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격왕 출신 외국인 타자에게 경기 감각에 대한 고민은 사치였다. 43일 간의 공백 끝에 돌아온 기예르모 에레디아(35·SSG 랜더스)가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이숭용(55)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에레디아는 2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26 신한 SOL KBO리그 홈경기에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1삼진 2타점을 기록했다.
2023년 처음 SSG에 합류한 에레디아는 첫해 타율 0.323으로 맹타를 휘둘러 재계약을 이뤘고 이듬해 타격왕(타율 0.360)에 올랐다. 지난해엔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96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타율 0.339로 타격 하나 만큼은 의심할 게 없다는 걸 증명했다.
올 시즌에도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우측 허벅지 종기(모낭염) 증상으로 1차 시술을 받았으나 상황이 악화돼 추가로 정밀검진 및 재시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감염 예방과 회복을 위해 약 6주간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내렸고 이에 SSG는 대체 외국인 선수 블라이 마드리스를 영입했다.
그러나 이 기간 마드리스는 17경기에서 타율 0.175 4홈런 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59에 그쳤고 기간 연장도 없이 다시 짐을 쌌다.
이에 SSG는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블라이 마드리스를 영입했다. 하지만 마드리스는 6주간 17경기 출전해 타율 0.175(63타수 11안타)로 부진했다.
그 사이 회복을 마친 에레디아는 퓨처스리그에서 먼저 감각을 조율했다. 퓨처스 무대는 좁았다. 6경기에 나서 타율 0.500(20타수 10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다시 합류한 에레디아는 1군에서 43일이나 자리를 비운 타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놀라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KT 위즈를 상대로 5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 복귀전부터 3출루 활약을 펼친 에레디아는 23일에도 KT를 상대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경기에선 1회초부터 우전 안타를 날리며 좋은 타격감을 이어간 에레디아는 6회말 팀의 6번째 점수를 만드는 타점을 터뜨려 팀 승리를 도왔다.
복귀 후 3경기에서 타율 0.357(14타수 5안타). 그동안의 공백이 더 뼈아프게 느껴질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에레디아는 "상대 투수들의 빠른 공 타이밍에 절대 늦지 않으려고 타석 전부터 준비를 철저히 했다"며 "특히 오늘 득점권 찬스가 있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큰 스윙을 가져가기보다는 내 존에 들어오는 좋은 공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중심 이동과 컨택트에 집중한 것이 좋은 타점들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잠깐의 실전 공백만 있어도 타격감을 찾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지만 에레디아에겐 적용되지 않는 문제다. 에레디아는 그 비결로 "부상으로 2군에서 재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퓨처스 경기에 꾸준히 출전했던 것이 지금 1군 무대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자칫 실전 감각이 떨어질 수 있는 시기였지만, 그곳에서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하며 타격 타이밍을 세밀하게 조율할 수 있었다"며 "몸 상태를 잘 끌어올릴 수 있게 도와주신 트레이닝 파트와 코칭스태프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다시 무더워진 날씨에도 1만 5094명의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돌아온 에레디아도 그 응원에 힘을 냈다. "홈경기뿐만 아니라 원정 경기까지 항상 찾아와 주시고 제 이름을 연호해 주시는 랜더스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팬분들의 뜨거운 함성은 타석에 설 때마다 정말 큰 에너지가 된다. 남은 시즌 매 경기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뛸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9위에 처져 있는 SSG는 현실적으로 내년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외국인 선수 구성에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특히 투수 부문에서 심각한 실패를 겪은 SSG는 벌써부터 스카우트팀을 미국에 파견해 선수들을 물색하고 있다.
에레디아가 4시즌 동안 SSG에 안겨준 공헌도는 매우 크다. 문제는 올 시즌 수치가 기대를 밑돌고 있다는 것이다. 에레디아는 8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5 16홈런 78타점 44득점, 출루율 0.339, 장타율 0.467, OPS 0.806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이 2024년 0.538에서 지난해 0.491, 올해 0.467로 하락했다. 올 시즌 더 적은 경기에도 홈런은 더 늘었지만 유일하게 3할을 밑도는 타율을 써내며 자연스레 장타율도 하락했고 출루율도 지난해(0.398)보다 훨씬 떨어졌다.
'역수출 신화'를 이루는 외국인 선수들이 많지만 에레디아는 30대 중반에 다다른 나이로 현실적으로는 국내 잔류가 최선일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남은 시즌이 더 중요하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SSG의 외야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붙박이 중견수 최지훈이 자유계약선수(FA)로 나올 예정이고 여전히 김재환, 한유섬이 기회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에레디아는 KBO 수비상 신설 후 유일한 3연패의 주인공이지만 타격에서 더 폭발력 있는 선수를 찾으려 한다면 SSG의 선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매 경기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의례적인 말처럼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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