위 두산은 리그 정상급 원투펀치 곽빈(27)과 최민석(20), 타율 0.315에 16홈런을 기록 중인 박준순(20)이 대표팀에 차출된다. 여기에 지난 21일에는 외국인 에이스 웨스 벤자민(33)마저 왼쪽 견갑하근 미세 손상으로 이탈했다.
한화도 노시환(26)과 문현빈(22)이 빠지지만, 상대적으로 타선의 대체 자원은 풍부하다. 강백호(27), 허인서(23)가 건재하고, 부상에서 돌아온 주장 채은성(36)은 8월 12경기 타율 0.349(43타수 15안타)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20홈런 타자 요나단 페라자(28)를 잠시 벤치로 밀어낼 정도로 김태연(29)도 뜨겁다. 김태연은 8월 9경기 타율 0.462(13타수 6안타)를 기록 중이다. 신예 한지윤(20)도 타율 0.345(29타수 10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027로 힘을 보태고 있다.
결국 아시안게임 변수를 활용하려는 한화에 남은 큰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가 선발진, 그중에서도 짐머맨이다. 5이닝조차 좀처럼 버티지 못하면 단순히 한 경기의 문제가 아니다. 시즌 막판 총력전을 펼쳐야 할 불펜까지 연쇄적으로 부담을 떠안는다.

사령탑 역시 짐머맨의 부진을 모를 리 없다. 김경문(68) 한화 감독은 22일 취재진과 만나 "짐머맨 선수 본인이 제일 스트레스가 많을 것이다. 감독이야 당연하고, 어제(21일) 경기가 끝난 뒤 한 번 이야기를 해봤는데 본인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엄청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장 선발진에서 빼거나 로테이션을 조정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금은 더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본인이 한번 잘 안 되는 것을 뒤엎을 수 있는 시간은 줘야 할 것 같다"고 이해를 바랐다.
지난 21일 에이스 노릇을 하던 왕옌청(25)이 폐렴 증세로 입원하면서 한화는 짐머맨이란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밖에 없다. 왕옌청은 빠르면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만 거른 뒤 복귀한다. 그 탓에 김 감독은 짐머맨의 다음 선발 등판 여부에도 "들어가야 하겠죠, 지금은..."이라고 말을 아꼈다.
문제는 짐머맨이 반등할 때까지 한화가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느냐다. 36경기, 5위와 7경기 차. 가을야구를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고, 그렇기에 선발 한 자리의 부진을 느긋하게 지켜보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짐머맨에게만 부담을 지울 생각은 전혀 없다. 하나의 팀으로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노장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냉정하게 볼 때 홈에서 지난해보다 더 못하고 있다. 그래서 팬들께 죄송하다"라며 "남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 끝까지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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