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에서 라이벌에 0-7이라는 기록적인 대패를 당하고도 끝까지 격려와 박수를 보내준 팬들의 모습에 수문장은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안양은 22일 오후 7시 30분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6 24라운드 홈경기에서 서울에 전반에만 5골을 내주는 등 0-7로 완패했다. 구단 역사상 단일 경기 최다 실점 및 최다 점수 차 패배라는 뼈아픈 기록과 함께 정규리그 4연패에 빠졌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유병훈 감독 역시 "1000% 내 잘못"이라며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7실점을 허용한 골키퍼의 마음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믹스드존에서 만난 김정훈의 표정에는 자책과 미안함이 깊게 묻어났다. 김정훈은 "팬분들께 가장 죄송한 마음이 크다. 선수단 모두가 이 경기의 상징성과 의미를 잘 알고 있기에 이번 결과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열 번을 돌려봐도 선수들의 명백한 잘못이다. 오늘은 다 같이 뼈아프게 자책하고 반성하되, 내일부터는 또 다른 마음가짐으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무겁게 입을 뗐다.

안양 입단 후 줄곧 든든한 방어력을 보여줬던 그에게 7실점이라는 결과는 가혹한 상처다. 김정훈은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이렇게 하면 절대 안 된다'는 큰 배움을 얻었다"며 "어떻게 기억하느냐보다는 머릿속에서 빨리 털어내고 잊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다시는 이런 참담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 준비해 팬들 앞에서 반드시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골키퍼로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은 전반 5실점 후 라커룸으로 향하던 때와 후반 시작 직전이었다. 관중석에서는 야유 대신 위로와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김정훈은 "전반이 끝나고 들어갈 때도, 후반에 다시 나설 때도 팬분들이 '괜찮다'며 박수를 쳐주시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부끄러워서 눈을 둘 곳이 없었다"며 "박수를 받을 만한 경기력이 전혀 아니었음에도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면서도 너무 신기했고, 차라리 욕을 해주셨다면 경각심을 가졌을 텐데 격려해 주시니 가슴에 더 와닿고 죄송했다. 다음에는 이기고 있을 때 당당하게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털어놨다.

이날 전반 초반 상대 정승원의 득점 세리머니를 두고 골문 근처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던 장면에 대해서도 돌아봤다. 김정훈은 "서울 선수 입장에서는 카메라를 보고 세리머니를 한 것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지난 맞대결 이슈가 있어 안양도 다소 예민하게 반응했다"며 "실점 후 선수들끼리 실점 장면을 빠르게 복기하고 대화를 나눴어야 했는데, 흥분해서 항의했던 점은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평소에도 실점 장면을 끊임없이 복기하며 자책하는 편이라는 김정훈은 "서울전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준비가 잘 됐다고 느껴 욕심이 났었는데, 그 욕심이 과해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경기 후에는 깊이 반성하되, 다음 경기에 나설 때는 아쉬움을 다 털어내고 뒤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으로 최소 실점을 지켜낼 수 있도록 다시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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