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두 에이스 손흥민(34·LAFC)과 이강인(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투톱'으로 호흡을 맞출 가능성이 열렸다. 그동안 대표팀에선 직접적인 파트너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최근 소속팀에서 잇따라 최전방에 자리하기 시작하면서 활용도가 더 커진 덕분이다.
주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했던 손흥민은 어느덧 최전방 공격수 역할이 더 익숙해진 상태다. 측면 또는 심지어 중원까지 폭넓게 기용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게중심은 최전방에 쏠려 있다. 23일(한국시간) 열린 포틀랜드 팀버스와의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22라운드 역시도 손흥민은 최전방 원톱 역할을 맡았다.
대표팀에서의 활용도 역시 마찬가지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의 LAFC 이적, 그리고 달라진 소속팀 역할과 맞물려 그를 왼쪽이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분류했다. 실제 손흥민은 지난 6월 체코·멕시코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 모두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강인의 포지션 변화도 심상치 않다. 그는 전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PSG) 등에선 주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 또는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이는 고스란히 대표팀 활용법에도 영향을 끼쳤다. 실제 그는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2선 오른쪽 미드필더로 자리를 잡았다. 4-2-3-1이든, 3-4-3이든 오른쪽 측면 공격 역할은 이강인의 몫이었다.
그런데 AT 마드리드 이적 후 역할에 변화가 생겼다. 당장 지난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데뷔전부터 그는 투톱으로 나섰다. 최전방 공격수보다는 다소 처진 위치에 자리한 그는 측면과 중원까지 폭넓게 움직이긴 했으나, 기본적인 위치는 최전방이었다. 평소 이강인의 위치와는 분명 차이가 있는 역할이기도 했다.

이같은 이강인의 역할 변화는 스페인 현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비야레알을 이끄는 이니고 페레스 감독은 "이강인이 어떻게 플레이하고, 과거와 다른 위치에서 어떤 상황을 만들어가는지 확인했다"며 이강인의 달라진 포지션을 두고 경계하기도 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디에고 시메오네 AT 마드리드 감독도, 현지 매체들도 우선 이강인을 미드필더보다는 '공격수'로서 활용도에 더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소속팀 역할과 맞물려 이강인의 대표팀 내 활용도 역시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개 채용 과정 중인 임시 감독이 누가 되느냐, 나아가 정식 감독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표팀 전술 등에 변화가 생길 수 있겠지만, 손흥민과 이강인이 나란히 소속팀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 중이라는 점은 더할 나위 없는 힌트가 될 수 있다.
어느샌가 '원톱'이 한국 대표팀의 주 전술로 자리 잡은 듯 보이나 이미 한국은 자주 투톱 전술을 시험대에 올린 바 있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은 황의조-손흥민 또는 황의조-조규성 투톱 전술을 시험했다. 신태용 전 감독 시절에도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투톱 전술이 가동되기도 했다.
물론 손흥민과 이강인을 동시에 최전방에 배치하는 전술을 위해서는 단단한 중원 조합이나 전체적인 전술의 틀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다만 손흥민과 이강인이 나란히 전방에 포진하는 전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무기이자, 상대팀엔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두 에이스가 최전방에서 투톱 호흡을 맞춘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겐 설레는 조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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